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에 3만~4만명에 달하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워낙 많은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리다보니 메이저리그 역시 아무리 피하려해도 자유롭지 못하다. 개막 한달이 지난 현재 메이저리그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속출하고 있다.

메이저리거가 된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스케이터 에디 알바레즈. ⓒAFPBBNews = News1
▶진짜 ‘공포의 외인구단’된 마이애미 말린스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문제구단' 마이애미 말린스는 구단의 재정적-운영적 문제를 넘어서 2020시즌은 ‘외인구단’ 콘셉트로 구단을 운영 중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 30명 중 18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며 반강제적인 외인구단으로 변모한 것이다.

현재 마이애미에는 특이한 이력의 선수들이 있다. 에디 알바레스가 대표적. 알바레스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은메달리스트 출신. 스케이트와 야구 두 종목 모두 뛰어났던 알바레즈는 고교 졸업 후 일단 올림픽을 위해 쇼트트랙에 전념해 소치올림픽 남자 계주 종목의 미국 대표팀 일원으로 은메달을 따냈다.

알바레스는 올림픽 후 야구 전향을 선언했다. 그리고 2014년 2월 올림픽이 끝나고 4개월 지난 6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무려 6년간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텼다.

마침내 마이애미가 코로나 확진자들로 인해 선수가 부족해지자 그를 대체선수로 발탁,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지금도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활약 중이다.

알바레즈 외에도 마이애미 ‘외인구단’에는 야구 역사상 최초의 ‘풀타임 양손투수’ 팻 벤디트가 있다. 2015년 등장과 동시에 스위치 투수(좌타자에는 좌투, 우타자에는 우투)로 큰 주목을 받았던 벤디트는 데뷔 첫해 26경기 평균자책점 4.40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하지만 이후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더니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경기 뛰는데 그쳤고 커리어 대부분을 마이너리거로 보냈다. 그러나 투수가 부족해진 마이애미에 부름을 받았다.

이외에도 2010년대 초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백업 포수로 괜찮았지만 지난 4년간 메이저리그 17경기 출전에 그쳤던 라이언 라반웨이도 마이애미에서 뛰고 있다.

여기에 2013년 신인계약을 했지만 지난해까지 6시즌 동안 마이너리그 더블A도 가지 못했던 움베르토 메히야가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 있다. 크게 루키-싱글A-더블A-트리플A-메이저리그로 나뉜 단계에서 고작 2단계 밖에 못간 선수가 곧바로 메이저리그 선발진에 들어간 해괴한 상황이다.

전직 스케이트 선수, 양손투수, 메이저리그에서 잊혀졌던 베테랑, 풋내기 어린 선수 등 마치 만화에서나 나올 외인구단같은 로스터지만 놀랍게도 마이애미이 성적은 나쁘지 않다. 27일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의 성적(14승12패). 코로나로 울며 겨자먹기로 외인구단이 됐지만 이제 정말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포스트시즌까지 노리는 팀이 된 마이애미다.

뉴욕메츠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상단)와 마커스 스트로먼. ⓒAFPBBNews = News1
▶시즌 중 선수가 계약파기… 한번 사례 나오자 연달아 나와

뉴욕 메츠의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는 원래 ‘악동’으로 유명했다. 메이저리거 생활 8시즌만에 올스타 2회에 뽑혔고, 35홈런 105타점(2015년)을 올리는 등 실력은 의심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경기 전날 부상자명단에 올랐는데 골프를 친 것은 물론 2019시즌을 앞두고는 목장에서 넘어져 아예 시즌을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이처럼 인성과 프로의식 ‘폭탄’은 결국 터지고 말았다. 지난 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원정을 앞두고 경기 당일 세스페데스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구단 직원들이 전화 연락을 해도 받지 않자 호텔을 가보니 짐을 모두 챙긴채 떠나 버린 상황이었다. 세스페데스는 “코로나19로 위험해 시즌을 뛰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곧이 듣는 이는 없다. 출전 기회가 많지 않은 데 따른 불만으로 시즌 중단을 선언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구단이 시즌 중에 선수를 방출하는 경우는 있어도 한참 메이저리그 주전으로 뛰던 선수가 스스로 박차고 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변명만 그럴싸한 ‘무단이탈’은 현지에서도 큰 비난을 하고 있다.

메츠에 이런 사례가 나오자 추가 사례까지 나왔다. 구단에서 열심히 재활을 시켜 메이저리그 복귀를 앞뒀던 선발 투수 마커스 스트로먼이 갑자기 “가족의 건강을 위해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않겠다”며 계약을 해지한 것. 메츠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현지에서는 세스페데스 전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두 선수 모두 마침 올시즌을 끝으로 메츠와 계약이 끝난다. 자신들은 능력이 있기에 내년에 정상적으로 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기는 듯 하지만 이렇게 구단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고 타구단이 이런 선수를 영입할지 미지수다.

숙소를 무단 이탈해 메이저리거에서 쫓겨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투수 잭 플리삭과 마이크 클레빈저. ⓒAFPBBNews = News1
▶숙소 이탈 말라는데 몰래 나간 선수들, 클리블랜드는 ‘강등 조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는 고등학교 숙소에서나 볼법한 해프닝이 터졌다. 투수 잭 플리삭이 밤에 숙소를 몰래 빠져나가 시내에서 친구들을 만난 것. 이 일이 적발되자 논란이 됐고 며칠뒤 알고 보니 투수 마이크 클레빈저도 플리삭과 함께 숙소를 이탈해 놀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플리삭의 경우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오히려 언론을 비난했다. 이에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나서서 이 무단이탈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베테랑 투수 올리버 페레즈는 “두 명의 선수를 징계하지 않으면 팀을 떠나겠다”고 공개 비난했고 아담 플루코도 “그들은 우리에게 상처를 줬고, 거짓말을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두 선수로 인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이애미처럼 집단감염의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

원래 동료들간의 분쟁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외부로 표출하는 것은 세계 어디서든 금기시되어있다.

하지만 오히려 동료들이 나서서 비난할 정도가 되자 클리블랜드 구단도 두 선수를 예비인원 캠프로 강등시키며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올시즌 메이저리그에 두 선수를 부르지 않을 것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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