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리버풀이 30년만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 축구는 가히 '리버풀 전성시대'다. 최근 3년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 리그 준우승 1회,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리그 우승 1회를 해냈다. 유럽 5대리그 중 가장 우승팀이 빈번하게 바뀌는 EPL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이뤄낸 리버풀이 어떻게 다시 강팀이 되었는지 집중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AFPBBNews = News1
▶클롭 부임 이전의 리버풀

리버풀은 1990년 이전까지 잉글랜드 최고의 팀이었다. 1990년 리버풀이 18번째 리그 우승컵을 드는날 리버풀 팬들에게 찾아가 ‘앞으로 맨유가 리버풀의 우승 기록을 넘을거야’라고 말했다면 누구도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영광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맨유는 1990년 이전 7회 우승에서 1990년 이후 13회 우승으로 리버풀의 최다 우승 횟수인 18회(이번 우승으로 19회)를 넘어버렸다.

1990년 이후 지난 30년간 리버풀은 리그 우승이 0이었고 특히 2009년부터 클롭 부임이전인 2015~2016시즌 이전까지 6시즌동안 7위-6위-8위-7위-2위-6위에 그치며 평균 6위로 더이상 강팀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팀으로 추락했다. 리버풀은 ‘옛날에 강했던 팀’, 딱 그정도였다.

스티븐 제라드라는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를 보유했고 페르난도 토레스, 루이스 수아레즈가 있을 때 리그 준우승을 차지해봤지만 리버풀에게 우승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에서 라파 베니테즈의 마법과 제라드의 투혼으로 2004~2005 ‘이스탄불의 기적’을 일궈내는 성과가 있긴 했지만 그 역시 반짝이었다. 클롭 우임이전까지 리그 평균 6위의 성적이다 보니 2010년대 들어서는 더이상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팀이 아닐정도로 추락했다.

클롭 이전 리버풀을 지탱한 스티븐 제라드. ⓒAFPBBNews = News1
▶클롭의 부임, 암울했던 데뷔전과 유로파리그 준우승

이런 상황에서 2015년 11월 위르겐 클롭이 부임한다. 마인츠를 분데스리가로 승격시키고, 바이에른 뮌헨 천하였던 분데스리가에서 도르트문트에 리그 2연속 우승을 안기고,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시키며 명장 반열에 오른 바로 그 클롭이 말이다.

클롭의 데뷔전이었던 토트넘 훗스퍼의 경기의 선발라인업은 아직까지도 회자된다. 당시 선발라인업에 올시즌 리그 우승에 기여한 선수는 고작 3명(디보크 오리기, 아담 랄라나, 제임스 밀너)뿐이며 그 3명도 올시즌 도합 리그 16경기 선발출전이 전부였다. 멤버만 봐도 한숨이 나오는 리버풀이었다.

클롭의 리버풀 데뷔전 선발라인업. ⓒSBS스포츠
지금은 리버풀에서 신과 같은 존재가 됐지만 첫시즌의 클롭에게 비판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부임한 첫시즌에 리그 8위까지 추락하며 마쳤고 이는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버풀이 거둔 역대 최악의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평균 6위팀이 이제 8위까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변명도 있다. 당시 리버풀은 유로파리그 우승에 모든걸 걸던 팀이었다. 비록 유로파리그 결승에서 선제골에도 ‘유로파리그 최강팀’ 세비야에게 1-3으로 역전패 당하며 준우승에 그쳤지만 클롭 부임 첫해부터 토너먼트 결승까지 올랐다는 것은 훗날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차지한 것을 생각하면 우승의 시발점이었다.

