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 온 김광현, 잔인한 아이러니에 직면했다.”

미국 현지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현재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김광현이 꿈을 쫓아 미국에 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한국에서 야구를 계속 하고 있었을텐데…'라는 안타까운 가정과 함께.

우여곡절 끝에 큰 꿈을 안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김광현이지만 도통 경기에 나서질 못하고 있다. 입단 후 반년이 지난 현재, 그의 성적은 1경기 1이닝 2피안타 2실점(1자책) 1세이브 뿐이다.

부상도 없었고, 몸 상태는 어느 때보다 좋다. 프리시즌의 성적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과 팀 동료들의 코로나19 대거 확진 등의 불운이 김광현의 발목을 잡았다.

유난히, 지독히도 안 풀리는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광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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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도전 끝에 이룬 빅리그행, 도전부터 순탄치 않았던 김광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도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한국에서 ‘좌완 에이스’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김광현이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까지는 많은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김광현의 첫 빅리그 도전은 2014년이었다. 당시 토종 투수들 중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며 KBO리그에서 7번째 시즌을 마무리한 김광현은 망설임 없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김광현의 첫 도전은 아쉽게 무산됐다.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냉정했고, 예상보다 현저히 낮은 포스팅 금액에 결국 국내 잔류를 택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5년 뒤 그는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팔꿈치 수술 여파를 딛고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한 김광현은 2018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2019시즌 직후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번째 도전도 순탄치 않았다. SK와 2년의 계약이 남아 있었고, 구단의 허락이 있어야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던 상황이라 SK와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

다행히 해외 진출 의사를 강하게 피력한 끝에 SK로부터 메이저리그 도전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5년 만의 재도전 끝에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으면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행을 확정지었다.

‘컨디션 최고’ 김광현의 발목을 잡은 코로나19

세인트루이스에서의 김광현의 선발 입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김광현은 착실하게 자신의 몸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데만 집중했다. 꿈의 무대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김광현으로선 선발이든 불펜이든 보직이 중요치 않았다.

순조로웠다. 김광현은 어느 때보다 일찌감치 컨디션을 끌어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노력했고,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4경기에 나와 8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구단과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러나 곧 예기치 못한 시련이 찾아왔다. 코로나19가 잘 나가던 김광현의 발목을 잡은 것.

코로나19로 메이저리그 개막이 무기한 연기됐고,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단체 훈련이 금지되면서 김광현은 한동안 미국에 고립돼 쓸쓸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낯선 환경에 수개월 간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훈련에 집중하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잘 나가던 김광현이 맞은 첫 번째 시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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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데뷔, 그러나 생소한 마무리에 선수단 코로나 확진까지

그리고 약 4개월이 지난 7월.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메이저리그가 뒤늦게 개막하면서 김광현에게 다시 꽃길이 펼쳐지는 듯했다.

코로나19 난리 속에서도 개인적으로 준비를 잘 해온 덕에 김광현은 시즌 전 연습경기에서도 호투를 이어갔다. 5이닝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실점도 최소화했고, ‘KK'라는 별명답게 삼진 행진도 이어갔다. 선발 경쟁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그러나 개막 직전 김광현이 받아든 보직은 마무리. KBO리그에서도 잘 보여주지 않았던 생소한 보직이었다. 하지만 김광현은 받아들였다. 마무리 중책을 맡겼다는 것만으로도 구단이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전은 순탄치 않았다. 개막전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른 김광현은 긴장한 탓인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5-2로 앞선 세이브 상황에서 올라와 2피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아슬아슬하게 세이브를 기록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기록이었다.

그리고 김광현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데뷔전 이후 일주일이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개막전 부진 때문이라기보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세이브 상황이 오지 않은 것이 컸다. 그리고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리그 일정이 중단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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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재개 소식과 함께 김광현의 선발 전환 소식까지 들리면서 기대를 다시 한껏 높였다. 하지만 이내 팀에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선발 일정마저 무산됐다. 정말 잘 안 풀리는 김광현이다.

존 모젤리악 세인트루이스 사장도 이런 김광현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모젤리악 단장은 “김광현은 오랫동안 격리됐고 가족을 못 본지 6개월이나 됐다”며 “그래도 늘 행복한 얼굴로 웃는 그를 볼 때마다 내가 더 슬프다”며 가슴 아파했다. 누가 봐도 안타까운 김광현의 상황이다.

수차례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입성했지만 순탄치 않은 데뷔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광현이다. 김광현은 시즌이 끝날 때 쯤 지금의 시련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전화위복,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언젠가 그가 메이저리그 마운드 위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기대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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