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감감무소식이다. 계약의 기미가 보인다거나 하는 것마저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야구, 아닌 한국 스포츠 선수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벌던 선수였지만 올해는 당장 선수로 계속 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기 쉽지 않다.

추신수(39)는 과연 원하는대로 메이저리그 잔류가 가능할까. 2008년의 박찬호처럼 '백의종군'을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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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시즌을 끝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의 장기계약이 끝난 추신수는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메이저리그 팀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추신수가 언론을 통해 밝힌 원하는 조건을 종합하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주면서 금액이 많지 않더라도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한 팀’이다. 이미 돈은 벌만큼 벌었기에 계약금액이 중요하기 보다는 한번도 우승해보지 못했기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켜줄 팀이 과연 있을까라는 것.

일단 추신수가 1월이 다되도록 계약을 맺지 못한 단점은 올해로 만 39세의 노장이라는 점, 지난시즌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33경기 타율 0.236 출루율 0.323, 장타율 0.400 fWAR 0), 풀타임 수비를 맡기기엔 수비력이 떨어지고 대수비나 대주자로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39세의 나이는 매우 많다. 그리고 지난시즌 성적이 매우 좋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만약 지난 시즌이라도 성적이 좋았다면 그 성적을 바탕으로 FA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오히려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기록했다.

게다가 추신수의 수비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더 안좋아졌다. 20도루까지 기록한 적은 있지만 대주자 요원을 볼 정도로 발이 빠르진 않다.

환경적 요인 역시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팀들이 재정 악화를 겪으면서 투자를 꺼려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아직까지도 투수 최대어인 트레버 바우어조차 계약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는 싸고 미래가 있는 어린 선수를 키우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베테랑의 경우 성적 그 이상으로 팀 분위기를 잡고,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역할을 기대하는데 이런 무형적인 것을 위해 투자하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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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메이저리그 계약을 제시받아도 100만달러 수준에서 최대 200만달러일 것이다. 물론 추신수에게 금액은 전혀 중요치 않지만 우승권에 있는 팀에서 오직 대타 혹은 백업 외야수로 쓸 수 있는 추신수를 데려갈 가능성이 많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 마이너리그 계약인 스플릿 계약밖에 받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시즌을 앞둔 박찬호가 떠오른다. 2007년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단 1경기 출전에 그쳤고(4이닝 7실점) 마이너리그에서도 6승 14패 평균자책점 5.97로 사실상 투수로써 사망선고가 내려진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박찬호는 2008시즌을 앞두고 자신이 프로생활을 시작한 LA다저스에 요청해 스플릿 계약을 받아들였고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끝에 불펜투수로 부활했다. 직전시즌 마이너리그에서 평균자책점 6점대에 가까운 부진을 보였던 선수가 곧바로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3점대의 불펜투수로 부활한 것이다. 그 덕분에 박찬호는 2010시즌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었고 끝내 124승을 거두며 아시아 최다승 투수로 남게 됐다.

2021시즌을 앞둔 추신수와 2008시즌을 앞둔 박찬호에 차이가 있다면 추신수는 39세, 박찬호는 35세를 앞둔 상황이라는 점과 추신수는 직전시즌 그래도 메이저리그에서 뛰었고, 박찬호는 직전시즌 마이너리그에서도 엄청난 실패를 했었다는 점이다.

메이저리그 계약조차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에서 추신수는 최악의 경우 스플릿 계약까지 받아들이면서 '백의종군'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선택을 하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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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 그 너머를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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