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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시작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에 합류한 양현종은 국내에서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고 어린시절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서기 위해 ‘대투수’에서 스플릿 계약이라는 굴욕적일 수 있는 대우를 받고도 미국을 향했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시범경기에서 살아남아야한다. 양현종은 10명이 넘는 ‘스프링캠프 초청권’을 받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지 못한 선수 중 하나일 뿐이다.

즉 양현종에겐 시범경기 한경기 한경기가 월드시리즈와 다름없다. 일단 여기서 앞뒤 보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 텍사스 레인저스
▶시범경기 활약과 상관없는 나머지 코리안리거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는 시범경기에서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사실상 메이저리그 26인 로스터에 드는 것에 큰 문제가 없다.

류현진은 어떤 성적을 내도 1선발이 확정이며 김광현 역시 부진하면 3,4선발, 어느정도만 하면 2선발이 보장될 상황이다. 김하성의 경우 시범경기에서 크게 부진할 경우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먼저 시범경기에 나서 초반 평가가 좋다는 점에서 큰 걱정이 필요없어 보인다. 최지만 역시 연봉조정에서 승리했고 플래툰 1루수 위치는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현종을 제외하곤 나머지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에게 시범경기는 ‘컨디션 조절’을 하는 무대일 뿐이다. 김하성, 최지만이 크게 부진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그 어떤 성적이 나와도 입지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시범경기가 중요했던 한국 선배들의 사례

그렇다면 시범경기가 중요한 선수들은 어떤 선수들일까. 바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지 못하고 스프릿계약이나 마이너리그 계약만 받은 20대 중후반 이상의 선수들이다. 물론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은 선수라도 연봉이 낮을 경우 시범경기 성적이 중요하지만 타자의 경우 백업, 투수의 경우 패전처리라도 맡겨지기도 한다.

한국 선수의 사례에서 시범경기 중요성을 찾을 수 있다.

▶2007 박찬호 : 18.2이닝 평균자책점 2.41 14탈삼진 피안타율 0.159

2007시즌 박찬호는 뉴욕 메츠에서 단 한 경기만 뛰고 마이너리그에서도 6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으로 마쳤다. 계약 종료 후 다음시즌이면 35세이기에 이대로 은퇴해도 충분했다. 하지만 박찬호는 2008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시작했던 LA다저스에 스프링캠프 초청권만 받고 입성한다. 마이너리그 6점대에 가까운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35세 노장선수에게 누구도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18.2이닝 평균자책점 2.41 14탈삼진 피안타율 1할5푼9리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한다.

이런 엄청난 활약에도 박찬호는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부터 투수가 필요해지자 1순위로 콜업됐고 이후 ‘불펜투수’ 박찬호의 2막이 시작될 수 있었다.

  • 2008년의 박찬호 모습. ⓒAFPBBNews = News1
▶2016 이대호 : 24경기 타율 0.264 출루율 0.328 장타율 0.396 1홈런 7타점

2016년의 이대호 역시 좋은 예다. 2015시즌까지 일본에서 뛰어난 활약을 했음에도 몸이 거대하고 1루수로 뛰어난 수비도 가지지 않은 이대호에 대해 메이저리그는 부정적으로 봤다. 이에 시애틀 매리너스와 굴욕적일 수 있는 스플릿계약을 맺고 이대호 역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이때 이대호에게는 헤수스 몬테로라는 잘 나가는 1루수 유망주 경쟁자가 있었다. 같은 성적이면 무조건 몬테로가 앞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입지가 더 컸다. 하지만 이대호는 시범경기에서 24경기 타율 2할6푼4리 출루율 3할2푼8리 장타율 3할9푼6리 1홈런 7타점의 활약을 했다.

냉정하게 성적만 놓고보면 그리 뛰어나지 않았지만 경쟁자였던 헤수스 몬테로가 21경기에서 타율 2할3푼7리에 출루율 2할5푼6리라는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성적을 내면서 결국 이대호가 개막로스터에 들게 됐다. 이대호 본인도 어느정도는 했지만 경쟁자가 제 풀에 떨어져나간 덕도 컸다.

