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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큰 해프닝이었다. FC서울이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관중석에 배치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결국 관련자 징계와 무려 1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았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과 서울은 이번 사건에 있어 과정과 대처에서 결정적 실수를 저질렀다. 단순히 서울이 리얼돌을 썼고 벌금을 크게 부여받았다는 것 이상의 두 가지 핵심을 꼭 짚고 넘어가야한다.

  • ⓒ연합뉴스
▶행정적 실수와 안일함에 대한 잘못은 당연… 핵심은 ‘검증안된 업체’

이번 일은 서울이 무관중 홈경기에 새로운 기획으로 마네킹을 관중석에 앉히려다 그 마네킹이 리얼돌이었던 것이 화근이다. 서울이 이 기획을 추진하는 과정 중 누구도 ‘리얼돌’인지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는지, 그리고 인식을 했다면 이 결정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행정적 실수는 서울이 무조건 잘못했다. 지나치게 안일하며 행정적 실수가 너무나도 컸다.

이같은 지적은 많이 나왔기에 차치하고 가장 핵심적으로 지적되어야할 것은 ‘검증 안 된 업체’와 일을 했다는 것이다. 리얼돌을 협찬한 회사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없이 한국 축구 최고무대이자 축구대표팀의 홈구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노마크로 내준 것이다.

이는 서울 뿐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8년 4월 스포츠한국 단독 보도(‘심판이 회사 차리고 구단과 협약을? 이상한 거래 포착’)로 알려진 안산 그리너스와 현재도 K리그 심판으로 활동 중인 A가 소유한 회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일 역시 큰 논란이 됐었다.

심판이 ‘투잡’을 뛰는 것은 흔하지만 심판이 소유한 스포츠관련 업체와 특정 K리그 구단이 협약을 맺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이에 연맹은 당시 해당 심판에 출전정지 징계를 했다. 당시 안산은 “그 회사가 A심판의 소유인지 정말 몰랐다”고 해명했었다.

이처럼 검증 되지 않은 업체를 마음껏 받아들이는건 구단들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민적 공분을 샀던 유벤투스 방한 사건도 관련 경력이 매우 적었던 업체와 프로축구연맹이 계약을 맺었다가 그 업체는 감당하지 못할 업무 처리 등으로 인해 대국민 사기극이 됐고 많은 축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바 있다.

결국 K리그는 2018년 안산 그리너스, 2019년 프로축구연맹 올스타전, 2020년 FC서울까지 매년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일하다 대형사고를 치고서야 ‘몰랐다’와 같은 황당한 대답만 늘어놓고 한국 축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매년 일어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연맹차원에서 검증되지 않은 업체와 일하기 힘들게, 혹은 철저한 검증과 사고 방지를 기본으로 한 협약을 맺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누구와 일하는지는 곧 자신의 위상과 직결된다. 유유상종이다. 내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 주변이 쓰레기장이라면 남들이 볼 때 나는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 법이다.

  • ⓒ프로축구연맹
▶심판매수도 벌금 7000만원-1억원인데 리얼돌 사태가 1억원?

스포츠에 있어 가장 최악의 범죄는 무엇일까. 단연 ‘승부조작’이다. 스포츠가 가치 있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누구도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각본이 없기에 감동과 짜릿함을 주고 눈물과 아픔을 주는게 스포츠다.

하지만 승부를 조작하게 되면 그 스포츠를 응원한 팬들, 그 무대에서 서기 위해 평생을 바쳐온 선수들의 노력, 그 무대에서 서고 싶어하는 유소년들의 꿈 등 모든게 무의하다.

심판매수는 승부조작과 다름없다. 심판을 매수하게 되면 특정팀에 유리한 판정을 하게 되고 이는 곧 승부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징계가 내려진 경남FC의 심판매수 사건은 그런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당시 경남은 승점 10점 삭감에 70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인 1년 후 2016년 전북 현대 역시 심판매수 사실이 밝혀져 승점 9점 삭감과 1억원의 벌금을 부여받았다.

즉 프로축구연맹에게 있어 승부조작과 다름없는 심판매수는 7000만원과 1억원 정도의 벌금을 부여하는 범죄였던 것이다. 이것이 축구계가 자체적으로 내리는 가장 높은 징계라는 마지노선이 당시 정해진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 4~5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번 FC서울 리얼돌 사태에서 서울이 1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받은 것은 마치 ‘리얼돌 사건은 심판매수보다 더 중대한 일이거나 비슷한 일이다’라고 여길 여지를 충분히 남긴다.

연맹 측은 “심판매수와 비교될 사안은 아니지만 리얼돌 사안의 중대성이 충분히 인정되고 K리그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번 1억원의 벌금 징계는 당장의 강한 여론의 뭇매를 피하려는 회피성이 강하다.

아무리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더라도 리얼돌 사건이 '잘못한만큼의' 벌금을 내려야했다. 리얼돌 사건이 국제적 망신이 되긴 했으나 심판매수처럼 스포츠 본질을 훼손하고 누군가를 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서울에게 부과한 1억원의 벌금은 지난 4~5년전 심판매수 사건을 프로축구연맹이 얼마나 가볍게 보는지 보여주는 방증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FC서울 리얼돌 사태에서 프로축구연맹 직원이 소개해준 업체를 통해 서울이 일을 진행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일의 빌미를 제공한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자체 징계가 관련자 징계로 전부인지, 서울은 벌금도 내고 관련자 징계를 했는데 연맹 스스로 자신들에게 관대하지는 않은지 돌이켜봐야한다.

  • ⓒ프로축구연맹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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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0/05/22 05:00:06   수정시간 : 2020/05/22 07:4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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