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인과응보가 있더라.”

‘폭력 전력’이 있는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55)을 끌어내린 말이다. 동시에 ‘학폭 가해자’ 이다영·이재영(26·흥국생명) 자매에게 던지는 강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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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배구계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과거 폭력 논란’이 터지고 있다. 이다영·이재영 자매로부터 시작된 이번 논란은 12년 전 유명 배구선수를 폭행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상열 감독의 과거까지 소환했다.

2009년 국가대표 선수였던 박철우(36·한국전력)는 당시 대표팀 코치였던 이상열 현 KB손해보험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 박철우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상처를 공개, 스포츠계에 만연하게 뻗어있는 폭력이 근절돼야 한다고 용기 있는 목소리를 냈다. 이 사건으로 이상열 감독은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이상열 감독은 슬그머니 일선으로 복귀했다. 2년이 조금 지난 2012년, 징계가 풀려 경기대 감독으로 복귀했다. 2013년부터는 SBS 해설위원을 맡을 정도로 잘 나갔다. 그리고 2020년엔 KB손해보험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추악한 과거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법.

이번 ‘학폭 논란’에 이상열 감독은 "어떤 일이든 인과응보가 있다. 나도 과거를 반성하고 있다"며 입을 뗐는데, 이 발언을 접한 박철우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박철우는 또 “제대로 된 사과는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이 감독이 대학 지도자 시절에도 선수에게 '박철우 때문에 넌 안 맞는 줄 알아'란 말을 한 것으로 들었다. 이상열 감독님께 사과받고 싶은 생각도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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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상열 감독은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남은 시즌 출장 포기 의사를 밝혔다.

'박철우 폭행 사건'이 잠잠해진 틈을 타 슬그머니 배구판에 다시 발을 디딘 이상열 감독이 절대 지울 수 없는 과거의 벽에 부딪히며 다시 추락한 것이다.

이다영·이재영 자매는 인지해야 한다. ‘악어의 눈물’을 흘리든 진심으로 반성하든 향후 배구판으로 돌아와도 그 결말은 ‘불구덩이행’이라는 것을.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이다영·이재영 자매에게 별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무기한 출전 정지’를 내린 소속팀 자체 징계만 풀리면 두 선수는 언제든 복귀가 가능한 어처구니없는 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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