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KBO리그 10개 구단이 1차 지명을 통해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들을 품었다.

가장 기대를 모았던 KIA 타이거즈의 선택은 ‘제2의 이종범’ 김도영(동성고)이었다. 투수를 선택하지 않고 18년 만에 정통 야수를 뽑아 8개 구단 중 가장 큰 시선을 끌었다.

그 외 두산 베이스는 좌투수 품귀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수술 후 재활 중인 이병헌(서울고)을 품었고, 키움 히어로즈는 대학생인 우완 투수 주승우(성균관대)를 지명했다.

내년이면 사라지는 연고지 유망주를 우선 지명하는 1차 지명 제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제도의 막차를 탄 선수들을 살펴보자.

김도영 ⓒKIA 타이거즈
▶ 모든 시선 쏠렸다…KIA의 '역대급 선택' 주인공은?

초미의 관심사는 KIA가 과연 누굴 뽑느냐였다. 그도 그럴 것이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괴물 투수’ 문동주(진흥고)와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김도영이 KIA 앞에 놓인 선택지였다.

단 한 명만 품을 수 있기에 KIA는 지명 당일까지도 고심했다.

우완 파이어볼러인 문동주는 빠른 공은 물론 수준급의 변화구 능력도 장착하고 있어 즉시 전력감 투수로 평가받아 왔다. 신체조건도 키 188㎝와 몸무게 92㎏으로 빠지지 않는다.

김도영은 정확한 타격 콘택트 능력에 빠른 발, 안정적 수비 등을 갖춘 ‘완성형 내야수’로 불렸다. 삼박자를 고루 갖춘 김도영의 탄탄한 실력은 KIA의 구미를 당기기 충분했고, 최종적으로 구단의 선택을 받았다.

KIA의 내야수 1차 지명은 2004년 김주형(동성고) 이후 무려 18년 만이다. 오랜 시간 동안 투수를 우선적으로 뽑았던 KIA는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불안해진 내야진을 일으켜 세우고자 18년 만에 변화를 꾀했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이라 불릴 정도로 이미 수준급 실력을 지닌 유격수다. 동성고 2학년이던 지난해 주말리그에서 홈런상과 도루상을 차지했고, 청룡기에선 최다안타상과 최다득점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전국구 유망주로 이름을 떨쳤다.

화려한 실력과 미래를 기대케 하는 잠재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김도영은 그간 투수 지향적 선택을 해오던 KIA의 눈을 올리는 데 성공하며 광주에서 프로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조계현 KIA 단장은 “빠른 볼에 피지컬을 갖춘 문동주도 좋은 선수이지만 공수주가 다 갖춰진 김도영이 우리 팀 전력에 더 필요할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오랜만에 우리 지역에서 3가지 면을 모두 갖춘 선수가 나왔다. 향후 10년 간 유격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지명 소감을 전했다.

이병헌 ⓒ두산 베어스
▶ 수술 이력 있어도…두산의 '이런 좌완 어디서 구하랴'

서울권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두산은 좌완 투수 이병헌(서울고)을 택했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지명이지만 이병헌에게 변수가 한 차례 있었기에 두산의 선택에 시선이 쏠렸다.

이병헌은 KBO리그에서 찾기 드문 150㎞의 빠른 볼을 던지는 좌완투수다. 게다가 날카롭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도 일품이란 평가다. 이병헌의 고교 2학년 때 기록을 살펴보면 고교리그 1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평균자책점 1.04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34.2이닝 동안 13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고, 삼진은 42개 솎아냈다.

좌투수에 목말라 있던 두산에 이병헌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카드였고, 지명이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른 것. 이병헌은 지난달 28일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난 11일에는 내측 측부 인대 수술까지 받았다.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됐지만, 당장 내년 등판은 어려워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은 멀리 내다봤다. 두산은 “수술 후 재활 중이지만, 차후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선수라고 판단했다”면서 “힘이 좋고 하체 밸런스가 안정적이며 손끝 감각까지 좋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며 이병헌을 품은 배경을 설명했다.

이병헌은 “뽑아주신 두산 베어스에 감사드린다. 재활을 무사히 마쳐 베어스 마운드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지명에 보답하겠단 뜻을 밝혔다.

박영현 ⓒKT위즈
▶ 모두 맞는 유니폼 찾아 갔다…구단도 유망주도 '윈윈'

서울권 2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LG도 좌완 투수를 지명했다. 올해 고교리그에서 8경기(25.2이닝)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3.15, 직구 최고 구속이 148km에 달하는 조원태를 데리고 왔다. 류지현 LG 감독은 부상 이력이 있는 이병헌보다는 조원태를 더 원했다.

서울권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키움은 성균관대 재학 중인 우투수 주승우를 낙점했다. 그동안 고졸 선수를 지향했던 키움은 처음으로 대졸 선수를 1차 지명으로 데리고 오는 선택을 했다.

주승우는 최고 152km 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구사하는 우완 파이어볼러이며, 변화구 구사 능력과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경기 운영이 장점이다.

KT 위즈는 유신고 우투수 박영현을 품었다. 박영현은 140Km 중·후반대의 빠른볼과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투수이다. 이숭용 KT 단장은 “고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았던 연고지 유망주”라며 “안정된 제구력과 우수한 경기 운영 능력을 갖춘 투수로 향후 KT 투수진에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SSG 랜더스의 첫 1차 지명 선수는 인천고 오른손 사이드암 투수 윤태현이다. 2학년이던 지난해 윤태현은 인천고에 봉황대기 창단 첫 우승트로피를 선물했다. 고교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최동원상’도 수상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개성고 우투수 이민석을 지목했다. 즉시전력감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다. 이민석은 올해 고교리그 총 5경기에 출장해 평균자책점 6.00을 기록했지만, 18탈삼진을 기록했다. 롯데는 "이민석(189㎝, 97㎏)은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강속구가 매력적인 선수"라며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형이라고 평가했다.

NC 다이노스는 마산용마고 포수 박성재를 1차 지명했다. NC는 “수비 기본기가 탄탄하고 좋고 강한 어깨와 안정적인 송구 동작, 우수한 송구 회전력으로 도루 저지율이 높은 포수 유망주”라고 말했다. 3학년인 올해 박성재는 19경기에 나와 타율 0.354, 장타율 0.477, 출루율 0.408을 기록, 주말리그(경상권A) 전반기 최우수선수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과 한화는 전국단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삼성은 투수가 아닌 유격수를 선택했다. 서울고 출신의 이재현을 지목했다. 한화는 KIA가 막판까지 고민한 카드였던 투수 문동주를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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