▶리버풀을 바꾼 영입들 : 마네-살라-반 다이크-알리송

리버풀은 매년 엄청난 영입들을 해낸다. 클롭은 첫시즌이 끝나자마자 여름 이적시장에 사우스햄튼으로부터 사디오 마네를 영입한다. 물론 마네가 EPL에 오자마자 두시즌 연속 두 자리 숫자 득점에 성공하며(10골-11골) 좋은 선수라는건 증명됐지만 지금처럼 월드클래스 윙어가 될거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2017~2018시즌을 앞두고는 AS로마로부터 모하메드 살라를 영입한다. 이미 살라는 첼시에서 실패하며(2시즌간 EPL 13경기 2골) 이탈리아 임대생활을 전전하던 선수였다. AS로마에서 직전시즌 15골을 넣으며 달라진 선수가 되긴했지만 이미 EPL에서 실패한 선수를 영입하는 것에 대한 반발 여론은 심했다.

그러나 살라는 데뷔 첫시즌부터 36경기 32골이라는 리오넬 메시급 활약을 해내며 EPL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모두 거머쥐었고 지금도 세계적 윙어이자 리버풀의 핵심이다.

세계 최고의 윙어 조합인 살라와 마네. ⓒAFPBBNews = News1
2018년 1월은 리버풀 팬들에게 잊지못할 한달이기도 하다. 겨울이적시장동안 팀의 핵심 선수인 쿠티뉴가 바르셀로나로 떠나버리면서 한창 시즌 중에 큰 충격을 안긴다. 그리고 영입한 선수는 전혀 포지션이 다른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였다.

지금은 발롱도르 2위까지 오를 정도로 월드클래스 수비수가 됐지만 당시 반 다이크에게 리버풀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7000만파운드(약 1035억원)를 주고 영입했을때만 해도 엄청난 비난과 오버페이 논란이 있었다.

반 다이크 영입 후 불안했던 리버풀 4백은 완벽하게 중심을 잡게 되고 쿠티뉴 이적 후 살라와 마네는 더 자유롭게 양쪽을 활보했고 일명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 3톱’이 완성된다.

2017~201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 카리우스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책으로 인해 우승을 눈앞에서 날리자 클롭은 곧바로 움직인다. 그리고 브라질 출신의 알리송 골키퍼를 영입한것. 이제 골키퍼 불안요소마저 모두 메운 것이다.

결국 마네-살라-반 다이크-알리송으로 이어지는 전방부터 후방까지 중요한 영입을 하며 팀의 뼈대를 완전히 새로 세우면서 리버풀은 달라진 팀이 된다.

쿠티뉴, 엠레 찬처럼 어쩔 수 없이 떠나 보내야하는 선수도 있었지만 스크르텔, 루카스처럼 리버풀에서 오래뛰며 팬들의 지지를 받아오던 선수를 팀이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클롭은 확실하게 칼을 빼들어 방출했다.

클롭은 결코 오버페이를 하지 않는다. 필요한 선수를 정확하게 영입한다. 더 선에 따르면 리버풀은 지난 5년간(클롭 부임후) 이적시장 수익과 지출 합계가 약 1억758만파운드(약 1600억원)였고 이는 EPL 20개팀 중 14위밖에 되지않을 정도로 합리적인 소비와 판매를 했다.

클롭 부임 이후 EPL팀들의 이적료 수익-지출 총합순위. ⓒ더 선
맨체스터 시티는 리버풀보다 6배(약 6억198만파운드)를 더 지출했고, 라이벌 맨유는 4억8488만파운드, 아스날이 2억6788만파운드, 지역라이벌 에버튼이 2억2542만파운드를 쓴것에 비하며 엄청난 가성비다.

즉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전형적인 좋은 거래만 해오며 리버풀은 많은 돈을 쓰지도 않고 세계 최고의 팀이 됐다.

리버풀의 베스트 일레븐 중 클롭 감독이 부임 전부터 있었던 조던 헨더슨과 호베르투 피르미누, 그리고 유스 출신인 트렌트 알렉산더 아놀드를 빼면 모두 클롭 부임 이후 영입된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새삼 클롭의 보는 눈이 얼마나 정확한지 알 수 있다.

▶챔스 준우승을 1년만에 우승으로, 리그 준우승을 1년만에 우승으로

클롭은 눈앞에서 놓친 영광을 그저 아까워하는데 그치는 사람이 아니다.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그 영광을 다음기회에는 반드시 쟁취해내는 감독이다.

