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축구 천재’, ‘한국의 메시’, ‘바르셀로나의 차기 공격수’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랐던 ‘인기 축구스타’ 이승우(23). 그러나 소속팀 신트 트라위던(벨기에)에서는 개막 3개월이 되도록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명단에 이승우의 이름이 발표됐을 때는 모두가 놀랐지만 2020 도쿄 올림픽 최종명단에 이승우가 포함되지 않았을 때는 누구도 놀라지 않았다.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승우의 이름이 보이지 않은 지 2년반이 됐다.

대체 이승우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신트 트라위던
▶화려했던 시작, 출전 기회 찾아 떠났지만…

이승우의 유소년 시절은 화려했다. 리오넬 메시, 사비 에르난데스 등을 배출해낸 세계 최고의 유스시스템을 갖춘 FC 바르셀로나에서도 이승우는 ‘왕’대접을 받았다. 바르셀로나의 각종 유스 골기록을 깼고 유럽 유수의 축구 전문지는 ‘세계 최고 유망주’에 이승우를 '톱10'에 올렸다.

그러나 FIFA의 18세 이전에 해외팀과 계약한 선수에 대한 출전정지 징계가 내려지며 경기출전 없이 훈련만 했다. 한창 뛰고 경험해야 할 나이에 훈련만 하다 보니 성장은 더뎌졌다.

나이가 차 징계해제가 됐지만 성장이 더뎠고 결국 2017~2018시즌, 19세 때 이탈리아 세리에A의 엘라스 베로나로 이적했다. 첫 시즌은 10대임에도 불구하고 14경기(1선발) 1골로 가능성을 보였다. 팀이 세리에B로 강등한 이듬해에는 리그에서 대부분 선발로 뛰며 23경기나 나왔지만 1골 2도움에 그쳤다.

결국 이탈리아 2부에서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기회를 더 받을 수 있을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으로 이적한다. 하지만 이적 첫해인 2019~2020시즌, 고작 4경기 출전에 공격포인트조차 올리지 못하는 처참한 시즌을 보낸다. 2020~2021시즌에는 시즌 초반 2골을 몰아치며 ‘이번엔 다른가’하는 기대를 남겼지만 감독 교체 후 출전기회가 없어졌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전북 현대 등 K리그 이적을 타진하다 포르투갈 포르티모넨스로 임대 이적했다. 하지만 더 수준 낮은 리그인 벨기에 리그의 하위팀에서도 명단에 들지 못하는 이승우가 상위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았고 고작 4경기, 출전시간 총 31분만 뛰며 후반기를 마쳤다.

올 시즌에는 7월 개막 후 3개월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오히려 출전 기회는 줄고 있고 풀타임 출전은 지난해 9월이 마지막으로 1년이 넘었다.

이승우의 실제 출전시간과 90분대비 출전경기
프로리그 5번째 시즌까지 통산 61경기 2897분 출전 : 90분 풀타임 환산시 약 32경기 풀타임
2년 2개월간 21경기 865분 출전 : 90분 풀타임 환산시 약 10경기 풀타임

ⓒ엘라스 베로나
▶공격포인트보다 많은 옐로카드… 피지컬, 수비 문제 명확

이승우의 약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기록이 있다. 바로 옐로카드 횟수. 이승우는 프로계약 후 5번째 시즌을 맞고 있지만 리그 통산 61경기에 출전해 4골에 도움은 기록하진 못했다. 그러나 옐로카드는 무려 15차례나 받았다.

전문 중앙수비수인 김민재가 2017년 전북 현대에 데뷔해 중국, 터키를 거치며 프로통산 105경기에서 옐로카드 15차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공격수인 이승우가 얼마나 많은 옐로카드를 받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수비수 김민재와 공격수 이승우의 리그 옐로카드 비교
김민재 : 프로통산 105경기 옐로카드 15회
이승우 : 프로통산 61경기 옐로카드 15회

공격포인트보다 옐로카드가 많고 그 많은 횟수가 웬만한 전문 수비수들보다 많다는 것은 이승우가 얼마나 다혈질적이며 수비적으로 부족한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유소년 시절은 몰라도 프로에서는 리오넬 메시도 수비를 함께 해준다. 11명 중 한 명이라도 수비력이 부족하면 바로 그곳에서 시작해 수비를 공략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유소년 시절 경기를 하며 배우고 익혔어야 할 수비를 출전정지 징계로 놓치다 보니 생긴 문제로 보기도 한다.

게다가 키가 170cm에 불과한 이승우는 유소년 시절에는 압도적이었던 드리블과 스피드가 돋보였지 지금은 유소년 시절만큼의 압도성은 떨어졌는데 다른 무기가 없다는 치명적 단점이 뒤따른다.

ⓒ연합뉴스
▶선택 잘못 내렸던 이승우, 이제는 올바른 선택할 때

이승우에게는 몇 번의 중요한 기로가 있었다. 가장 먼저 바르셀로나에서 출전정지 징계로 경기 출전이 불가능해졌을 때 국내로 돌아올지, 아니면 바르셀로나에 남을지였다. 하지만 이승우는 잔류를 선택했고 이 시기에 경기에 나오지 못한 것은 결국 한창 뛰고 배워야 할 시기에 치명적으로 다가왔다.

이 선택의 파장은 백승호, 장결희 등 같은 바르셀로나 출신 한국 선수들의 이후 행보를 봐도 알 수 있다. 반대로 같은 상황에 놓였던 일본의 쿠보 다케후사는 자국으로 돌아가 J리그에 중학생의 나이에 프로에 데뷔한 이후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 소속으로 이강인 활약 중인 라리가 마요르카로 임대이적해 활약 중이다. 세계 최고 스페인리그 마요르카의 에이스.

또한 바르셀로나를 떠날 때도 강등권팀으로 어린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쉽지 않은 이탈리아 베로나 이적 역시 과연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이후 베로나에서도 출전 기회가 부족해 지금의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으로 왔지만 이 선택은 이승우가 내린 최악의 결정이 됐다.

올해 역시 두 번이나 팀을 떠날 기회가 있었지만 겨울에는 한국이 아닌 포르투갈로 택했다가 반년 동안 30분 출전에 그치며 시간을 허비했다.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명백하게 출전 기회가 없음에도 잔류해 또 반년을 날리고 있다.

선수는 뛰어야 가치가 있다. 부상도 아닌데 10개월간 출전시간 31분에 그치고 있는 선수는 당연히 잊히기 마련이다. 팀이나 리그의 이름값을 떠나 자신이 진짜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 그 무대가 한국이든 외국이든 상관없다. 1부리그든 2부리그든 어떤 것도 중요치 않다. 어느덧 만 24세의 나이가 되는 이승우는 더는 유망주도 아니다.

이제라도 올바른 선택을 내려 ‘선수’ 이승우의 가치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스타’ 이승우도 있을 수 있다. 경기를 못 뛰는 ‘스타 선수’는 없다.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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