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Sport Industry) 칼럼

언택트·디지털시대 맞아 고속 성장한 글로벌 스포츠 베팅 시장, 5년내 214조원 전망

불법 도박 해결에 세수까지 늘어…美·EU 등 합법화에 민간 시장 활성화 기대

최근 EPL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황의찬이 유니폼 스폰서인 스포츠 베팅 기업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가리키며 기념 사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울버햄튼 구단 제공
뉴캐슬, 웨스트햄, 왓포드, 울버햄튼, 리즈 유나이티드. 축구 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프로구단들이다.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의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스포츠 베팅 업체가 구단의 메인 후원을 자청하고 있다는 점이다. EPL 1부리그 전체 20개 구단 중 10곳 이상이 스포츠 베팅 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Bet365와 Mansion, Betway, Dafabet 등 스포츠 베팅 기업이 집행하는 EPL 전체 후원 규모는 연간 약 7000만~9000만파운드(한화 약 1100억원~14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근 수년 새 이들 베팅 업체가 EPL 전체 리그는 물론 각 팀에 이르기까지 없어서는 안 될 주요 수익원으로 각광받으면서 유럽 축구계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의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스포츠 베팅 시장이 향후 5년내 1800억 달러(한화 약 213조60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소비가 늘고 있는데다 글로벌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국경을 가리지 않는 실시간 스트리밍 시청과 승부 예측 콘텐츠가 ‘찰떡 궁합’의 영향력을 발휘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면 후광에 성장세 가파른 '글로벌 스포츠 베팅'

이렇듯 스포츠 베팅 업계가 세계 스포츠산업 시장을 대표하는 유럽 축구계에서 주목받는데는 관람 문화의 변화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 10년 이상 '구름 관중'으로 묘사되며 큰 인기를 누려온 EPL은 유럽은 물론이고 남미와 미주를 넘어 아시아 대륙에 이르기까지 추산하기 어려울 만큼의 상업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분위기를 바꿔 놓은 건 '무관중 경기'라는 생경한 환경이다. 지난해 발병한 코로나19 여파가 관람 스포츠 상품의 언택트(비대면) 소비를 부추겼다. 팬들이 스포츠 경기를 경기장이 아닌 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서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경기는 물론 친선 투어와 사인회 등 '택트가 곧 돈'으로 여겨지던 EPL 수익 공식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천문학적으로 오른 선수 몸 값도 EPL 구단이 스포츠 베팅 업체에게 유니폼 앞 판을 통째로 내주는데 한 몫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주일에 수 십억에 달하는 선수단 연봉을 아무렇지 않게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이 몇이나 됐을지 생각해보면 상황 짐작은 어렵지 않다.

프로스포츠와 베팅은 오랜 기간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 미국 등 다수의 선진 스포츠시장에서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 각 구단이 사들인 스타 플레이어가 만들어내는 최고 수준의 경기는 승부 예측이라는 부가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이 돈이 다시 스포츠 시장과 구단 마케팅 수입으로 돌아오는 자금의 순환이 상호 윈-윈(win-win)을 가능하게 한 핵심이다.

높은 성장 가능성도 눈길을 끈다. 최근 미국의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베팅 시장이 오는 2025년 370억달러(한화 약 43조9000억원)를 넘어 5년내 1800억달러(한화 약 213조6000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 스포츠와 e스포츠 베팅 등이 시장 확대를 크게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2025년 추산 온라인 스포츠 베팅 시장 전망. 표=아크(ARK)인베스트 제공
글로벌 기업들의 가세도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최근 미국의 레저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는 영국의 스포츠 베팅 업체 윌리엄 힐을 37억달러(한화 약 4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마이스(MICE)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오프라인 모임이 금지되고 세계적으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복합리조트 업계가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행성 이슈 '여전'…지나친 규제는 '역차별' 우려

문제는 '도박'과 '사행성'이란 부정적 이미지에 있다. 스포츠 베팅 업계가 제아무리 코로나19로 돈 줄이 마른 글로벌 스포츠 산업 시장의 구원투수를 자청하고 나선다 해도 '베팅=도박=중독'이란 인식과 불법적 '한 탕 주의'에 대한 대중적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영국도박위원회(UKGC)는 영국내 스포츠 베팅을 포함한 도박 관련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무분별한 해외 베팅 업체의 진입과 불법 베팅 등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해당 규정은 한 층 완화된 상태인데 이는 관련 업계의 자정 노력과 불법 베팅에 대한 이용자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란 평가다.

