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가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7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열고 코로나19 관련 리그 운영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KBO는 “4월 21일부터 구단 간 연습경기를 추진하고, 정규시즌은 5월 초 개막을 목표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야구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겨우내 쌓였던 야구 갈증은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줄어든 볼거리 갈증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 그동안 자체 청백전으로 실전감각을 다져오던 선수들도 연습경기를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전보다 주춤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진정세라 보기에는 또 어렵기 때문. 지난번 논의된 일정들도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수차례 미뤄진 바 있어, 7일 논의된 일정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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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슬아슬’ 연습경기, 정부 정책 따라 좌지우지

일정을 좌우할 변수는 여전히 많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물론, 이에 따른 정부 정책이나 직접적인 감염 발생까지. 이같은 변수에 따라 연습경기 취소와 개막 연기, 리그 일정 축소까지 논의될 수 있다.

개막 일정과 함께 구단 간 연습경기도 수차례 연기됐다. 시범경기 취소와 함께 3월 말, 4월 초, 그리고 4월 중순으로 세 차례나 미뤄진 연습경기는 코로나19 상황은 물론, 학교 개학 시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 정책과도 맞물려 연기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추진 중인 4월 21일 연습경기도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4월 19일까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2주 연장했는데, 다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져 정부의 정책도 강화된다면 연습경기 일정은 또 미뤄질 수 있다.

▶ ‘불안불안’ 시즌 개막, 144경기 고수-5월 초 개막 강행 논의

하지만 연습경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즌 개막이다. 연습경기는 상황에 따라 취소해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리그는 더 이상의 연기가 곤란하다.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는 물론 겨울야구까지 전례 없던 큰 변화를 한꺼번에 감당해야 한다.

현재 KBO는 144경기 고수를 원칙으로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경기 수를 줄이지 않는, 아니 못하는 것은 수익이나 선수 계약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KBO는 144경기를 고수하기 위해서 여러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 그리고 시즌 초반 무관중 경기까지 감수하고 있고, 여차해서 겨울야구로 넘어간다면 날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중립 경기까지 추진 중이다.

KBO에 따르면 144경기를 치른다는 가정 하의 개막 마지노선은 ‘5월 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도 7일 실행위 후 브리핑에서 “5월 초에 개막하면 11월 말에 시즌을 마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심판들도 마스크를 쓰고 판정을 내리게 됐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의심 증세만 보여도 ‘올스톱’, 리그 일정 큰 변수로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변수는 너무나도 많다. 4월 내 종식도 어려운 상황인 가운데, 리그가 정상 개막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KBO는 리그 초반 ‘무관중 경기’를 추진하고 있다. 류 총장은 "상황이 급격하게 좋아지지 않는 한 개막전은 무관중으로 치를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무관중으로 시작하고 10%, 20% 점진적으로 관중을 늘려가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관중의 안전과 대규모 감염 확산만은 막을 심산이다.

그러나 구단 내 감염이 발생한다면 상황이 또 달라진다. 현재 구단들은 각자의 철저한 방역 시스템과 함께 강화된 KBO 매뉴얼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특히 고열이나 오한 등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나오면 ‘올스톱’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구단 자체 훈련과 청백전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현재, 해당 원칙에 따라 10개 구단은 수차례 ‘훈련 중지’를 거듭했다. 선수와 코치, 그리고 구단 내외를 오갈 수밖에 없는 외부 업체 직원까지 고열이나 오한 등 약간의 의심 증세만 보이면 바로 당일 일정은 ‘올스톱’이다.

다행히 이제껏 확진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심 증세만으로 구단 전체가 올스톱되는 가운데, 연습경기 일정이나 정규시즌 중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자연스레 일정에 변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KBO는 확실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류대환 사무총장은 “검역관이 동선을 체크한 뒤 구단 상황 등을 살펴보고 긴급하게 이사회와 실행위원회를 열어서 중단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라면서도 “현재로서는 당장 중단 여부를 단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확답을 피했다.

KBO 10개 구단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자체 청백전만으로 실전 감각을 다져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국과 일본에겐 부러울 따름이다. 스포츠코리아 제공
▶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야구’, 그래도 안심은 금물

현재 한국야구는 비록 자체 청백전이지만,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야구를 하고 있는 나라’로 부러움을 사고 있다. 특히 마스크를 쓰고 청백전을 치르는 모습은 한동안 각종 SNS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과는 달리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된 미국의 메이저리그(MLB)와 선수 확진자가 여럿 나온 일본프로야구(NPB)가 5월 개막도 힘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약 없는 나날만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선진 방역 체계 속에서 어렵사리 야구를 진행하며 리그 개막 일정까지 고려 중인 KBO의 모습을 보면서 못내 부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섣불리 개막을 강행했다가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등 초대형 변수를 맞이할 수도 있다. 현재 선수들도 계속되는 연기에 혼란과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섣불리 일정을 고수했다가 또다시 연기를 거듭하다간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일정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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