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98경기 252타석 타율 0.209 출루율 0.279 장타율 0.351’

위의 성적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김하성이 메이저리그 데뷔시즌 거두고 있는 지표다. 이제 시즌 종료도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하성의 타격 성적이 큰 반등을 이루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냉정하게 2할 1푼의 타율도 치지 못하는 타자가 마이너리그에 강등되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게다가 김하성은 홈런 30개를 때리는 유형의 선수도 아닌데 말이다.

그렇다면 왜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마이너리그에 보내지 않을까. 그럴만한 이유는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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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내야 수비 백업

162경기 중 126경기를 치른 샌디에이고에서 90타석 이상 소화한 야수는 총 13명. 2할9리의 타율이지만 김하성은 f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0.7로 팀내 8위다. 완전 하위권도 아닌 중하위권인셈.

어떻게 2할9리의 타율과 출루율이 2할8푼도 안되는데 이런 fWAR이 가능한 것일까. 비결은 역시 수비에 있다. 김하성은 DRS(디펜시프런세이브)에서 유격수로 7점, 2루수로 5점, 3루수로 3점을 막았는데 이는 단연 샌디에이고 팀내 1위의 수치다. 특히 유격수로 기록한 DRS 7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할 정도로 뛰어났다.

참고로 아시아 내야수 중 유일하게 성적으로는 성공을 거둔 강정호가 한시즌 기록했던 최고 DRS는 데뷔시즌이었던 2015년 3루수로 4점과 유격수로 -1점으로 3점이었다. 물론 강정호의 경우 타격이 워낙 뛰어나 주전이 될 수 있었지만 수비도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은 됐었기에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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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ZR/150(150경기에 출전했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수준 선수보다 얼마나 실점을 막아냈나를 보여주는 지표)에서도 3루수로 15.9점, 2루수로 13.0점을 막아내 50이닝 이상 소화한 야수 중 포지션별로도 압도적 1,2위를 혼자 차지했다.

타격 중요 지표인 wRC+(조정득점생산력)에서 고작 72(평균 100)밖에 기록하지 못해 공격 WAR이 -7.8임에도 수비WAR이 무려 6.1로 종합 WAR이 0.7을 기록할 수 있는 것.

2루수, 3루수, 유격수 어느 포지션으로 나와도 팀내 최고 수준 수비를 보여줄 수 있다보니 내야 백업 수비수 자리만큼은 팀내에서 확실히 차지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팬그래프의 주루점수에서도 김하성은 5.3점으로 팀내 6위인 상황. 대주자로도 충분히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타격은 안되지만 내야 전포지션 소화가 가능하고 준수한 발도 가지고 있으니 대수비-대주자로 제격.

야수 로스터 안에 모든 선수가 타격이 뛰어나면 좋지만 어떤 선수는 타격이 좋으면 다른 선수는 대타-대수비-대주자 등을 해줄 수 있는 역할도 필요하다. 여기에 김하성은 분명 팀이 필요한 자리에서 그 몫을 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것이 단지 타격이 아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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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2800만달러+포스팅비 552만달러, 적지 않은 금액

김하성은 올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달러의 보장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진출한 것이기에 이적료 개념인 포스팅 비용이 키움 히어로즈에게 552만 5000달러도 지급됐다.

즉 샌디에이고는 최소 4년 3352만달러, 연간 838만달러 수준의 돈을 김하성에게 투자한 것이다. 물론 샌디에이고가 최근 팀 리빌딩에 성공하며 투자를 늘렸지만 기본적으로 빅마켓 팀은 아닌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연간 838만달러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아니, 메이저리그 그 어느팀도 연간 838만달러의 금액을 무시할 수 없다.

이정도로 투자했기에 김하성을 데려온 샌디에이고 수뇌부 입장에서는 김하성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선수다. 그렇기에 기회를 줄 수밖에 없고 압도적인 선수가 아닌 이상 기회에 우선권이 김하성에게 제공된다.

물론 샌디에이고 내야는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고 이름값도 대단하다.

1루수 에릭 호스머는 연봉 2100만달러,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14년 3억4000만달러라는 역대 4위 계약의 선수며 3루수 매니 마차도는 올해 3200만달러를 받는 팀내 최고 연봉 선수다. 이런 상황에서 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fWAR 4.4로 제대로 터지면서 내야 어느 자리도 들어가기 쉽지 않게 됐다.

그래도 김하성은 연간 838만달러가 투자된 선수이며 수비도 잘하고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이라는 ‘면죄부’도 주어지기에 2할7리의 아쉬운 타격 성적에도 메이저리그 로스터 한자리는 여전히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수비를 잘해주고 있고 아직 1년차라는 면죄부가 있기에 괜찮지만 다음시즌이 되면 타격에서 반등은 필수다. 계속 이러한 부진한 타격 성적에 팀내 위상도 내야 백업 수비수 정도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연간 838만달러를 투자한 선수라는 기대치를 감안할 때 곧 ‘먹튀’라는 불명예가 따라붙을 수 밖에 없다. 2할 7리의 타율 개선은 물론 출루율에서도 큰 변화가 필요한 김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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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 그 너머를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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