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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조심스럽지만, 이번이 대표팀 경기 마지막이지 않았나….”

무겁게 입을 뗀 ‘배구 여제’ 김연경의 눈가는 촉촉했다. 그렇게 대표팀 은퇴를 알렸다.

‘주장’ 김연경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8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3·4위전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해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꼭 메달을 따고 싶다”는 소원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국은 온전치 못했던 전력으로 4강 신화를 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8강에서 내로라하는 ‘강호’ 터키를 풀세트 접전 끝에 물리친 것은 굉장했다.

김연경도 “사실 누구도 우리가 이 자리까지 올라올지 예상하지 못했고 우리 자신도 이렇게까지 잘하리라고 생각지 못했다”며 “아쉽지만 만족한다”는 대회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김연경은 올림픽 전부터 가슴 속에 묵혀둔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세르비아전 후 그는 “한국에 돌아가서 (대한민국배구협회) 회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겠지만, 사실상 오늘 경기가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 경기다”고 했다.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

그간의 대표팀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갔을 김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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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2004년 청소년 국가대표에 첫 발탁됐다. 이후 고등학생이던 2005년 만 17세의 어린 나이로 성인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이름값처럼 이력도 화려하다. 김연경은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동메달 주역이다.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 멤버이기도 하다. 런던 대회 당시 김연경은 메달 획득은 하지 못했지만 8경기에서 무려 207점올 올리는 맹활약으로 MVP로 뽑혔다.

이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5위로 마감한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에선 한 단 계 더 높은 4위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5년 뒤 열린 도쿄 대회도 4위로 마감했다.

아쉽게 메달은 놓쳤지만, 사실 한국의 4위 호성적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주축 선수던 이다영 이재영 ‘쌍둥이 자매’가 학교 폭력 논란으로 이탈하고, 부상으로 강소휘의 합류도 불발되면서 한국 전력이 크게 약화됐기 때문. 이번 올림픽에 앞서 열린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3승 12패로 16개 출전 팀 중 15위를 한 것이 뒤숭숭했던 한국팀 분위기를 말해줬다.

그러나 한국은 이 모든 역경을 딛고 4강 신화를 연출했다.

아름다운 4위로 대회를 마친 한국 여자 배구는 이제 김연경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시간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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