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무기한 연기, 잔여 일정 취소까지. 그야말로 비상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국내 스포츠계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단계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2월 26일을 기점으로 국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가 1000여 명을 넘어섰다. 신천지대구교회부터 발생한 환자 폭증 여파가 컸다. 전국적으로 매일 200여 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 외출 및 각종 모임도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27일(왼쪽)에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수원 경기. 2월 25일 KOVO가 코로나 여파로 잔여 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펼치겠다고 밝히면서 2월 26일 경기(오른쪽)는 관중 없이 경기가 치러졌다. ⓒKOVO
시즌 한창 겨울스포츠, 무관중 경기에 일정 취소까지

시즌이 한창인 프로스포츠들은 결국 무관중 경기와 중단을 결정하면서 팬들의 안전을 챙겼다.

지난 21일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이 프로스포츠 중 가장 먼저 ‘무관중 경기’를 결정했고 23일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V리그도 잔여 일정 무관중 경기에 동참했다. 그리고 25일 프로농구연맹(KBL)도 뒤늦게 무관중 경기 대열에 합류하면서 겨울의 대표 프로스포츠인 농구와 배구 모두 관중들 없이 남은 시즌을 치르게 됐다.

다른 종목 역시 마찬가지. 핸드볼리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예 시즌을 조기 종료했고, 상승 주가를 올리던 컬링 리그도 플레이오프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플레이오프 파이널시리즈를 취소하고 시리즈에 진출한 안양 한라와 러시아 사할린의 공동 우승을 발표했고, 전국 남녀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는 잠정 연기됐다. 뿐만 아니라 테니스, 양궁 등 3월 초까지 계획돼 있던 스포츠 대회들이 모두 취소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지난 2월 19일 수원에서 열린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수원 대 빗셀고베의 경기. 1만 7천여 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을 찾았지만, 이후 국내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K리그는 무기한 연기, ACL은 이후 한국 홈경기를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는 올스톱, 프로야구 시범경기 전 경기 취소

곧 개막을 앞둔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적게는 수천 명에서 1만 명 이상이 운집하는 경기들이기에 코로나 확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축구는 코로나 여파로 아예 ‘올스톱’이다. 오는 29일 개막이 예정돼있던 K리그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라앉을 때까지 시즌 개막을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당초 신천지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의 개막전(강원전)만 미루기로 예정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 조짐이 보이자 결국 결단을 내렸다.

프로 경기뿐만 아니라, 각종 아마추어 경기들도 코로나 여파를 맞았다. 2월 개최 예정이었던 동계 초중고 축구대회가 모두 취소된 데 이어, 3월 예정돼있던 K3, K4리그, FA컵, U리그 등 각종 주요 대회들의 개막도 무기한 연기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운집할 K리그 미디어데이와 K3/K4리그 출범식 등 각종 행사들도 당연히 취소됐다.

개막이 한 달 남은 프로야구는 시범경기 일정을 취소했다. 하지만 3월 28일에 개막하는 정규 일정은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해외 전지훈련에 나가 있는 구단들의 의견을 취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결정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월 3일 긴급 실행위원회를 통해 시즌 일정에 대한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무기한 연기보다는 무관중 경기가 더 현실적인 상황이다. 2020시즌 KBO는 국가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참가로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리그가 2주간 중단된다.

하지만 개막까지 연기된다면, 시즌 뒤에 치러질 포스트시즌 일정이 추운 겨울까지 미러질 가능성이 있어 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KBO는 선수들의 건강 문제도 있는 만큼, 무기한 연기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내 스포츠 현황. (사진=KOVO, 그래픽=윤승재 기자)
국제대회들은 ‘비상’, “한국 무서워서 안 갈래요”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들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해외팀들이 한국으로의 입국에 난색을 표하면서 일정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는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들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실제로 오는 3일 서울에서 열리는 FC 서울과 치앙라이(태국)의 경기와 4일 울산에서 열리는 울산현대와 퍼스(호주)의 경기는 코로나 여파로 무관중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무기한 연기하라고 통보했다. 치앙라이와 퍼스가 한국행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치앙라이는 서울에 다녀오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선수단이 14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해 향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이유에서 연기를 요청했다. 퍼스는 K리그가 연기된 상황에서 ACL의 정상 개최가 가능한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하며 방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국가대표도 코로나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자축구 대표팀은 중국과의 올림픽 예선 플레이오프 1,2차전 일정이 모두 꼬였다. 2차전 중국 원정은 코로나 여파로 중립지인 호주에서 치러지는 것으로 결정이 났으나, 용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차전 홈경기마저 시의 요청으로 불가 통보를 받으면서 변수가 생긴 것.

축구협회는 용인시에 무관중 경기를 제안했지만, 용인시는 시에 확진자가 생긴 상황에서 만일의 확산 사태를 우려해 이를 거절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엔 중국이 한국의 코로나를 우려하며 1차전도 호주에서 치르자는 제안을 해왔다. 자칫하다 홈 개최지 이점마저 뺏기게 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축구협회가 1, 2차전 일정을 4월로 연기하자고 중국협회에 제안했고, 이를 중국이 받아들여 4월로 경기가 미뤄졌다. 하지만 이 일정 역시 코로나 확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지난 1월 AFC U-23 우승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김학범호도 곤란한 상황이다. 김학범호는 3월 말 국내에서 남아공과 코트디부아르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었지만, 남아공이 한국행을 거부하면서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한편, 지난 26일에는 프로농구 부산KT의 외국인 선수 더햄이 무관중 경기를 앞두고도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하며 잔여 시즌을 뛰지 않겠다고 선언, 조기 귀국하는 일도 있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더햄의 팀 외국인 동료 바이런 멀린스와 고양오리온의 보리스 사보비치도 조기 귀국 의사를 밝히면서 팀을 떠났다. 향후 국내 외국인 선수들의 불안감이 일파만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승재 스포츠한국 기자 upcomi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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