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실생활로 스며든 메타버스·NFT…가상경제 시대 '성큼'

나이키 가상 신발 아이템, 가상공간 제페토서 500만개 팔려

사진=미국 펜실베이니아대 '펜 릴레이 2020' 메타버스 페이지 갈무리.
#FC서울과 수원삼성 간의 K리그 수도권 더비. 경기가 펼쳐진 K메타 스테디움에는 전 세계 약 50만명의 관람객이 운집해 양 팀간의 명승부를 즐긴다. 같은 시간 가상의 기념품점에서는 한정판 NFT 선수카드가 쉼 없이 팔려나가고 유명 스포츠애널리스트가 진행하는 승부 예측 다국어 중계엔 이더리움 베팅이 줄 잇는다.

#삼삼오오 볼링장에 모인 애호가들이 제각각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다. 50개국 8만 여명이 출전하는 WBAC(월드볼링 아마추어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경기장의 전광판에는 동시간에 펼쳐지는 20여개국의 경기장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메타버스 스테디움에서는 출전 선수의 아바타도 출격 준비로 분주하다.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스포츠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상상 속 장면이다. 현실 세계와 가상의 공간이 만나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소통이 이뤄지는 미래 어느 날에 대한 묘사다.

현실은 어떨까. 눈길을 끄는 건 메타버스(metaverse)다. 메타버스는 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스마트폰 이후 인간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놓을 기술로 평가 받으며 유수의 IT 기업뿐 아니라 국내외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스포츠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와 콘텐츠 유통사, 스포츠 게임사 등을 중심으로 가상경제 시대를 대비한 움직임이 거세다. 스포츠용품 기업 나이키는 최근 자사의 상징이자 서브 브랜드인 ‘에어 조던(Air Jordan)’과 '스우시(Swoosh)’, ‘저스트 두 잇(Just do it)’ 등에 대한 디지털 상표등록을 마쳤다.

나이키 가상 신발 콘셉트 이미지. 사진= 나이키 디지털 프로덕트 크리에이션 그룹 웹페이지 갈무리
신발과 의류 등 제화 판매를 주수익원으로 삼아온 나이키가 그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디지털 공간에서의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최근 회사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가상 세계는 개척지이며 나이키의 새 수익원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미국의 대표적인 생활스포츠 이벤트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대 펜 릴레이'가 코로나19 여파로 개최가 중단되면서 메타버스 행사로 대처 됐다.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자 수다. 마인크래프트상에서 펼쳐진 이 행사에 참여한 인원은 10만여명. 통상 경기장엔 3만여명이 운집했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띠는 증가세이자 125년 역사상 최대 참여 인원이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야기된 외부 악재 등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역설적으로 메타버스의 기대감 증폭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메타버스가 단순한 가상의 커뮤니티 기능을 넘어 현실의 삶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익성을 높이는 건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다. 나이키는 올해 초 한정판 디지털 운동화 600여 켤레를 NFT를 통해 몇 시간 만에 310만달러(한화 약 37억원) 어치를 팔았다. 최근엔 토종 기업 제페토와 협업해 선보인 가상 신발이 유료화폐 ‘잼(Zem)’을 통해 500만개 팔렸다. 현실 세계에서는 신을 수 없는 신발이지만 소비자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악세사리에 열광한 결과다.

NFT는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원품을 뜻한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값을 부여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품으로 탈바꿈 해주는 매개체다. 스포츠시장에서 NFT 적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건 '팬덤(fandom)' 때문이다. 유일성을 갖춘 NFT가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 등으로 그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덩크슛과 세리머니 NFT 영상 판매 페이지. 사진=NBA 톱 샷 갈무리.
미국의 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NBA 톱 샷(NBA Top Shot)'의 회원 수는 80만명에 이른다. 미국 NBA 농구 스타들이 활약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NFT 카드로 제작해 판매한다. 이 플렛폼의 실제 활동 사용자는 35만명 수준으로 실구매자는 지난해 기준 15만명에 이른다. 지난해엔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사 등의 투자도 이끌었다.

게임 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홀덤스포츠 게임사 미투온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P2E게임에 사용하게 될 코인 발행을 검토중이다. 자사 게임뿐만 아니라 관계사인 미투젠의 캐주얼 게임 등과 연동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메타버스 환경에서 매칭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게임즈도 자회사인 넵튠과 메타버스 게임 퍼피레드, K팝 가상 아이돌 플렛폼 펄스나인 등과 연계한 NFT 거래소를 개발중이다. 관련 업계는 카카오게임즈가 자사 플렛폼내 골프 티타임 예약권과 스포츠 게임 포인트 등을 디지털 자산화해 판매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중인 것으로 내다봤다.

청사진만 있는 건 아니다. 디지털 공간에서의 가상경제 환경이 세대간 정보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게 될 것이란 우려다. 신재휴 서울시립대 교수(스포츠과학과)는 “스포츠는 사회 통념적으로 공공재(public goods)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기술 중심의 가상경제의 실현이 생활스포츠 환경에서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변화에 걸맞는 사용자 중심의 세심한 배려가 수반 되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이너리티리포트는 20여년전 개봉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영화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현실과 가상 세계가 접목되는 신기한 장면들을 처음 목격했다. 가상경제도 그렇다. 풀어야할 숙제도 예상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지만 분명한 것 한가지는 우리의 삶과 스포츠 판엔 가상경제의 현실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이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의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