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때부터 꿨던 꿈 하나를 이뤘습니다. 이제 다음 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NC다이노스가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던 날, 구단주인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창원NC파크 그라운드로 나와 팬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야구광’ 소년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최동원 같은 투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비록 선수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야구에 대한 사랑을 꾸준히 이어온 끝에 구단주로서 ‘야구광’의 꿈을 이뤘다.

그리고 그 소년은 프로야구 입성의 꿈을 이룬 지 불과 9년 만에 ‘1위팀’ 구단주로 등극하며 기쁨의 눈시울을 붉혔다.

NC 김택진 구단주와 키움 허민 이사회 의장. (사진=스포츠코리아,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또 한 명의 ‘야구광’은 반대의 한 해를 보내야 했다.

허민 키움히어로즈 이사회 의장 역시 소문난 야구광이다. 한때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프로 경력이 전무한데도 미국 독립리그에 도전하는 등 남다른 야구사랑을 뽐냈던 그였다.

그리고 키움 히어로즈의 이사회 의장까지 오르며 ‘성공한 야구덕후’의 반열에 오르나 싶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그는 2군 선수들과의 캐치볼, 감독 작전 개입 등 구단 사유화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아야 했다.

"야구만을 위한 구단 만들겠다"는 야구광의 꿈, 9년 후 1등 구단으로

김택진 대표는 어렸을 때 만화를 보며 꿈을 키웠고, 중학교 시절엔 빠른 볼을 던지기 위해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닐 정도로 야구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던 야구광이었다.

NC다이노스라는 구단은 김 대표의 ‘꿈의 결정체’였다. 2011년 창단 기자회견에서 그는 “야구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나한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다”라면서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라고 전하며 앞으로 만들어갈 NC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NC가 걸어온 길은 김 대표가 창단 기자회견에서 말했던 대로 흘러갔다. 모기업 낙하산 인사가 아닌 공개채용을 통해 야구단을 구성했고, 야구인 출신들을 중용하고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팀을 꾸려왔다.

ⓒNC다이노스
그렇다고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것도 아니다. 데이터팀을 신설, 보다 더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만들며 현장을 서포트했고, 여기에 과감한 투자로 구단이 최고의 선수단과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아낌없는 투자를 진행했다.

2018시즌 후 김 대표와 선수단의 회식 자리에서 나온 선수의 “양의지 사주세요”라는 한 마디에 양의지 영입이 추진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만큼 김택진 구단주는 현장에 귀를 잘 기울였고, 여기에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까지 더해져 NC는 창단 9년 만에 1등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정말 모기업을 위한 야구가 아닌, 야구만을 위한 구단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꾸준히 지켜 1위로 발돋움한 NC였다.

야구단을 자신의 꿈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던 야구광, 논란의 중심으로

반면, 함께 성공한 야구덕후로 조명을 받았던 허민 의장의 행보는 김택진 구단주와는 달랐다. 조용하지만 과감한 투자로 팀을 서포트했던 김 구단주와는 달리 허민 의장은 각종 도 넘은 기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2018년 12월 히어로즈 구단의 사외이사이자 이사회 의장이란 직함으로 프로야구계에 발을 들였다. 구단 경영을 감시·감독하고 투명성과 객관성을 강화하는 이사회 의장일 뿐 구단주는 아니었지만, 최측근 하송 부사장의 히어로즈 대표이사 취임을 계기로 구단 경영 전면에 나섰다.

허 의장은 숱한 논란을 쏟아냈다. 구단 운영에 일거수일투족 간섭한 의혹이 계속 제기 됐고, 허 의장의 야구사랑을 가장한 기행도 드러났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 투수로 나서 프로 선수들을 상대하고 선수들을 불러내 타격을 시키는 기행을 벌여 빈축을 샀다.

지난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투수로 나서 1군선수들을 상대한 허민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제공
논란은 손혁 감독의 갑작스런 사퇴로 더 커졌다. 2019년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린 장정석 전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던 히어로즈는 대신 택한 손혁 감독마저 잔여 경기 12경기를 남겨두고 중도하차 하자 허민 의장의 구단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고, 여기에 투수 기용이나 번트 작전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의혹까지 드러나 과도한 운영 개입 논란마저 일으켰다.

야구계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현장을 무시하고 구단을 좌지우지하려는 허민 의장의 움직임에 9년 전 독립야구단을 창단한 그의 도전을 칭찬했던 야구인들도 이젠 그에게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한 명은 NC로, 한 명은 고양원더스로 야구계의 주목과 칭찬을 받았던 ‘야구광’들이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희비는 완전히 갈렸다. 한 명은 현장 존중과 아낌없는 투자로 팀을 우승 반열에 올려 놓았고, 한 명은 구단 사유화 의혹에 집중포화를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과 야구계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그들의 꿈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구단을 온전히 ‘자신의 꿈’이라고 생각하고 그 꿈을 실현해 나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구단을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수단’정도로 생각하고 왜곡된 방향으로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이 있었다. 결국, 전자의 야구광은 헹가레의 중심에, 후자의 야구광은 논란의 중심에 서며 희비가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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