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훈(오른쪽).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남궁휘 기자] “리더보드를 보지 않으려 했다.”

이경훈은 1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끝난 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총상금 81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80번의 도전 끝에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일궈낸 이경훈은 8번째 한국인 우승자로도 기록됐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이경훈은 "오늘 모든 선수에게 경기하기 힘든 조건이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려고 했다"며 "오래 기다린 우승이라 더 기쁘고 믿기 어렵다.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경훈은 국가대표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국내 최고 권위 대회인 한국오픈 2연패를 했다. 일본프로골프 투어(JGTO)에서도 2승을 따낸 이경훈은 미국으로 건너가 2016년 PGA 2부 투어를 거쳐 2018-2019시즌에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참가했다. 그리고 미국 진출 5년 만에 정규 투어 우승을 만들었다.

이날 이경훈은 16번 홀을 공략하던 중 악천후로 경기가 중단돼 2시간 30분 정도 기다린 끝에 다시 필드에 나와 남은 홀들을 소화했다. 경기 중단 사태에 상황에 대해서 "리더보드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며 "연습 스윙으로 몸을 풀며 긴장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이경훈은 퍼트에 아쉬움이 있었다. 라운드 당 퍼트 수가 28.59개로 투어 49위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60개로 출전 선수 중 6위를 기록했다. 이경훈은 "사실 최근 몇 달 사이에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며 "이번 대회를 앞두고 캘러웨이의 일자형 퍼터로 바꾼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의 분수령으로 이경훈은 2타 차로 쫓기던 17번 홀(파3) 버디를 뽑았다. 티샷을 홀에서 1m 정도 거리에 붙이면서 버디를 잡고 승기를 잡았다. 이경훈은 "피칭 웨지로 쳤는데 16번 홀 보기로 위기인 상황에서 남은 홀들은 공격적으로 공략하려고 했다"며 "17번 홀 티샷이 잘 되면서 마무리까지 좋게 끝났다"고 돌아봤다.

생애 첫 우승의 종지부를 찍은 마지막 18번 홀 그린 주위에서는 PGA 투어 우승 선배인 최경주(51)와 강성훈(34)이 축하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경훈은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최경주 선배님이 '우승할 줄 알았다'며 자랑스럽다고 말해주셨다"고 소개했다.

우승과 더불어 경사가 기다리고 있는 이경훈이다. 오는 7월에 아버지가 되는 시점에 가족에게 커다란 선물을 안기며 "앞으로 출산까지 2달 정도 남았는데 빨리 아기와 만나고 싶다. (나에게) 완벽한 우승"이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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