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LA다저스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해냈다. 오렐 허샤이저로 대표되는 1988년 우승 이후 무려 32년 만이다.

인기 있고 좋은 신인들이 배출되지만 늘 헛돈만 쓰는 이미지였던 다저스는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 부임 이후 확실한 강팀으로 변모하더니 8년 연속 지구 우승 끝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다저스는 어떻게 32년만의 한을 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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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의 1990년대 지나 헛돈만 쓰던 2000년대

1988년 우승 이후 다저스는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보다 추락만 했다. 1990년대 들어 박찬호, 노모 히데오 등 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고작 한차례 포스트시즌을 가본 게 전부였다. 다저스 역사에 1990년대는 암흑기였다.

2000년대에는 최초의 1억달러 계약을 맺은 케빈 브라운 등으로 대표되는 고액 선수들을 잡았지만 월드시리즈와는 거리가 먼 `적당한 강팀' 이 다저스의 포지션이었다.

미국 서부의 최고 인기구단이자 재키 로빈슨, 박찬호와 노모 등으로 대표되는 흑인과 아시아인을 최초로 발굴하는 선진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성적은 매번 기대 이하였던 다저스다.

2010년대 들어 다저스는 중대한 변화를 맞는. 바로 2004년부터 다저스를 사들여 다저스의 성적은 나몰라라하고 이득만 챙긴 프랭크 맥코트 구단주 부부가 이혼소송을 계기로 구단을 매각한 것.

2012년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는 21억500만달러(약 2조4000억원)라는 거액에 다저스를 사들였다. 다저스 팬들은 드디어 맥코트 구단주 체제를 벗어난 것에 환호했고 다저스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한다.

왼쪽부터 마크 월터 다저스 구단주와 CEO 스탠 카스텐, 사장 앤드류 프리드먼, 데이브 로버츠 감독. ⓒAFPBBNews = News1
▶탬파베이 바꾼 프리드먼 영입과 우승 가능한 ‘지속적 강팀’

구겐하임 그룹은 다저스 매입 이후 2년은 기존 네드 콜레티 단장에게 팀을 맡겼다. 하지만 워낙 많은 돈을 쓰고 유망주 육성은 없어 ‘지속가능한 강팀’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구겐하임 그룹은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있던 앤드류 프리드먼 단장을 사장으로 데려오며 변화를 알렸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없고 돈도 적게 쓰는 팀이었던 탬파베이를 이끌고 뉴욕 양키스를 이기는 팀으로 만든 프리드먼이 부임하자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2015년 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맷 켐프를 내보내고,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던 잭 그레인키를 잡지 않고 FA가 되도록 놔뒀다. 2016년에는 알렉스 게레로, 칼 크로포드 등 소위 ‘먹튀’ 선수들을 처분했다.

이렇게 활약은 적지만 돈만 많이 받던 선수, 혹은 필요해도 지나치게 많은 돈을 요구하는 선수는 잡지 않고 그 돈으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여러명 영입하면서도 기존 유망주를 활용해 S급 선수를 데려오는데 활용한다.

FA가 얼마남지 않은 S급 선수를 싼값에 트레이드로 데려오고(다르빗슈 유, 매니 마차도, 무키 베츠) 타팀에서 활약이 좋지 않던 백업급선수를 주전급(저스틴 터너, 맥스 먼시, 키케 에르난데스등)으로 키우고 핵심 유망주였던 코디 벨린저와 코리 시거, 훌리우 우리아스는 기둥 선수로 키웠다.

다저스는 빠른 속도로 ‘지속가능한 강팀’이 됐다. 여기에 클레이튼 커쇼, 켄리 잰슨 등 자신들이 생각하는 핵심 선수들은 장기계약으로 잡으며 집토끼 역시 확실히 지켰다.

결국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프리드먼이 부임한 2015시즌부터는 6년간 6할 이상의 승률만 3번 기록할 정도로 가히 ‘압도적’인 팀이 됐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팀들은 지난 몇 년간도, 그리고 향후 몇 년간도 목표가 ‘지구 2위’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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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물량 야구’, 무서운 건 지금이 아니라 미래

프리드먼 사장이 부임한 이후 다저스의 전략은 확실하다. 소위 말하는 핵심타자-에이스 투수-마무리 투수 정도만 제외하고는 나머지 선수들은 ‘물량 공세’로 두터운 선수층으로 도배한 것.

류현진이 있을 때도 한국팬들은 ‘류현진이 아무리 잘해도 불펜으로 밀릴 수 있다’고 걱정할 정도로 다저스는 투수도, 타자도 많다. 그것도 단순히 양만 많은게 아니라 질적으로도 뛰어나다.

플래툰(우투수엔 좌타자, 좌투수엔 우타자) 타자들을 대량 보유하고 대부분의 타자들이 한 포지션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볼 수 있게 훈련했기에 부상 혹은 상대팀 상황에 따라 포지션과 타순에 얼마든지 변화가 가능하다.

또한 투수들은 선발 5인 로테이션이 모자랄 정도로 즉시 활용가능한 선발투수를 쌓아놓고 있다. 여기에 소위 ‘퀵후크’로 불리는 이른 선발 투수 교체를 적극 활용해 ‘타순이 3바퀴돌때부터 투수가 부진한 확률이 높다’는 이론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죽하면 월드시리즈 우승 당시 ‘다저스는 100%가 아닌 120%정도 수준을 갖추고 경기를 한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닥 크지 않은 결함으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한 선수들을 대량 영입해 장점만 특화시키는 ‘물량 야구’는 전미를 오가며 162경기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메이저리그 일정의 맞춤식이었다.

더 위력적인 것은 월드시리즈에 우승한 다저스가 아니라 앞으로의 다저스다. 다저스는 커쇼, 젠슨 등이 32세이긴 하지만 벨린저-시거-베츠 등은 20대 중반이다.

또한 트레버 메이-우리아스-토니 곤솔린 등 선발 투수진도 20대 초중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선수들을 마음만 먹으면 계속 쓸 수 있는 재력이 갖춰진데다 프리드먼 특유의 유망주 발굴, ‘물량 야구’로 인한 지속적인 선수단 보충 등으로 다저스는 ‘지속 가능한 강팀’에서 ‘지속 가능한 우승팀’이 됐다. 2020년대는 ‘다저스 왕조’가 지배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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