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이다영 ⓒ스포츠코리아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선수의 재능이 다가 아닌 시대.’

‘쌍둥이 배구선수’ 이다영·이재영(26·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학교 폭력 사태가 배구계 더 나아가 스포츠계에 경종을 울렸다.

흥국생명은 2021-2022 프로배구 정규리그 선수 등록 마감일인 30일 박춘원 구단주 명의로 학폭 논란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재영과 이다영의 선수 등록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애초 흥국생명의 계획은 두 선수를 등록 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선수 복귀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맹비난에 결국 구단은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포기했다.

KOVO 선수 등록이 곧 이재영, 이다영의 코트 위 즉각 복귀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등록 마감일까지 선수로 등록시키지 않을 경우 이 두 선수를 FA(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선 선수 보유 권리 유지 차원에서 당연한 절차였다.

하지만 선수 등록 뒤 두 선수는 언제든 코트에 복귀할 수 있는 신분이 되기 때문에 논란이 뒤따랐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학폭 피해자들이 학폭 트라우마 때문에 두 선수를 만나는 것을 거부하고 있을 때 선수 등록 가능성이 흘러나왔다.

“피해자들에게 용서받기 전까지 (징계를) 해제할 계획은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던 흥국생명이기에 복귀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는 선수 등록 절차를 밟는 것만으로도 비난을 사기 충분했다.

이재영 이다영 ⓒKOVO
반발 여론에 흥국생명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박 구단주는 "이재영·다영 선수의 학교 폭력과 관련해 배구를 사랑하시는 팬들께 실망을 끼친 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학교 폭력은 사회에서 근절돼야 할 잘못된 관행으로, 구단 선수가 학교 폭력에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데 구단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두 선수의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 피해자들과의 원만한 화해를 기대했으나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고 판단한다"며 "구단은 두 선수가 현재 선수로서의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선수 등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직전 흥국생명과 FA계약을 한 쌍둥이 자매는 1년 만에 불명예스럽게 자유계약선수로 풀리게 됐다. 이로써 타 구단이 이 둘을 영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국내 악화된 여론을 뚫고 이재영과 이다영을 품을 팀이 나타나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진출 가능성은 있을까. 대한배구협회가 해외 이적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배구연맹이 직권으로 이를 허락할 순 있다.

이다영 ⓒ스포츠코리아
선수 재능이 과거 과오를 덮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쌍둥이 자매의 ‘학폭’ 사태가 이를 정확히 말해준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과열된 ‘성적 지상주의’ 탓에 잘못된 과거는 선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승부조작과 음주운전·폭행시비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몇몇 선수들의 “성적으로 죗값을 치르겠다”는 말이 먹히던 시대였단 소리다.

그러나 이젠 국민들의 도덕적 눈높이가 높아졌다. 선수의 참된 인성이 우선적 가치가 됐다. 이젠 과거 과오 앞에 특출 난 기량은 힘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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