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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침묵' 자숙이 답일 순 없다.

‘학교 폭력(학폭)’ 핵폭탄을 쏘아 올린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26, 이상 흥국생명)은 배구계 더 나아가 스포츠판을 송두리째 흔들고 자취를 감췄다. 흥국생명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에 국가대표 자격까지 박탈당한 그들은 자필 사과문 하나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지난 10일 ‘스타 배구선수’로 승승장구하던 이재영·이다영의 명성은 ‘학폭’ 전력으로 한 순간에 추락했다. 두 선수는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의 ‘학폭’을 저질렀고, 심지어 칼을 들고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이후 추가 폭로자에 의해 학창 시절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재영·이다영 자매는 변명 없이 곧바로 사과했다. 이재영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다영 역시 "학생 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과거를 반성했다.

하지만 도덕적 눈높이가 높아진 배구 팬들은 등을 돌렸다. ‘배구계 퇴출’ 목소리까지 냈다. 포장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두 선수의 과거에 흥국생명도 칼을 빼들었다. 구단은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이재영·이다영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는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징계를 했고 KOVO는 앞으로 신인선수들에게 서약서를 받고 ‘학폭’ 관련 이슈가 터지면 영구제명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효과 없는 징계’라는 비난만 남겼다.

이상열 감독 ⓒKOVO
두 선수의 ‘학폭 논란’은 연쇄 작용이 됐다. 12년 전, 전치 3주가 나올 만큼 박철우를 구타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던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이 다시 비난을 받으며 올 시즌 잔여 경기를 포기했다. 송명근·심경섭(이상 OK금융그룹)의 ‘학폭’ 과거까지 드러나며 두 선수 역시 잔여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

이상열 감독은 논란이 계속 자신을 감싸자 사죄의 말을 반복했다. 과거는 지울 수 없겠지만, 당시 피해자였던 박철우가 최근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공개 비판을 쏟아낸 후에도 이상열 감독은 계속 사죄하는 마음을 갖겠다고 했다. 지금 사과한다고 한들 피해자의 상처가 모두 치유될 순 없다. 표면적일지 몰라도 그래도 이상열 감독은 재차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반면 정작 ‘학폭’ 논란을 쏘아올린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단 한차례 사과 후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두 선수의 부친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봐 걱정된다”며 감정적 호소를 했다. 물론 두 선수가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이긴 했다.

하지만 굉장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이다영·이재영이 직접 나서 재차 사과를 해야 한다. 반복적인 사과가 쌓이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들은 '학폭' 피해자 말고도 팀 동료, 충격을 받았을 배구 팬 등 용서를 구해야 할 사람은 많다. 하지만 아직 재차 사과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다영은 ‘사진 도용 논란’에 휩싸이자 단 하나의 ‘사과 통로’였던 SNS 계정을 폭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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