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제와서 하는 말이 아니다. 2019 아시안컵 8강 탈락 후에도 같은 얘기를 했고(고집or신념 안꺾는 벤투, 그의 방향은 옳은가[이재호의 할말하자]), 줄곧 축구대표팀 경기마다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왜 한국은 빌드업을 하고 패스를 많이 하며 점유하는 축구를 해야하나. 아시아에서는 통할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이 바라보는 것은 ‘세계’다. ‘월드컵 16강 문지기’ 멕시코를 상대로도 후방 빌드업과 패스 축구가 되지 않는 것이 증명됐다.

손흥민이라는 세계 최고의 역습 특화 선수를 가지고, 그리고 스페인 라리가 명문 발렌시아에서 역습상황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공을 잘 지키는 이강인 등의 선수를 보유하고도 무조건 빌드업하고 패스하고 점유하려는 축구로 한국 축구 인재를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대한축구협회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A매치 평가전에서 한국은 2-3으로 패했다. 선제골을 넣었음에도 3분 20초만에 3실점을 하며 완전히 무너졌다. 경기내용 역시 멕시코에게 한수 뒤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은 경기 직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이나 나오며 정상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게다가 중국-일본 구단의 차출 거부로 중앙수비수인 김영권, 김민재, 박지수의 차출 역시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이날 파울루 벤투 감독은 3백을 가동했고 권경원을 제외하곤 나머지 두 명의 중앙 수비수는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를 보는 원두재와 정우영이 섰다. 원두재의 경우 A매치 데뷔전이었다.

그러다보니 수비라인이 무너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문제점은 3분20초만에 3골을 실점한 것이 아니라 경기내내 후방 빌드업과 벤투가 원하던 패스 축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원두재는 올시즌 울산 현대에서 가장 뛰어난 패스와 빌드업을 보여준 선수였다. 정우영은 31세의 나이로 대표팀 베테랑으로 패스만큼은 손꼽히는 선수다. 오히려 김민재-김영권이 중앙수비수를 볼때보다 패스만큼은 더 향상된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후방빌드업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전술적으로나 기량적으로나 멕시코라는 강팀을 상대로 빌드업을 하기에 한국 축구가 무리라는 것은 방증한다.

멕시코는 1994 미국월드컵부터 최근인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7개 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했고 16강에서 모두 떨어진 팀이다. 즉 멕시코를 이기는 팀이라면 16강 이상을 갈 수 있고, 멕시코에게 진다면 16강에 갈 수 없는 팀이라봐도 무방할정도로 ‘7개 대회 연속 16강 탈락’이라는 데이터는 특이할만하다. 당장 한국은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멕시코에게 1-3으로 져 조별리그 탈락을 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도 1-2로 패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즉 멕시코는 세계적으로 강하지만 그렇다고 최상위수준으로 강한 팀은 아니다. 바로 이런 팀을 상대로도 빌드업과 패스 축구가 통하지 않는 것을 직접 확인했는데 계속해서 이런 축구를 구사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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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국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를 통해 같은 교훈을 얻은 바 있다. 2015년 슈틸리케는 아시아팀만 대부분 상대한 A매치에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겼다’고 자랑하고 볼점유율이 매우 높다고 추앙받았다. 하지만 2016년 6월 스페인과의 유럽 원정 A매치를 통해 처절하게 ‘빌드업-패스 축구’의 한계를 맛봤고(1-6 패배) 이후 아시아 강팀이 있는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급격히 흔들리다 경질됐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후방 빌드업 되는 수비수' 장현수를 갖고도, 그리고 전성기의 기성용을 보유하고도 빌드업은 세계 무대에서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이후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가 해오던 패스 축구를 버리고 수비를 단단히하는 실리 축구로 가면서 그동안 해오던 축구가 의미없어졌다. 물론 시간이 짧고 실리조차 챙기지 못하는 축구로 신태용 축구 역시 실패했지만 ‘세계 1위’ 독일을 잡는 성과는 냈다.

한국 축구는 항상 딜레마에 있다. 아시아 축구에서는 점유하고 지배할 수 있어도 세계 축구 수준에서는 이것이 쉽지 않은 것. 이럴때마다 계속해서 점유하고 지배하는 축구를 고수할 것인지, 아니면 선수비-후역습의 축구로 바꿀 것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한국 대표팀의 멤버 구성이 기본적으로 역습에 특화된 선수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손흥민은 역습에서만큼은 가히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다. 설명이 필요없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팀 역습의 중심으로 공을 지켜내고 다시 전방으로 뿌리고 달려가는 역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 황희찬 등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한국대표팀은 외부에서 볼 때 ‘손흥민 원맨팀’이다. 그만큼 손흥민이라는 월드클래스 선수를 가진 것이 크고 그렇다면 이 선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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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투 감독 부임이후 손흥민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아 매번 논란이 됐다. ‘왜 토트넘에서만큼 손흥민을 못쓰나’로 축구전문가들이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멕시코전 역시 손흥민 특유의 빠른 돌파와 슈팅보다는 손흥민이 패스를 하고 방향전환을 해주는 역할이 부각됐다. 물론 그것도 좋았지만 손흥민은 손흥민다울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다.

무조건 뒤에서 만들어가고 패스하며 지배하는 것이 좋은 축구가 아니다. 수비를 단단히하고 역습하는 축구도 나쁜 축구는 아니다. 좋은 축구와 나쁜 축구는 나눠지는게 아니라 그 팀의 색깔에 맞느냐, 안맞느냐로 갈리는 것이다.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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