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하마터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었다. 비록 애완견은 이후 안락사됐지만 들개가 난폭하게 굴고 있는 상황에서 앞뒤 보지 않고 달려가 강아지를 구하고 사람들의 안전을 지킨 ‘의인’ 로드FC 파이터 정원희(29).

자신은 “아무 생각없이 뛰어든 일”이라고 말하지만 그가 한 행동은 더 큰 사고를 막았기에 선뜻 나서기 힘든 현대사회 속에 감동을 준다.

정원희. 로드FC 제공
16일 온라인을 통해 로드FC 파이터인 정원희가 울산에서 들개에 당하던 강아지를 구출한 사연이 소개됐다.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들개가 출몰해 산책 중이던 강아지를 덮쳤고 사람들은 놀라 어쩔줄 몰라했다. 그때 정원희가 들개에게 달려가 강아지를 구해내고 사람들을 대피시켰다는 것.

사실확인을 위해 스포츠한국과 통화가 된 정원희는 “친구와 만나 사담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소리가 나 그곳을 보니 들개가 강아지를 물고 있었다”며 “다른 생각을 할 것도 없이 ‘사람들이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만으로 뛰어갔다. 들개를 잡고 목덜미와 후두부 쪽을 가격하고 제압했다. 잡힌 강아지를 풀기 위해서는 들개의 배부분을 제압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했더니 강아지를 놓더라. 빨리 주인분에게 강아지를 데려가라고 했다”고 상황설명을 했다.

“여전히 들개가 매서운 상황이었기에 사람이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걸 알았다. 그래서 머리를 눌렀고 완전히 제압하자 주인분도 강아지를 데리고 뒷걸음질 치시며 피하셨다”며 “일단 강아지를 구하고 들개도 힘이 없어보이자 저 역시 ‘들개도 생명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놔주니까 들개가 도망가더라”라고 말했다.

들개의 크기가 사람 키만했다고 한다. 두려움이 없었는지 묻자 “그런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뛰어가면서 100일이 갓 지난 제 아기도 이런 일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제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안 도와주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앞뒤 보지 않고 들개를 제압했다”고 답한 정원희다.

정원희는 “친구가 헬멧을 들고 있어서 그렇지 배달기사는 아니다”라며 “친구와 돌아가며 ‘사람만 안다쳤으면 됐다’라며 안심했다. 이후 별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알려지게 돼 굉장히 많은 연락을 받았다”며 웃었다.

정원희가 구한 강아지는 끝내 안락사했다고. 신경 부분이 많이 다쳤기에 수술로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듣고 매우 안타까웠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알아챘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인’으로 이슈의 중심에 선 것에 대해 정원희는 “그냥 개 한 마리를 제압한건데 연락이 너무 많다”며 “꼭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고 요청했다.

“요즘 격투기 시장이 좋지 않습니다. 후배들이 돈벌이가 안되더라도 오직 격투기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운동을 하고 버티고 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후원이 필요하고 생계를 걱정하며 운동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일단 100일이 지난 아이만 키워놓고 내년부터 다시 대회에 나갈 예정이예요. 격투기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절실합니다.”

정원희. 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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