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고대하던 타이틀전이 불발됐다. 탑독으로 평가받았음에도 ‘언더독’ 브라이언 오르테가에게 제대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5라운드 내내 장기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상대가 원하는 페이스에 말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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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UFC 파이트 아일랜드에서 열린 UFC 파이트나이트 180 페더급 브라이언 오르테가와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5라운드 5분, 총 25분 경기 종료 후 만장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2라운드 초반, 정찬성이 안으로 들어가 원하는 경기를 했다. 하지만 오르테가는 처음엔 조금 당황하다가 방어를 잘하고 태클까지 시도하며 자신이 원하는 흐름으로 가져왔다. 결국 2라운드 50여초를 남기고 정찬성이 안으로 파고들 때 오르테가는 카운터 백스핀 엘보를 시도했고 팔꿈치와 팔뚝에 정찬성의 머리가 맞아 큰 타격을 입었다. 오르테가는 이 틈을 이용해 정찬성을 몰아쳤고 정찬성은 겨우 회복해 KO만은 막아냈다. 하지만 데미지가 큰 상황에서 3라운드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27-30으로 3라운드까지 정찬성의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 4라운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서로 타격 중 오르테가의 머리 버팅으로 인해 정찬성의 왼쪽 눈 위가 부딪쳐 출혈이 심했다. 이후 출혈은 멈췄지만 5라운드에는 오르테가는 라이트로 정찬성의 다친 눈 분위를 전략적으로 공격하며 시간을 벌었다. 정찬성은 이대로 KO를 못시키면 패배가 유력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서든 승부를 끝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오르테가가 도망치기에 성공하며 끝내 판정패했다.

오르테가의 경기 전략은 명확했다. 좀 더 긴 리치를 이용해 최대한 아웃복싱을 하며 레그킥으로 거리를 벌리면서 정찬성에게 지속적인 데미지를 주는 것. 정찬성이 붙으려하면 카운터 위주의 공격을 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그라운드 싸움도 몰고가며 최대한 정찬성과의 인파이트 싸움은 피했다.

정찬성은 1라운드 막판부터 감을 잡은 듯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하지만 2라운드 50여초를 남긴 상황에서 오르테가의 카운터 백스핀 엘보에 맞으면서 큰 데미지를 입었다. 이 데미지 이후 오르테가는 곧바로 파운딩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자 자신이 유리함에도 한방에 끝내기보다는 이 유리함을 지속적으로 끌고가는 것을 택했다.

굉장히 냉정하고 차갑게 오직 승부에 이기는 것만 생각한 오르테가였고 3라운드까지 27-30 수준으로 정찬성이 뒤지는 것을 깨달은 이후부터는 더욱 아웃복싱에 치중했다. 정찬성 역시 3라운드까지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판정으로 가면 패한다는 것을 알기에 4라운드부터는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오르테가는 계속 물러났고 4라운드 나온 버팅으로 정찬성의 왼쪽 눈가가 찢어져 출혈이 되자 그 부위만 집중적으로 노리며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마저 활용했다.

문제는 정찬성이 이런 오르테가의 전략에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25분간 제대로 오르테가에게 펀치를 꽂아 오르테가가 휘청인적도 없었고 시원한 타격을 퍼붓지도 못했다. 애초에 리치가 긴 오르테가가 이런 전략을 쓸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기본적인 작전의 실패며 알고도 대응하지 못했다면 이 역시 전략의 실패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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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성 스스로도 경기 후 SNS에 "3, 4, 5라운드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안 나는데 (영상을 통해) 싸우는 모습을 보니 엄청나게 신기하다"고 했다. 이어 "경기를 지면 왜 졌는지 복기해야 한다. 오르테가의 사우스포 비율이 매우 높았다. 그런 스탠스로 나올 땐 상대를 끌어들이는 전략으로 준비했었는데. 실전에서 효과적으로 맞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경기만 이기면 타이틀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조제 알도와의 레전드 타이틀매치 이후 고대하던 타이틀전이 바로 눈앞이었지만 정찬성은 전략실패로 인해 기회를 날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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