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아시아에서든, 아프리카에서든 어디서 보든 중계 영상의 질과 그래픽은 차이가 없다.

이제 K리그도 어떤 방송사에서 중계하든, 중계권이 구매된 해외에서 보든 통일된 화면에서 볼 수 있게 됐다.

또한 경기 후 일일이 편집자들의 손을 거쳐 제작되어야했던 하이라이트도 AI(인공지능)가 알아서 편집해 축구팬들이 최단시간에 영상을 볼 수 있게 된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개소한 K리그 미디어센터는 그동안 체계적인 영상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던 한국 스포츠에 분명히 의미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프로축구연맹
▶체계적이지 못했던 영상 보관과 체계

지난 1983년 출범한 K리그는 2015년까지 K리그 관련 영상을 오직 공중파의 방송사 창고에 비디오 테이프로 보관했다. 필요한 영상은 방송사에 요청해야했고 자연스레 예전 영상을 재가공하기도 쉽지 않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스포츠 중계권 업체인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가 로컬 서버로 K리그 영상을 보관했다. 이 역시 특정 업체가 영상을 보관하기에 영상의 활용과 저작권 문제 등에 문제가 컸다.

하지만 올해부터 K리그 미디어센터가 개소하면서 프로축구연맹이 보유한 클라우드 서버(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된 중앙컴퓨터에 저장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 이용)에 보관되면서 연맹 차원에서 영상을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일 수 있지만 드디어 K리그가 스스로 자신들의 영상을 온전히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K리그는 각 중계사의 입맛에 따라 영상 내 자막이나 그래픽이 천차만별이었다. 솔직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K리그 영상인지 아닌지, 언제적 영상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연맹에서 영상 내 화질, 그래픽과 자막 등을 통일하면서 누가봐도 ‘아 K리그 영상이다’싶은 영상으로 송출될 수 있게 됐다. EPL,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 등 세계 유수의 리그들이 이미 정착시킨 것을 뒤늦게라도 따라가게 된 셈이다.

▶AI가 빠르게 하이라이트 편집… 뉴미디어-해외 송출에도 문제없을 듯

또한 눈길을 끄는 것은 이제부터 K리그 하이라이트 영상은 AI를 통해 빠르고 더 정확하게 작업된다는 것이다.

90분의 다소 긴 경기를 다 보지 못해도 4~5분짜리 하이라이트로 축구를 보는 팬들도 상당수다. 그동안 사람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진행해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던 일을 AI가 대체하게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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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후 4분짜리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은 고작 2분이다. 경기 후 5분안에 팬들은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게 된다.

AI의 경우 미국프로농구 NBA나 독일 분데스리가가 이미 이용하고 있는 시스템과 동일한 제품으로 계약했다. AI 시스템을 통해 단순히 경기 하이라이트를 떠나 특정팀, 선수 등 경기 안에서 수많은 콘텐츠를 재생산해낼 수 있게 됐다.

또한 미디어센터가 생기면서 현장과 TV 시청자들이 보는 화면간의 시차는 2초 내로 줄게 됐다. 해외에 영상을 송출할 때도 아무리 늦어도 5초 정도의 시차 안에 현장과 영상의 괴리를 줄일 수 있게 됐다.

2016년 국내 최초로 스포츠 영상에 대해 신경을 쓴 WKBL(여자프로농구)의 경우 중계영상을 보관하고 편집하는 정도에 그쳤다. KBO리그(한국프로야구)도 중계방송 영상 자료를 보관하고 DB화해 자료검색을 가능케 한 정도다. 이에 비해 K리그는 단번에 영상 보관과 편집을 뛰어넘어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뉴미디어(SNS, 모바일, 동영상 사이트 등) 시장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축구의 잠재력은 무한하다. 단순히 국내에서만 소화하는 K리그가 아닌 전세계인이 관심을 보이는 K리그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어 자막과 그래픽, 화질, 하이라이트, 빠른 실시간 영상 등이 필수다. 이런 시스템을 구축했기에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의 봄’을 맞은 한국축구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상을 더 재밌게

제공받은 영상을 2차적으로 최대한 활용하고 질적으로 끌어올릴 준비는 이번 K리그 미디어센터 오픈으로 준비를 마쳤다. 그렇다면 이제 경기장에서 얼마나 더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만드느냐에 달렸다.

물론 감독들이 공격적인 전술을 구사하고 선수들이 박진감 넘치게 뛰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예전부터 K리그는 지나치게 높은 위치에서 잡은 중계 화면과 불필요한 하이라이트 영상을 틀다 중요장면을 놓치는 중계가 고질적 문제였다.

현장 PD와 카메라 감독의 역량 개선이 우선이다. 현장에서는 “축구만 전문적으로 담당할 수 있는 인력이 없이 여러 중계를 하다보니 혼선이 있다.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고 답한다. 실제로 조금씩 역량 개선 문제는 나아지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문제는 중계 카메라의 위치와 송출 화면이다. 지나치게 높고 넓은 위치로 화면을 잡다보니 선수들과 공이 느려보이고 자연스레 박진감을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EPL 등을 보면 화면을 다소 좁고 가까이 잡다보니 선수들이 내 앞에서 뛰는 듯 더 빠르고 몸싸움도 격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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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시즌을 앞두고 K리그는 7개 경기장 카메라 위치 조정, 17개 경기장 새 카메라 플랫폼 설치를 했다. 연맹 측에서는 “더 생동감 있고 현장감 있는 영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중계된 영상에서는 아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 팬들이 더 많다.

TV로만 축구를 보던 사람들은 현장에서 축구를 보면 ‘이렇게 빠르고 시간이 잘가는지 몰랐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중계화면이 더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제 영상을 2차적으로 잘 활용하고 가공할 준비는 마쳤으니 K리그를 더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현장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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