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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안양=이재호 기자] 안양 KGC의 역대급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는 챔피언 결정전에 온전히 집중하기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절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다리를 크게 다친 것은 물론 혼수상태(코마)에 빠졌기 때문.

비보를 접한 설린저는 가뜩이나 이틀전(5일) 있었던 2차전에서 한국 무대에 온 이후 가장 적은 8득점만 했을 정도로 페이스도 떨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설린저는 농구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트리플 더블에 준하는 맹활약(26득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으로 팀에게 100% 우승확률을 선물했다.

안양 KGC는 7일 오후 7시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3차전 전주 KCC와의 홈경기에서 109-94로 승리했다.

1,2차전 원정에서 이미 모두 승리했던 KGC는 3차전마저 승리하며 이제 우승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다. 역대 7전 4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2,3차전을 모두 승리한 팀의 우승 확률은 100%였다. 100%의 우승 확률을 거머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날 역시 ‘설교수’ 설린저의 맹활약이 있었다. 설린저는 전반전 13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경기 후 합계 26득점 15리바운드 7어시스트의 원맨쇼를 했다. 득점과 리바운드, 어시스트 모두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차전에서 설린저는 한국에 온 두달여만에 처음으로 한 자리 숫자 득점(8득점)에 그치며 부진했다. 설린저 스스로도 경기 후 김승기 KGC감독에게 “내가 욕심을 냈다. 무리하게 공격한걸 인정한다. 급했다”고 말했을 정도.

2차전 부진도 부진인데 설린저에겐 가슴 아픈 소식이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두 다리에 큰 부상을 잃은건 물론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것. 중요한 챔피언결정전이다보니 가보지도 못하는 설린저의 마음은 찢어졌다.

경기 후 설린저는 “감정적으로 많은 생각이 드는 경기였다. 감정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프로농구선수이니 본분을 다하려 했다. 경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개인적인 일은 뒤로하고 농구에만 집중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함께 자리한 오세근 역시 “설린저가 2차전은 부진했어도 오늘 경기는 정말 듬직했다”며 엄지를 들었다.

설린저 스스로도 너무 압도적인 활약에 자신을 막기위한 집중수비에 대해 의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만 잡으면 KCC 선수 5명이 보인다. 그만큼 수비가 나에게 쏠린다. 하지만 그럴 때 동료들과 함께하는 농구를 하려한다. 득점 외에도 오픈 찬스에 있는 선수를 찾고 다 같이 할 수 있는 농구를 하려고 하다보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승기 KGC 감독도 “제가 봐도 만들어보고 싶은 팀이 됐다. 감독이 타임만 제때 불러주고 칭찬해주고 하는 팀이 됐다”며 만족스러운 팀이 된 것에는 설린저의 지분이 상당하다.

비록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할지라도 ‘설교수’의 명강의는 오히려 더 절절했기에 통했다. 설린저는 9일 열리는 4차전을 끝으로 챔피언결정전까지 끝내고 빨리 친구를 보러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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