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어색하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입단 후 당연하듯 맡아온 1선발 자리에서 밀려났다. 분명 좋지 못했던 전반기 막판의 모습과 1선발을 꿰찬 로비 레이의 페이스를 보면 류현진이 2선발로 밀려난 것은 납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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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블루제이스는 17일(이하 한국시간)부터 시작하는 후반기 일정에 1선발로 로비 레이, 2선발로 류현진을 등판시킨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은 18일 오전 4시 7분에 열리는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홈경기에 나오게 됐다.

다소 놀랍다. 지난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은 후 류현진은 늘 1선발-에이스로 여겨졌다. 전반기 조금 좋지 못했다 할지라도 류현진이 1선발에서 밀리는 것은 의외다.

하지만 납득되는 결과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개막전 5.2이닝 2실점을 비롯해 첫 3경기에서 19이닝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다. 5월까지 5승2패 평균자책점 2.62로 다소 이르지만 사이영상 후보군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하지만 6월부터 달라졌다. 특히 지난해 피안타율이 1할8푼5리였던 체인지업이 2할5푼6리로 폭등하며 ‘주무기’가 흔들렸다. 그러자 6월부터 전반기 종료까지 40.1이닝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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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2021 전반기 6월 전후의 성적

5월까지 : 58.1이닝 5승2패 평균자책점 2.62 58탈삼진
6월부터 : 40.1이닝 3승3패 평균자책점 4.91 23탈삼진

장점인 보더라인에 걸치는 투구가 사라졌고 스트라이크와 볼이 명확해졌다. 가뜩이나 구속도 빠르지 않은데 체인지업마저 흔들리고 제구도 불안한데 6월부터 평균자책점 4.91로 버틴 것도 노련미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정도.

류현진대신 1선발을 꿰찬 로비 레이는 전반기 토론토에서 유일하게 100이닝을 넘기며(100.2이닝) 7승 4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다. f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도 1.5를 기록해 1.1의 류현진보다 높았다.

특히 로비 레이의 6월부터 성적은 매우 인상적이다.

▶레이의 2021 전반기 6월 전후의 성적

5월까지 : 52.0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3.81 60탈삼진
6월부터 : 48.2이닝 5승2패 평균자책점 2.40 70탈삼진

류현진이 5월까지 잘해줬다면 레이는 6월부터 매우 뛰어났다. 특히 7월 전반기 마지막 2경기에서는 14이닝 2실점의 엄청난 호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결국 전반기 거둔 종합성적은 물론 전반기 막판 페이스를 고려할 때 레이가 1선발, 류현진이 2선발로 가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다.

물론 레이는 류현진에 비해 이룬것도 적고 불안요소도 많다. 2017년 15승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한 이후 늘 기복이 심했다. 지난해에는 단축시즌이었다 할지라도 6.6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50이닝 이상 던진 81명의 투수 중 79위일 정도로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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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요소가 있는 선수이기에 지금은 잘하고 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이럴 때 아프지만 않으면 언제나 에이스급을 기대할 수 있는 류현진이 지탱해줘야한다. 류현진 역시 8일 등판 이후 열흘여의 휴식동안 밸런스를 찾고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 마침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가 리그 MVP 페이스로 뛰어나고 마커스 시미언이 리그 최고 2루수가 되며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토론토에 ‘반등한’ 류현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비록 2선발로 밀렸다할지라도 고작 시즌 절반이었을 뿐이다. 살아날 류현진은 자신이 토론토의 에이스임을 증명해내야한다.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 그 너머를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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