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스튜디오에서 우리카드 원정경기 중계하는 개그맨 김범용(왼쪽)과 김시훈 ⓒ우리카드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프로 생활을 마친 선수들의 고민은 은퇴 후 삶에 초점이 맞춰진다. 길게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운동만 해온 선수들에게 은퇴 후 ‘새 출발’이 두려울 수 있으나 올해 배구 코트를 떠난 김시훈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김시훈은 지난 2009-2010시즌 V리그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캐피탈(우리카드 전신)에 입단, 11년간 활약하며 구단 프랜차이즈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2020-2021시즌 땐 삼성화재에서 잠깐 뛰었던 그는 지난 6월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배구화를 벗은 김시훈은 여전히 바쁘다. 은퇴 후의 삶을 ‘도전’으로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홍보·마케팅 업무를 맡아 게임회사와 투자회사 제이솔루션에 몸담은 데 이어 올 시즌부턴 ‘친정팀’ 우리카드의 편파중계 MC 및 해설위원으로 활동한다.

유튜브도 시작했다. ‘쉬운남자시훈’ 채널을 개설, 김시훈은 무엇이든 도전하고 보는 과정이 담긴 영상을 업로드한다.

지난 4일 스포츠한국과 인터뷰를 가진 김시훈은 “은퇴 전부터 미래의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까지 배구를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입을 뗀 뒤 “배구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판교 스튜디오에서 우리카드 원정경기 중계하는 개그맨 김범용(왼쪽)과 김시훈 ⓒ우리카드
전혀 다른 분야인 게임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로 새 출발을 알린 뒤 현재는 투자회사의 일원으로 있는 김시훈은 그래도 배구의 끈을 완전히 놓진 않았다. ‘고향’ 우리카드로 돌아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팬들과 마주했다. 삼성화재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우리카드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온 김시훈은 구단 편파중계 MC 및 해설위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김시훈은 “우리카드와는 꾸준히 좋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었다. 창단 멤버이기도 하고 구단에서 오래 뛰어서 저에게 좋은 기회를 주신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전한 뒤 “몇 날 며칠을 중계 준비에 힘을 쏟는다. 우리카드 경기는 물론 상대팀 경기까지 모두 챙겨본다. 그리고 선수 기록, 과거 이력 등 꼼꼼하게 살핀다"고 방송 뒷이야기를 풀었다.

빈틈 없이 준비해도 막상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시훈은 “마이크를 잡으니 떨리더라. 방송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머리가 하얘진 적도 몇번 있었다. 익숙했던 선수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 나 당황한 적이 그중 하나다. 또 혹시나 선을 넘을까 걱정을 하기도 한다. 너무 정석으로 하면 재미가 떨어지고, 웃음만 좇는다면 예상치 못한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선을 찾는 게 아직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확실한 지향점은 가지고 있다. 배구 전문성에 재미까지 더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유튜브 '쉬운남자시훈' 영상 캡처
김시훈의 도전은 계속된다. 채널명 ‘쉬운남자시훈’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

그는 “영상으로나마 팬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은퇴 후 무엇이든지 쉽게 도전하는 모습을 촬영해 올린다. 방송에는 나오지 않는 편파중계 비하인드 스토리도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김시훈이 이토록 새로운 도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운동 선수였다는 벽을 허물고 싶다”고 말했다. ‘운동만 했는데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차단하고자 한다는 것. 원동력이 확실한 김시훈은 은퇴 후 매일이 설렌다고 했다.

김시훈은 주변 사람에게 공을 돌리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절대 혼자서는 도전도, 미래 계획도 짤 수 없다”며 “제이솔루션 연정우 대표님, 우리카드 변우덕 국장님·신영철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시훈은 “전직 배구 선수의 시선에서 팬들과 소통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장충 체육관에서 인터뷰 중인 김시훈(맨 오른쪽) ⓒ우리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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