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곧 대회를 앞두고 있는 한 격투기 단체는 최근 연달아 믿기 힘든 소식을 접하고 있다. 메인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던 선수들이 갑자기 ‘다쳤다’는 이유로 대회 불참을 통보한 것.

물론 ‘격투기’의 특성상 부상이 맞기에 어느 대회든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이탈해 대체선수가 들어오는 것은 흔하다.

사진과 내용은 관계없음. ⓒAFPBBNews = News1
하지만 그 숫자가 10명을 넘어서는 것은 비정상적이다. 아예 대회 자체를 열기 쉽지 않을 정도의 숫자다.

이미 대회 개최를 위해 대관료, 시설 설치비, 대회-방송 진행을 위한 비용을 선납한 대회사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

그렇다면 정말 그 선수들은 다쳤을까? 대회사가 확인해본 결과 2명 정도가 정말 큰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불가능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진단서 제출조차 꺼리고 있다. 계약상 진단서를 첨부해 대회 불참을 통보해야하지만 계약이행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다. 오죽하면 심판 위원장이 ‘대회를 취소하자’고 할 정도다. 메인 선수급이 10명정도가 어찌 그렇게 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우후죽순으로 아프다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선수를 들여오는 것도 힘들다보니 정말 대회 존폐를 걱정해야할 지경”이라며 하소연하는 대회 관계자다.

이미 격투기계에서 이런 ‘비겁함’은 오래전부터 지속돼왔다.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진짜 다쳤나’라는 의문부터 나올 정도. 워낙 거짓말을 많이 치다보니 진짜 늑대가 왔을 때 믿어주지 않는 양치기 소년이 된 셈이다.

이런 일화도 있었다. 한 선수가 ‘다쳤다’며 대회가 열리기 직전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그런데 불참을 선언하고 동적인 야외활동을 한 것을 SNS에 올려 ‘거짓’인게 발각돼 소송 끝에 위약금을 물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대체 격투기 선수가 격투기 대회에 나간다고 했다 ‘다쳤다’며 불참하려는 것일까. 한 관계자는 “전적관리”라는 네 글자로 설명하며 “처음엔 호기롭게 대회에 나가겠다고 했다가 대회를 앞두고 보니 행여 지면 전적에서 패가 늘어 전적관리가 안 될까봐 많은 감독들과 선수들이 두려워한다. 전적이 좋아야 외국 유명단체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게 없다. 그냥 ‘비겁해서’이다. 막상 대회를 앞두고 상대가 더 잘 준비한 것 같고 나는 생각보다 준비가 잘 안 되고 있으니 붙으면 질 것 같으니 차라리 ‘다쳤다’고 참가를 포기하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비겁함’ 때문”이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격투기계를 잘 아는 관계자는 “선수는 뛰고 싶어한다. 하지만 감독들이 말린다. 괜히 자기 선수들이 전적 관리가 잘못되면 결국 자신을 찾는 선수들도 적어지기 때문”이라며 근본적으로 감독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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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챔피언 혹은 해외 단체에서 인정받는 유명선수를 제외하곤 아직 ‘격투기 선수’라고 당당히 명함을 내밀만한 선수가 없는 것이 한국 격투기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있으면 나가 자신의 기량을 점검하고 대중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 ‘격투기 선수’가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대단치도 않은 선수가 전적관리를 한다는 명목하에 대회사의 라인업을 망친다면 그게 ‘선수’일 수 있을까. 그럼 대회를 열려는 사람들도, 대회에 투자를 하려는 투자사도, 대회를 기대하는 팬들도 모두 져버리는 비겁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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