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축구의 대들보 기성용(31)의 국내 복귀가 끝내 무산됐다. 스페인 라리가의 마요르카는 2월 25일(이하 한국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성용 영입을 발표했다. 등번호도 10번으로 결정됐다.

지난 1월 31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맺은 2년 계약 중 1년반이 지난 시점에서 상호해지가 되면서 기성용의 거취가 최대관심사로 떠올랐다.FC서울과 전북 현대가 오르내렸다. 2009년 해외로 떠난 이후 10년만의 K리그 복귀가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듯했다.

하지만 잡음만 남긴 협상 끝에 기성용은 “이래서 누가 K리그에 오려하겠는가”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며 스페인으로 향했다. 과연 기성용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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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협상의 개요

기성용과 FC서울, 전북 현대가 언론을 통해 밝힌 협상과정은 이렇다. 먼저 기성용은 2009년을 끝으로 셀틱으로 향할 때 발생한 이적료 240만유로(약 31억원-모든 금액은 언론 추정치) 중 100만유로(약 13억원)를 받기로 했다.

대신 K리그 복귀를 추진할 경우 서울과 우선 협상을 해야 하며 K리그 다른 팀으로 옮길 경우에는 100만유로의 두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다소 특이한 조항을 체결했다.

10년의 해외생활을 청산한 기성용은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복귀를 추진했다. 친정팀이자 평소에 깊은 애정을 드러낸 서울로의 복귀를 생각하고 협상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기성용이 눈을 상당히 낮춰도 받아들이기 힘든 금액을 제시했다. 그렇게 우선협상은 결렬됐다.

자연스레 기성용은 자신을 영입할 다른 구단을 찾았고 신형민 등 중앙 미드필드진이 이탈하며 헐거워진 전북이 노렸다. 하지만 전북 역시 200만유로(약 26억원)의 위약금을 서울에 지불해야한다는 것으로 인해 영입을 망설였다.

그 사이 기성용 협상 사실은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서울팬들은 기성용을 잡지 않는 구단에 항의했다. 기성용은 자신으로 인해 논란이 빚어지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고 결국 협상을 종료한 후 자신을 원하는 스페인으로 떠났다.

▶부족했던 진심, 서울은 진정 기성용을 원했나

기성용은 꾸준히 ‘서울의 진심’에 대해 얘기한다. 스페인 출국날에도 “‘이 팀이 정말 나를 원하는구나’라고 느껴져야 되는데 사실 그런 느낌을 못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만 31세인 기성용은 여전히 자신을 원하는 해외팀이 많고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 이적 전문 업체 트랜스퍼 마크트는 기성용을 전세계 FA선수 중 2위로 평가할 정도로 상품성이 높다.

만약 돈을 원한다면 중동이나 중국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기량이며 도전을 원한다면 유럽리그 잔류도 가능했다. 미국 등 새로운 선택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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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기성용이 K리그 복귀를 생각한 것은 ‘아직 기량이 괜찮을 때 한국 팬들에게 돌아오겠다’는 순수한 바람 때문이었다.

냉정하게 전북 현대 김진수가 받는 15억원이 국내 최고 연봉인 K리그 시장규모로 볼 때 뉴캐슬에서 30억~40억원을 받던 기성용을 감당하긴 힘들다. K리그에 온다는 것은 본인 역시 연봉삭감을 감수하겠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선’마저 서울이 지켜주지 않은 것에 크게 좌절한 데다 자신을 정말 원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의 최종 수정 연봉은 8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성용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K리그 최고 연봉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2009년의 특이한 계약, 계약은 계약이다

하지만 감안해야 할 것이 있다. 기성용이 2009년 말, 셀틱으로 향할 때 서울과 맺은 특이한 계약이다. 당시 기성용은 이적료 240만유로 중 100만유로를 자신이 받았다. 대신 서울 복귀시 우선협상을 하고 결렬되고 K리그 타팀으로 갈 경우 100만유로의 2배를 위약금으로 내기로 계약했다.

기성용 역시 “계약서는 계약서니까”라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서울 입장에서는 2009년의 일이지만 자신들이 굳이 이적료 전부를 챙기지 않고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줬던 것은 다시 돌아올 때 연봉에 포함해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즉, 서울이 1년 계약에 8억원을 제시했다고 가정하면 실질적으로 서울은 100만유로인 13억원에 이번에 받는 8억원을 보탠 21억원짜리 선수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연봉은 8억원이지만 2009년의 특이한 계약도 계약이기에 서울에겐 기성용이 21억원짜리 선수이며 13억원은 2009년에 선불로 지급했다고 봐야한다.

물론 서울이 기성용을 진정으로 원하는 모습을 보이고 협상과정에서 선수의 진심을 사는 태도를 더 보였어야했다. 이미 서울은 팀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고명진과도 비슷한 과정으로 협상이 어그러졌고 결국 고명진은 울산 현대로 복귀한 바 있다.

기성용은 “정말 구단이 여건이 좋지 않고 조건이 되지 않는다면, 선수에게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서울도 만약 정말 기성용을 원했다면 모기업인 GS그룹에 특별요청을 하는 등의 방법도 강구했어야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결국 기성용이 느끼기에는 서울의 진심이 부족했고 서울 입장에서는 2009년의 계약으로 인해 연봉 선지급이 이뤄졌다고 여겼다. 결국 출발점부터 다른 양측의 간극은 처음부터 파국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기성용이 출국길에 작심발언을 쏟아내고 간 상황에서 기성용이 다시 서울로, K리그로 복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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