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윤승재 기자] SK 와이번스가 신세계그룹에 인수되던 날, 신세계그룹은 또 하나의 ‘대형소식’을 터트렸다. 바로 16년 동안 미국 무대를 누빈 ‘추추트레인’ 추신수(39)를 영입했다는 소식이었다.

추신수의 영입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물론, 현재 추신수가 적지 않은 나이에 자유계약(FA) 신분이라는 점에서 미국 대신 한국행을 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긴 했다. 하지만 아직 추신수를 원하는 미국 구단이 있었다는 점과 오래전부터 ‘고향팀’ 롯데 자이언츠행만을 이야기했던 추신수였기에 한국행 가능성은 비교적 적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추신수는 한국행을 택했고, 부산이 아닌 인천에 상륙했다. 야구단 인수와 함께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신세계그룹의 적극적인 영입 의사와 KBO에서 뛰고 싶다는 추신수의 열망이 잘 들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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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번호 17번과 연봉킹, 신세계가 추신수를 움직인 성의

사실 추신수가 한국행을 택한 순간 선택지는 ‘신세계’ 하나밖에 없었다.

지난 2007년 4월 2일 해외파 특별지명에서 추신수를 지명한 팀은 신세계그룹의 전신 SK 와이번스. 추신수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 무조건 SK를 거쳐야만 했다. 이후 SK 구단을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면서 추신수 지명권도 신세계그룹이 품었다.

2020시즌 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계약이 끝나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되자, 신세계그룹은 적극적으로, 그리고 성의를 다해 추신수 영입을 추진했다. 신생팀으로서 추신수라는 상징성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결국 신세계그룹은 설 연휴가 끝난 뒤 약 일주일만에 계약을 성사시키며 추신수를 품었다.

27억원이라는 연봉에서 그 모습이 잘 드러난다. 추신수가 자신의 연봉 중 10억원을 사회공헌 활동에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이에 신세계그룹은 추신수의 보장금액으로 그의 등번호 ‘17번’과 같은 17억원을 제시하면서 총액 27억원을 추신수에게 안겼다.

등번호 17번은 추신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사용해온 번호여서 상징성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그 의미를 연봉에 넣어 추신수를 품었고, 최종적으로 연봉 27억원이라는 금액을 매기며 KBO리그 ‘연봉킹’이라는 체면도 세워줬다.

한유섬-최정-로맥 기존 타선에 FA 최주환과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가 더해졌다. 신세계 타선이 더 무서워질 전망이다. 사진= ⓒAFPBBNews = News1, 스포츠코리아 제공
▶ 추신수가 불러온 플러스 효과, 전력 강화에 홍보까지

신세계그룹도 추신수의 영입으로 전력 강화와 함께 엄청난 홍보 효과도 함께 얻었다.

16년 동안 미국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코리안 메이저리거를 ‘신세계 1호’라는 타이틀을 붙여 영입해 상징성을 부여했고, 또 인수 본계약에 앞서 이를 발표하면서 다시 한 번 신세계그룹의 프로야구 입문을 세상에 떠들썩하게 알렸다.

신세계그룹 야구단이 그리는 청사진은 익히 잘 알려진 사안이다.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그룹의 다양한 서비스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표로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진화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돔구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하면서 야구팬들을 기대케 했다.

이 소식만 해도 충분히 떠들썩한데, 신세계그룹은 추신수 영입으로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 추신수의 영입을 통해 신세계그룹은 인수 직전부터 예고했던 적극적인 투자 약속을 지킴과 동시에 야구단 운영 의지를 더 확고히 세상에 알리는 효과를 봤다.

전력 강화 측면에서도 상당한 플러스 효과를 봤다. 최주환과 김상수를 FA로 잡았지만 엄밀히 따지면 SK 와이번스의 유산이고, 또 지난 시즌 9위의 전력에서 비약적으로 전력이 상승했다는 느낌은 가질 수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추신수라는 빅네임을 영입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추신수-이대호. ⓒAFPBBNews = News1, 스포츠코리아 제공
▶ 스토리 더한 유통가 더비, 데뷔전에서 만나는 이대호

추신수의 영입으로 신세계그룹과 KBO리그는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특히 신세계 야구단과 롯데 자이언츠의 유통가 더비는 스토리가 더 진해질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의 SK 와이번스 인수 소식에 자연스레 시선은 ‘유통가 더비’로 쏠렸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미 유통 업계에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호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1,2위를 다투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기업은 이제 무대를 야구장으로 옮겨 치열한 경쟁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여기에 추신수라는 스토리가 더해졌다. 추신수의 고향은 부산으로, 추신수는 여러 매체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 고향팀(롯데)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번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신세계가 보유한 특별 지명권으로 인해 롯데행은 이뤄질 수 없었고, 결국 추신수가 신세계 야구단 유니폼을 입으면서 그토록 그리던 고향팀에 총구를 겨누게 됐다.

‘절친’ 이대호와의 승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추신수는 부산 수영초 재학 당시 이대호의 권유로 야구에 입문한 바 있다. 세월이 흘러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 텍사스(추신수)와 시애틀(이대호) 소속으로 같은 그라운드에서 첫 프로 맞대결을 펼친 두 선수는 이제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사진=윤승재 기자)
공교롭게도 신세계 야구단의 개막전 상대는 롯데로, 개막전부터 ‘新 유통가 더비’가 성사됐다. 추신수의 KBO리그 데뷔전 역시 고향팀을 상대로 한 이 경기가 될 전망이다. 4월 3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또 하나의 KBO리그 스토리가 써내려질 예정이다.

추신수는 고향팀, 이대호와의 맞대결에 대해 "반갑고 설렌다"라고 표현했다. 추신수는 입국 기자회견에서 "롯데와의 맞대결이라고 특별한 건 없다. 내가 부산에서 롯데 야구를 보고 자랐지만, 지금은 신세계 소속으로서 내 할 일을 다할 뿐이다"라면서도 고향 부산 사직야구장에 방문하는 것에 대해선 "설레고 새로운 기분이다"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이대호와의 맞대결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친구를 만나는 것은 좋다. 미국에서 한 번 상대했는데, 한국에서도 느낌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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