▶2017 황재균 : 27경기 타율 0.333 출루율 0.353 장타율 0.688 5홈런 15타점

2017년 황재균 역시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고 시범경기에서 27경기에 나와 타율 3할3푼3리 출루율 3할5푼3리 장타율 6할8푼8리 5홈런 15타점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했다. 샌프란시스코 스프링캠프 최고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활약을 했음에도 황재균은 개막 로스터에 드는데 실패하고 6월이 돼서야 간신히 콜업 될 수 있었다. 그래도 트리플A에서 타율 3할을 넘기지 못하고 출루율도 3할 5푼도 안되는 상황에서 콜업될 수 있었던 것은 시범경기에 남긴 임팩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2018 최지만 : 27경기 타율 0.409 출루율 0.518 장타율 0.727

2017년과 2018년의 최지만은 시범경기 성적이 팀내 입지를 어떻게 결정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2017년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최지만은 시범경기에서 20경기 타율 2할 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2할3푼3리로 매우 부진했다. 자연스레 개막 로스터에 들 수 없었고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87경기 타율 2할8푼8리 출루율 3할7푼3리 장타율 5할3푼8리의 활약을 했음에도 고작 메이저리그 6경기 출전에 그쳤다.

반면 2018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 후 시범경기에서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 7할이라는 존재하기 힘든 거짓말 같은 성적을 내자 대우가 확 달라졌다.

  • ⓒAFPBBNews = News1
이미 밀워키는 1루수 경쟁자가 쟁쟁했다. 에릭 테임즈(지난시즌 31홈런), 마이너리그 옵션이 소진돼 강등시 FA가 될 위험이 있는 헤수스 아길라(지난시즌 16홈런), 팀내 간판타자 라이언 브론까지 이미 3명의 1루수를 보유 중이었음에도 시범경기 미친성적을 낸 최지만을 개막 로스터에 합류시킨다. 그리고 개막전만 뛰게 한 후 마이너리그로 어쩔 수 없이 강등시킨다.

압도적인 활약을 했음에도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이유는 스플릿 계약인 최지만의 계약상 한계 때문이었다. 애초에 밀워키를 택한 것이 잘못이었고 실제로 이전부터 자신을 원했던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된 이후에야 지금의 메이저리그 준주전급 위치의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애초에 팀을 잘 골라야 하는 이유와 시범경기 성적이 불가능한 개막 로스터에 억지로 등록하게 할 정도로 힘을 가졌다는 것과 타팀이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싶은 선수로 보이게 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최지만이 보여준 것이다.

▶양현종에겐 시범경기가 월드시리즈다

이같은 한국인 선배 메이저리거들을 봤을 때 양현종과 같이 스플릿 계약을 맺은 선수에게 시범경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월드시리즈일 수밖에 없다. 입지는 이대호와 비슷하고 상황은 박찬호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인다. 하지만 이대호의 경우 몬테로만 넘으면 됐지만 양현종은 10명은 되는 경쟁자들과 메이저리그 생존을 위해 싸워야 한다.

많은 이들이 양현종이 ‘선발’로 뛸 수 있을까를 말하지만 냉정하게 양현종은 ‘불펜’으로라도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하는 것이 우선 목표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경쟁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양현종은 정규시즌 시작전까지 5경기 내외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특성상 무조건 1회부터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등판 간격도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처지도 안된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잘하지 못하면 이후 마이너리그에서 압도적 활약을 하지 않는 이상 자신의 콜업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공인구에 대한 적응, 의사소통, 팀내 적응, 미국 타자에 대한 적응 등 수많은 과제가 있지만 그 과제를 약 3주안에 모두 통과하면서 시범경기에서 월등한 성적을 기록해야만 한다. 메이저리그 생존은 앞으로의 3주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렸다. 정말 월드시리즈에 선다는 마음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양현종이다.

  • ⓒ스포츠코리아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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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3/06 06: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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