베팅 시장에 대한 정부의 견제는 여전하다. 최근 영국 정부는 EPL 내 프로축구팀의 후원 및 광고와 관련한 법률 개정을 검토중이다. 지난달 니겔 허들스턴 영국 스포츠부 장관은 현지 매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베팅 기업의 구단 광고 진행에 대해 디지털시대에 맞는 새 법률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 베팅 업계가 승승장구하자 사행성 조장 여부 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법 개정에 대한 실효성 논란도 만만치 않다. 광고를 규제 할 경우 당장 줄게 될 후원금 탓에 구단 재정도 비상이겠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장 광고 집행 규제가 사행성 조장을 막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전 세계가 온라인으로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시대에 단순히 경기장 광고 규제를 강화한다고 사행성 근절에 실효성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국도박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UKGC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물론 일부 이용자들의 절제되지 못한 베팅이 재정적 어려움과 중독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부 이용자의 과몰입 이슈는 어디까지나 개인 책임져야 할 몫으로 여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수십 년간 스포츠 베팅이 주요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된 만큼 참여자 책임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과할 경우 되려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포츠 베팅은 대중에게 공지된 팀 정보와 경험치, 전문가 예측 정보 등을 토대로 온전히 자신 만의 판단으로 승부를 예측한다. 이는 공시 정보와 IR(Investor Relations), 각종 분석 자료 등을 통해 기업에 투자하고 수익을 노리는 주식시장과 닮았다. 때문에 스포츠 베팅도 '투자 손실 위험 고지' 이상의 지나친 관여는 시장 활성화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허들' 낮추는 글로벌 시장, 디지털시대 맞는 혜안 마련 시급

최근 스포츠 베팅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방향은 대체로 합법 시장을 활성화하는 추세다. 스포츠 선진 시장인 미국의 경우 26개 주에서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합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합법 시장 양성화를 통해 불법 도박에 대중적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세금을 통한 재원 마련까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오히려 주정부가 나서 시장 활성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스포츠 베팅과 유사한 판타지 스포츠도 합법화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의 일종인 판타지 스포츠는 유저가 실제 스포츠 선수들로 구성된 가상 팀을 직접 구성하고 경기 성적, 승률, 성과를 예측해 포인트를 얻는 방식으로 포인트는 현금으로 변환이 가능하다. 지난해 합법화에 나선 인도는 크리켓과 카바디 등의 인기로 연 평균 30%대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영국 축구 리그 EPL이 운영중인 스포츠 베팅 게임 '판타지 스포츠' 선수 포인트 순위표. 사진=EPL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이렇듯 글로벌 시장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입장은 미온적이다. 국내 스포츠 베팅 사업은 정부가 독점하는 스포츠복표사업(스포츠토토)이 유일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스포츠 베팅 게임을 화투 등과 같은 웹보드 범주에 포함시켜 합법화 했지만 모호한 사행성 기준과 오락가락 겹규제에 막힌 국내 게임사들의 해외 진출만 부추기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베팅에 대한 정부 규제에 대해 글로벌 시장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교수(게임학부)는 "스포츠 베팅이나 판타지 게임 등은 이미 대중화된 유럽과 합법화되고 있는 미국과 인도의 사례를 놓고 봐도 이제 한국도 새로운 관점에서 스포츠 베팅과 관련 콘텐츠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새 접근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강점을 가진 e스포츠는 스포츠 베팅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며 "현재 e스포츠가 스포츠토토 도입 전인 만큼 전 세계가 즐기는 한국의 e스포츠 콘텐츠를 스포츠 베팅 게임 등과 결합해 선점한다면 K-게임 세계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우리의 장점을 활용하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합리적 새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복수 이상의 스포츠산업 전문가는 "과거의 잣대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수면 위로 올려 건전한 공론화를 해야 한다"며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맞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시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샌드박스나 네거티브 규제 등으로 스포츠 베팅 시장의 정책적 가이드 라인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정우 칼럼리스트 소개 및 약력

경제지와 연예지, IT매체 등을 거치며 스포츠와 생활문화, IT 분야 등의 취재를 맡아왔습니다. SI(Sport Industry)칼럼을 통해 국내외 산업 현장의 이슈와 트렌드 등을 깊이있게 전달하겠습니다.

-현 세계미디어 편집인
-전 한국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차장
-전 한경텐아시아 발행인
-전 한국스포츠산업협회 이사
-전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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