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가운데)의 깁스한 손을 꼭 잡고 있는 김연경(왼쪽). 스포츠코리아 제공
[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베테랑 센터 김세영(39)이 배구 코트를 떠난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6일 구단 공식 채널을 통해 “김세영 선수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지난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됐던 김세영은 흥국생명과 계약을 맺지 않았다. 대신 흥국생명에 “쉬고 싶다”는 뜻을 전하면서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시즌 막판 오른손 약지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는데, 이때 은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김세영은 여자 프로배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프로배구가 출범하기 전인 2000년부터 실업무대를 누볐던 김세영은 당시 첫 여자배구 역사상 첫 드래프트에서 처음으로(1라운드 1순위) 이름이 불리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이후 김세영은 2005년 KT&G(현 KGC인삼공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에서 프로 무대를 누볐다. 2011-2012시즌 종료 뒤 잠시 은퇴했으나 2014-2015시즌 현대건설을 통해 V리그로 컴백, 6시즌을 더 배구 코트를 누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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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cm 장신 센터 김세영은 프로 15시즌 동안 397경기 1511세트에 나와 971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이는 여자배구 역대 3번째((양효진 1천269개, 정대영 1천21개)로 많은 기록이기도 하다. 29개만 더하면 1000개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지만 아쉽게 은퇴를 택했다.

한편, 김세영은 지난 시즌 ‘김연경(33)의 언니’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홀로 고군분투한 김연경의 곁에서 김세영은 그를 묵묵히 토닥이고 격려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였다. 김연경도 한창 팀 불화설로 힘들었을 시기에 자신의 SNS에 “언니 옆에 있으면 난 막내”라는 말을 남기며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기도.

김연경의 멘토였던 김세영은 흥국생명의 정신적 지주이자 어린 선수들의 ‘엄마’이기도 했다. 과묵한 성격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로 평소 후배 선수들의 모범이 됐던 김세영은 지난 시즌엔 수술로 시즌 아웃됐음에도 깁스를 한 채 경기장에 나타나 후배 선수들을 격려하고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언니’가 “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은퇴를 선언했다. 김연경에게도 흥국생명에도, 그리고 배구팬들에게도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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