2017~2018시즌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오르는 쾌거를 이뤄냈다. 상대는 챔스 2연패를 달성했던 레알 마드리드. 좋은 승부가 예상됐지만 카리우스 골키퍼라는 말도 안되는 변수로 인해 리버풀은 레알 마드리드의 챔스 3연패를 지켜봐야했다.

그러자 클롭은 알리송 영입으로 카리우스를 갈아 끼우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게겐 프레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리그에서는 맨체스터 시티와 역대급 우승경쟁을 하는 동시에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다시 한번 결승에 오른다.

결승전 상대는 손흥민의 토트넘. 리버풀의 모습이 워낙 뛰어났기에 이미 경기전부터 리버풀의 승리가 우세한 상황이었고 리버풀은 이변없이 승리하며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을 1년만에 풀어낸다.

2018~2019시즌, 챔스 우승의 쾌거를 이뤘지만 리버풀에게는 아쉬움도 있었다. 무려 승점 97점이나 따냈음에도 승점 98점의 맨체스터 시티에게 밀려 준우승에 그친 것. 승점 97점은 역대 2위 중 가장 많은 승점을 따낸 것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압도적 우승이 가능했던 승점이었다.

리그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자 가만있을 클롭이 아니었다. 올시즌은 시작부터 독주했고 결국 31라운드만에 7경기나 남기고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31경기 중 28승을 했고 2무 1패뿐이다. 지난해 우승경쟁을 했던 맨시티도 3위와 승점 8점차임에도 리버풀과는 승점 23점차이일 정도로 너무나도 압도적인 팀이 됐다. 1년만에 다시 리그 준우승의 아쉬움을 벗어낸 것이다.

리버풀 수비를 혁신적으로 바꿔놓은 알리송과 반 다이크. ⓒAFPBBNews = News1
▶게겐 프레싱 기반의 클롭 축구의 완성

클롭은 리버풀에 온지 세 번째 경기였던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처음으로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제로톱으로 활약하는 전술을 쓰며 자신의 축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1년 간격으로 마네와 살라가 영입되며 양 측면의 파괴력을 더한다.

여기에 2018년 1월, 반 다이크 영입되며 그동안 불안했던 수비에서 완벽한 해법을 찾아낸다. 2018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통해 골키퍼 문제가 대두되자 알리송을 영입하며 이 문제마저 해결한다.

그리고 2019시즌부터는 앤드류 로버트슨과 알렉산더 아놀드의 양쪽 풀백 기량이 서서히 물이 올랐고 올시즌 아놀드는 프리미어리그 전체 2위의 어시스트(12개), 로버트슨은 3위의 어시스트(8개)를 할 정도로 양쪽 풀백은 EPL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다.

중앙 미드필드진은 제라드의 리더십을 그대로 물려받은 조던 헨더슨을 중심으로 바이날둠-나비 케이타-제임스 밀너-파비뉴-옥슬레이드 채임벌린 등이 돌아가며 리버풀의 활동량 축구를 커버해준다. 여기에 오리기는 ‘기적의 공격수’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타이밍에 슈퍼조커 역할을 해줬고 조 고메즈와 마팁은 반 다이크와 누가 호흡을 맞춰도 괜찮을 정도로 기량이 괜찮다. 백업마저 든든해진 것이다.

물론 풀백 백업과 공격진 백업이 다소 약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한 팀은 없다. 클롭은 가진 자원 내에서 자신의 ‘게겐 프레싱’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 높은 지점에서 공을 탈취하고 뒤로 물러서지 않는 축구로 자신만의 축구를 완성했다. 그속에서 높은 압박과 활동량의 문제점을 깨닫고 ‘존 프레싱’으로 다소 압박 강도와 활동량을 낮춰 절충형 게겐 프레싱으로 지금의 최강팀 리버풀을 완성해냈다.

전술 분석책을 팔 정도로 세계축구의 대세가 된 전술이 된 게겐프레싱. ⓒYoucoach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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