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0 메이저리그가 9월 28일(이하 한국시간)을 끝으로 60경기 단축시즌 정규리그가 종료된다. 30일부터는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시작으로 약 한 달간의 ‘가을의 전설’ 포스트시즌이 열린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코로나19로 인해 정규리그가 축소되는 대신 기존 10개팀에서 16개팀으로 확장된 형태로 열린다. 월드컵의 16강 토너먼트 시스템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9월 30일 아메리칸리그의 와일드카드 시리즈부터 디비전시리즈(8강)는 10월 6일부터, 리그챔피언십(4강)은 10월 12일부터, 월드시리즈는 10월 21일부터 7차전까지 갈 경우 29일 종료된다. 딱 한 달 일정이다.

1994년 박찬호가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은 이후 올해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까지 총 22명의 선수가 꿈의 무대에 섰다. 포스트시즌은 야구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인 만큼 한국 선수들은 수없이 도전했고 좌절하고, 기뻐하기도 했다. 한국 메이저리거들의 지난 ‘가을’을 되돌아본다.

ⓒAFPBBNews = News1
▶박찬호에겐 애증의 존재, 포스트시즌

박찬호에게 포스트시즌은 가히 ‘애증’의 시즌이었다. 전성기였던 LA다저스 시절에는 팀 전력이 약해 에이스임에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전성기가 지나고 ‘퇴물’소리를 듣던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유니폼을 입고 고작 2이닝(무실점)을 던졌다. 박찬호는 그렇게 포스트시즌과 연이 닿지 않는가 했다.

2007년부터 박찬호는 마이너리그를 전전했고 그렇게 끝나는가 했다. 하지만 2008년 LA다저스에서 불펜투수로 부활에 성공했고 전성기 때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으로 2008 포스트시즌에 1.2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이 디비전시리즈에서 탈락하며 큰 인상을 남기진 못했다.

200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이적한 박찬호는 시즌 중 선발경쟁에서 탈락하고 불펜투수로 다시 뛴다. 필라델리파의 주축 불펜으로 거듭난 박찬호는 챔피언십시리즈부터 월드시리즈까지 무려 8경기에 호출될 정도로 중용됐고 6.2이닝 3실점을 했다.

특히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을 통해 메이저리그 데뷔 16년만에 드디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가 우승에 실패했고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떠나면서 끝내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는 껴보지 못한채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했다.

말년에 얼마나 박찬호가 우승반지에 대한 욕심이 강했는지는 2008년 우승팀인 필라델피아로 2009년 이적하고, 2009년 우승팀인 양키스로 2010년 이적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승반지를 껴보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아쉬운 꿈이 된 박찬호다.

ⓒ연합뉴스
▶한국출신으로 유일한 우승, ‘가을의 전설’된 김병현

22명의 메이저리거가 도전했지만 현재까지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딱 한명, 김병현밖에 끼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3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 투수로 폭풍같은 질주를 거듭했다. 2001년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2.98에 19세이브를 기록하며 불펜 에이스였던 김병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총 4경기에서 6.1이닝 무실점 단 1피안타라는 무시무시한 투구를 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전설로 남은 그 장면이 나오고 만다. 월드시리즈 4차전 3-1로 앞선 9회말 2사 1루에서 티모 마르티네즈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은 것. 아웃 하나면 경기가 끝나는데 승부는 연장으로 갔고 연장 10회에도 김병현은 그대로 올라와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고 만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일 다음날 열린 월드시리즈 5차전, 팀이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또 김병현은 9회말에 등판하고 2사 2루에서 스캇 브로셔스에게 또 다시 거짓말 같은 동점 투런 홈런을 맞는다. 두 경기 연속 9회말 2사에서 동점 홈런을 맞으며 승리를 날린 것. 김병현은 마운드에서 주저앉았고 그렇게 애리조나 창단 첫 우승을 날리는 역적이 되는가 했다.

하지만 애리조나는 2승3패로 뒤지며 1승만 주면 끝인 시리즈를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의 엄청난 역투 끝에 결국 뒤집기 우승을 해낸다. 우승을 했기도 하지만 설령 우승을 못했다 할지라도 김병현을 탓하기 힘든 애리조나였다. 김병현은 불펜투수임에도 그해 98이닝을 던지는 혹사를 당했기 때문. 김병현없이 월드시리즈를 올라오는 것도 불가능했다는 것을 애리조나 팬들은 안다.

이후 김병현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도 포스트시즌 로스터에선 제외됐지만 팀이 우승을 하며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양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동양인이 됐다. 김병현이 동점 홈런을 맞고 마운드에 주저앉는 모습은 지금까지도 월드시리즈 명장면을 뽑을 때 탑3에 항상 들어가는 진짜 ‘가을의 전설’이 됐다.

ⓒAFPBBNews = News1
▶류현진, 한국선수 첫 PS 선발등판에 1선발까지

류현진은 선배들이 밟지 못한 남은 고지를 점령했다. 2013년 데뷔 첫해부터 포스트시즌에 선발등판하며 한국인 최초의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을 했고 2018년에는 디비전시리즈에서 1선발로 나서기도 했다.

다저스에서 7년간 총 4번의 포스트시즌에 나갔는데 2014년(6이닝 1실점)을 제외하곤 모두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월드시리즈까지 나섰던 2018년에는 4경기 19이닝 평균자책점 5.21로 아쉬움이 컸다.

류현진의 포스트시즌 통산 평균자책점은 4.05로 2.98(24일까지)인 정규시즌보다도 1이상 높다. 이미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된 류현진 입장에선 포스트시즌도 정규시즌만큼 잘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설욕의 장이다.

ⓒAFPBBNews = News1

▶아쉬움만 컸던 추신수-오승환-최지만

추신수와 오승환, 최지만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아봤었다. 추신수는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소속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서 팀은 패했지만 홈런을 때려내며 강렬한 포스트시즌 신고식을 한바 있다.

또한 2015년과 2016년 텍사스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는데 2015 디비전시리즈 5차전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을 제외하곤 큰 활약이 없었다(PS 통산 타율 0.222). 디비전시리즈 이상에 나가본적도 없고 텍사스와 계약이 종료되는 올해 역시 포스트시즌에 못 나가기에 화려한 커리어에 비해 포스트시즌은 빈약한 커리어를 가지게 됐다.

지금은 국내에 복귀한 오승환은 2018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바 있다. 당시 오승환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연장 10회 나와 1.2이닝 무실점 호투를 했었고 이후 디비전시리즈에서 2경기 1.1이닝 2실점의 다소 아쉬운 투구를 했다. 팀이 일찍 떨어지며 짧은 메이저리그 생활에서 포스트시즌은 맛만 봤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 역시 포스트시즌 경험은 있다. 바로 지난해 탬파베이 소속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 포함 총 6경기에 나왔다. 하지만 6경기 16타수 3안타(타율 0.188)에 그치며 별다른 활약은 하지 못했다. 팀도 결국엔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 디비전시리즈에서 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