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가 생각나는 전북 현대다.

한달전에는 “수원 삼성으로 가는게 맞다”, “K리그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백승호 측에서 K리그행을 추진한다면 수원으로 가야하지 않겠나”라고 했던 전북은 결국 백승호를 영입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하는 차원”이라고 말한다.

전북이라는 한 구단에서 나온 말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백승호 사태를 두고 전북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말들은 백승호만큼이나 한국 축구를 기만하고 있다.

전북 현대 홈페이지
전북은 30일 백승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수원 삼성은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원 삼성 유스 소속이었던 백승호는 수원 구단의 금전적 지원(3억원)을 받으며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뛸 수 있었다. 국내로 들어올 경우 수원으로 들어오고 그러지 못할 경우 위약금을 낸다는 조항이 있었음에도 백승호는 전북과 우선 협상을 해 큰 논란이 되다 결국 수원과 어떠한 것도 풀지 못한채 전북과 계약을 했다. 수원 삼성 측은 법적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백승호가 K리그행을 추진할 때 가장 먼저 접촉한건 전북이었다. 전북과 백승호는 사실상 계약직전까지 갔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수원과 백승호가 유스시절 맺은 합의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전북 측은 "(백승호가)우선 협상도 아니고 수원으로 무조건 복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K리그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애초에 몰랐기 때문에 진행을 한 것일 뿐, 알았다면 영입 시도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만약 백승호 측에서 끝까지 K리그행을 추진한다면 수원에 가야하지 않겠나.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고 했었다.

ⓒ다름슈타트
하지만 이후 백승호와 수원은 한 발짝도 다가서지 못했다. 오히려 더 멀어졌다. 수원은 백승호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위약금을 원했다. 백승호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기본적으로 백승호 측이 선수의 성공을 위해 3억원이라는 큰돈을 받았고 국내 복귀과정에서 합의 사항을 위반하려고도 했다. 그렇다면 백승호 측이 수원에 무릎 꿇고 사죄하면서 일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결국 양측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K리그 이적시장 마감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결국 전북이 먼저 백승호 영입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래가 유망한 백승호가 무사히 선수생활이 이어갈 수 있도록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백승호 측의 잘못은 말할 필요도 없이 명백하고 전북 역시 한달전의 입장과 영입하고 나서의 말이 정반대라는 점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한달전의 전북은 백승호를 무리하게 영입하는건 ‘K리그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했다. 김상식 감독도 “수원으로 가는게 맞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하기 위한 통큰 결정으로 포장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수원 삼성 제공
전북이 이러한 결정을 내림으로 인해 백승호 사례는 하나의 표본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 유스시절 몸담았던 구단의 지원을 무시하고 해외에 나가서 타이틀만 달고 오면 전북 같은 구단이 영입해주기에 상관없다는 예시를 만들어 K리그 유스 시스템을 무시하게 됐다. 앞으로 유망주들은 원소속팀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해외 유명구단 타이틀만 달면 일사천리이기 때문이다.

수원이 3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본건은 단순히 선수의 계약불이행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닌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유소년 육성정책에 대한 중요한 시금석이 될 사안으로 판단된다”고 말한 것은 충분히 납득될 수밖에 없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전경. ⓒ프로축구연맹
전북은 이미 심판매수 사건과 해당 직원의 자살 건에 침묵을 지키며 K리그의 근간을 흔들었었고 이번 일로는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며 사망 선고까지 내렸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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