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2020-2021시즌 도중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은 홍콩 출신 귀화 선수 진지위(28·대한항공·센터)는 구단 첫 통합우승을 코트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입단 2년차에 외국인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주전 경쟁에서 앞서갔던 진지위는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다가오는 시즌 전에 완쾌를 바라기 힘든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을 믿고 기용했던 산틸리 감독도 팀을 떠났다. 부상도 서러운데 새로운 감독 체제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진지위다.

머리속은 복잡할 수밖에 없지만 진지위는 “긍정적으로 뭐든 헤쳐가겠다”며 나은 미래를 그렸다.

진지위 ⓒKOVO
진지위는 심각할 부상일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지난 2월 20일 우리카드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훈련 중 턴을 할 때 중심을 잃고 혼자 넘어졌다. 크게 아프지 않아 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부상 전까지 올 시즌 대한항공 주전 센터로서 속공·블로킹 9위에 오르는 등 코트 위 좋은 모습 보여줬던 진지위는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다.

진지위는 29일 스포츠한국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큰 부상을 겪어보지 않아서 사실 무슨 일이 나에게 벌어졌는지 잘 몰랐다. 성격이 긍정적인 편이라 ‘별일 아니겠지’ 생각했다. 그리곤 그냥 코트 밖으로 나와 누워 있으면서 발목 쪽에 얼음을 대고 있었다”고 그날을 돌아봤다.

그러나 부상은 생각보다 많이 심각했다. 진지위는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나에게 달려와 ‘많이 안 좋은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는 바로 다음날 입원하고 일주일 뒤쯤 수술을 했다”고 했다.

산틸리 감독이 “오랫동안 재활하면서 많은 고통이 따를 텐데 유감이다”고 말할 정도로 선수에게 아킬레스건 부상은 치명적이다.

진지위 본인이 제일 답답할 터. 그는 “계속 ‘빨리 나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주 조금이라도 운동할 수 있을 때 다리를 썼다. 하지만 다음 진료 때 의사 선생님이 ‘부상 부위가 부었다. 지금은 발목을 절대 쓰면 안 된다’고 말해주셔서 그 뒤론 휴식을 많이 취했다. 당시엔 급한 마음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급한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을 안 진지위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진지위는 “이제는 재발까지 신경 써야 한다. 급하면 더 쉽게 재발되니 부상 부위를 최대한 아끼면서 천천히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토미 틸리카이넨 새 감독이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는데 당장은 경쟁 자체를 못하니 이 점은 걱정된다”고 솔직히 털어놓으면서 “하지만 길게 생각하면 지금 몇 개월 참고 부상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부상 이탈한 진지위는 구단 첫 통합우승의 기쁨을 최전선에서 누리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정규리그 1위에 이어 우리카드를 3승 2패로 따돌리고 챔피언결정전도 제패했다.

진지위는 “(우리카드와의) 챔피언 결정전에 정말 뛰고 싶었다. 꿈이었다. 그러나 못 뛰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너무 답답했다. 그래도 팀이 이기면 괜찮은데 지는 경기를 보고 있을 때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어 “통합우승을 딱 확정지었을 때 코트에 서있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세리머니 같이 하며 그 순간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도 내가 마지막까지 뛰진 못했지만 우승 경험이 생겨 행복하다. 부상 잘 회복해서 언젠간 꼭 챔피언결정전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휴가를 보내고 있는 진지위는 오는 31일 팀에 합류한다. 아직까지 여전히 다리를 최대한 쓰지 않고 있어 힘이 많이 빠진 상태지만, 그래도 목발과 보호대 없이 혼자 걸을 수 있다. 절뚝거리지만, 많이 호전됐다.

그러나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2021-2022시즌 초반 합류는 불투명하다. 냉정히 말해 가능성은 낮다. 진지위는 “빠르면 시즌 중반쯤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늦은 합류가 예상되지만 진지위는 "쉬는 동안 강하게 돌아오면 된다. 오직 그 생각뿐"이라며 긍정적인 주문을 걸며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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