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남궁휘 기자] “스포츠 캐스터가 되고 싶어요? 스포츠 사랑은 잠시 넣어두세요.”

김태우 캐스터 제공
“90m, 100m, 110m, 팬스 넘어갑니다”는 IB스포츠 아나운서 팀장인 김태우(41) 캐스터의 시그니처 멘트다. 일명 ‘비거리 홈런콜’로 불리는 문장인데, 홈런이 나올 때와 같은 상황에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켜준다. 이처럼 중계진의 능력에 따라 시청자는 스포츠에 몰입하게 되고 감동을 받는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캐스터는 중계만 한다. 그래서 아나운서와 캐스터를 서로 다른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면서 캐스터의 꿈을 가질 때, 오로지 ‘스포츠 캐스터’만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16년차 베태랑 김태우 캐스터(41)는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기본이고 번외로 하는 것이 캐스터다”라고 설명했다. 스포츠 캐스터라는 꿈이 있다면 아나운서가 먼저라는 말이다. 한마디로 더 고난도인 것.

가장 큰 이유로 김태우 캐스터는 “스포츠 중계라는 건 대본 없이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그래서 어렵다”고 꼽았다. 이어 “아나운서의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5~6시간을 대본 없이 표준어를 구사하며 말해야 캐스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본이 없다는 것. 바꿔말하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놀라거나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순발력 있게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김태우 캐스터는 어릴 때 ‘야구 덕후’로 자랐다고 한다. AFKN로 메이저리그 중계를 듣고 박찬호를 보고 자랐으며 프로야구 태평양 돌핀스의 팬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포츠 캐스터로의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지만 공대로 진학했다. 이후 가족의 권유로 스포츠 캐스터에 도전했다.

김태우 캐스터의 입사 초기 모습
김태우 캐스터는 스포츠 중계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처음 준비는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시작한다. 아나운서로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요즘에는 스포츠 캐스터 과정을 추가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처음부터 캐스터를 준비해서 캐스터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나운서가 되고나서 번외로 스포츠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이어 “아카데미를 나와서는 보통 축구나 야구 하이라이트 더빙으로 시작한다. 2~3년 정도하면 고교야구 중계나, 아마추어 스포츠 중계를 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프로스포츠에 발을 들이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점차 스포츠 캐스터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포츠 캐스터를 꿈꾼다면 스포츠에 대한 사랑은 잠시 넣어두고 아나운서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니다. 김태우 캐스터는 “그렇다고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으면 방송은 할 수 있어도 인정받진 못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야구는 좋아해도 축구에는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이 종목에 따른 선호도가 있으면 부족하다. 스포츠 전체를 좋아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나운서적인 능력으로 스포츠 캐스터 일은 시작할 수 있어도 ‘완생’이 될 순 없다는 것이다.

김태우 캐스터는 야구, 축구, 농구, 당구, 배구, 프로레슬링 등 수많은 종목을 넘나들면서 중계방송을 했다. 목소리, 발음, 스포츠 지식 등 스포츠 캐스터가 갖춰야 할 능력을 설명하면서도 결국 스포츠 캐스터라는 직업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내 목소리가 높은 편인데, 당구나 골프는 조금은 낮춰서 한다. 감동적인 순간에는 내 감정을 많이 넣을 때도 있다. 이렇게 종목마다, 상황마다 천차만별이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기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태우 캐스터는 “웬만한 내공이 없으면 말할 문장을 준비해봤자 필요가 없다. 읽을 수는 있지만 그저 ‘읽기’만 하면 듣는 시청자가 감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계하는 경기에 대한)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지금도 준비한 자료의 반도 소화하지 못하는 경기가 많다. 원래 중계가 그렇다. 20%만 말해도 성공적인 중계다”고 덧붙였다.

김태우 캐스터(왼쪽), 강성주 해설위원
과거에 비해 필요한 능력치가 높아지면서 스포츠 캐스터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전문적인 기술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최근에 중계 능력은 분명한 이점이 됐다. 지상파에서 캐스터를 구인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원래는 아나운서로 뽑아서 캐스터를 맡겼었다”고 말했다.

스포츠 캐스터가 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 경쟁률이 높다 보니 튀거나, 남다른 것을 하려는 욕심을 부리기도 한다. 그러나 김태우 캐스터가 강조한 건 2가지다. 바로 ‘기본과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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