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12년 10월. 런던올림픽 여자배구 대회 MVP인 김연경이 국회정론관에 섰다. 그곳에서 김연경은 자신의 이적을 막는 흥국생명과 이적동의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대한배구협회에 간청했다.

이미 한국배구에서 절대적 존재였던 김연경은 이후 해외무대로 나가 세계적 선수로 자리를 확고히했다.

그런 김연경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8년여전 서로 큰 분란이 있었던 흥국생명으로 무려 자신이 받던 기존 연봉의 1/5 수준만 받고 돌아간 것이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했을 당시의 모습. YTN
역대급 대인배의 탄생이다.

흥국생명 구단은 6일 김연경과 만나 복귀 협상을 마무리했다. 김연경은 연봉 3억 5000만원만 받는 조건에 흥국생명으로 돌아온다.

말도 안되는 조건이다. 김연경은 직전해 연봉을 최소 17억원 이상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억원으로 잡아도 무려 1/5에 해당하는 연봉삭감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연봉(4억5000만원)과 옵션(2억원)을 포함해 최대 6억5000만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김연경에게 전했지만, 김연경이 후배들을 더 잘 대우해달라며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고 전했다.

가뜩이나 김연경이 돌아가는 흥국생명은 친정이지만 친정같지 않은 친정이다. 선수가 자유롭게 이적할 권리와 구단의 선수권리가 첨예하게 대립해 무려 2년간 분쟁을 겪었던 팀이기 때문이다.

당시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FA권리를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고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4년을 뛰고 3년은 해외팀으로 ‘임대’되어 갔기에 흥국생명이 권리를 가졌다는 논리였다.

결국 이 논쟁은 국회까지도 갔고 2014년 2월 국제배구연맹(FIVB)가 김연경이 자유의 몸이 됐음을 알리며 김연경 측 승리로 끝났다. 이로 인해 김연경은 2년여간 마음고생이 심했고 흥국생명과 한국 배구계는 세계 추세에 발 맞추지 못하는 민낯을 드러내는 망신을 당했었다(자세한 내용은 스포츠한국 '윤기영의 인사이드 스포츠-김연경 편' 참고).

스포츠한국 DB
심지어 김연경은 계속해서 흥국생명에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여있었다. 김연경 입장에서는 예전에 자신을 힘들게 했던 친정에 대한 감정이 마냥 좋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흥국생명으로 돌아갔고 게다가 연봉도 6억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음에도 다른 선수들을 위해 3억 5000만원이라는 푼돈만 받기로 한 것이다.

그만큼 국내 배구 복귀에 대한 간절함과 한국 배구를 위하는 마음이 가히 대인배인 김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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