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최홍만이 종합격투기의 문을 열고, 김동현이 세계 최고 무대인 UFC 1호 파이터로 격투기계를 넓혔다면 정찬성(32)은 한국 격투기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올랐던 선수다. 지난 2013년 8월 정찬성은 UFC 163에서 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치렀고 당시 어깨가 빠지지 않았다면 당대 최강 조제 알도를 잡고 챔피언 벨트를 맬 뻔도 했다.

그 사이 정찬성은 병역을 마쳤고 다시 돌아와 여전히 UFC와 세계 격투기계가 가장 좋아하는 ‘코리안 좀비(좀비처럼 쓰러지지 않는다는 별명)’로 다시 타이틀전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한국에서 개최되는 두 번째 UFC 대회인 UFC 부산대회의 메인 이벤터로 정찬성이 나선다. 이 경기만 이긴다면 다시 타이틀 도전과 가까워지기에 더욱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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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이었던 아이, 운동에만 미쳤던 유년기

부모님은 맞벌이였다. 게다가 외아들. 집에 사람이 없으면 밥도 챙겨먹지 않고 게임만 하는 아이였다. 잠시 함께 살았던 작은 이모는 그런 정찬성을 보고 답답해했다. 한 성격했던 이모는 정찬성을 합기도장에 데려갔고 내성적이고 집에만 있던 아이는 그렇게 세상을 마주했다.

“처음엔 몇 번 나가봐도 별로 재미가 없더라고요. 근데 어느 순간 재밌더라고요. 솔직히 전 운동신경이 없어서 남들보다 낙법을 하는데도 더 오래 걸렸어요. 그냥 몸이 약하고 내성적이니까 운동이라도 하라는 의도였는데 어느새 제가 완전히 빠졌죠.”

합기도를 하다보니 정말 실전에서 강한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본 정찬성이다. 자연스레 킥복싱으로 넘어갔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킥복싱에 빠져 보냈다.

솔직히 씨름부보다 공부를 못했다는 정찬성은 그러나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킥복싱장에 가서 운동할 생각만 했다고 한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밤 12시까지 운동하는 게 일상이 된 정찬성은 K-1의 전설직인 킥복서였던 어네스트 후스트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연습에만 매진했다.

고등학교 시절 운동장을 매일 200바퀴씩 돌았다. 5시간이 걸렸는데 관장님 지시였기 때문에 그냥 뛰었다고 한다. 그런 정찬성을 보고 관장은 ‘좀비’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그렇게 훗날 세계 최정상을 노리는 선수의 기반이 유년시절 다져졌다.

▶주짓수 전향 후 확 달라진 정찬성…15만원 대전료가 수천만원으로

열심히 킥복싱을 했지만 정작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지는 게 다반사. 아직 체격이 다 자리 잡지도 않았고 킥복싱만으로는 그의 재능이 모두 발현되지 않았기 때문. 대학교에서 실전 무술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주짓수를 접했고 주짓수를 통해 확 달라진 정찬성이다.

주짓수를 시작한 지 몇 개월만에 수년간 훈련한 관원들을 이기며 급성장한 정찬성은 킥복싱과 주짓수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격투기 무대에 뛰어든다. 그리고 곧바로 대회에 출전해 9연승을 기록하며 20살 떠오르는 샛별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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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환경은 열악했다. 기억하는 첫 대전료가 토너먼트에서 받은 15만원. 우승을 했는데도 160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점점 실력을 보여주고 큰 무대에서 찾다보니 100만, 200만원씩 오르다 어느새 UFC에서는 한 경기에 수천만원을 받는 선수가 됐다.

“18만원짜리 고시원에 살면서 신문배달, 호프집, 편의점, 패스트푸드 알바까지 안해본 게 없죠. 모두들 운동만 하는 제 미래를 의심했지만 전 ‘군대도 안갔으니가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버텼죠. 다른 친구들은 제대도 하고 취직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던건 단순했어요. ‘이기니까요’. 졌으면 군대라도 갔을텐데 말이죠. 하하”

▶오직 챔피언만 생각… 왜 내가 UFC의 사랑을 받는지 직접 보여주겠다

이기다보니 자연스레 유명해졌다. 그리고 세계 최고 무대가 정찬성을 불렀고 그곳에서도 특유의 끈기와 화끈한 타격 스타일이 통했다. 단숨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어느 순간 지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관심이 크고 기대가 크다보니 지면 반대급부로 실망과 비난이 컸죠.”

2015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첫 UFC 대회는 병역의무 중이어서 출전하지 못했다. 정찬성은 꼭 한번 국내팬들 앞에서 UFC 경기를 하기 원했고 그의 강력한 요청 끝에 UFC는 정찬성을 얼굴로 내세워 오는 21일 부산에서 대회를 연다.

“왜 UFC가 세계 최고의 무대고, 그렇게 열광적인지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왜 제가 UFC의 사랑을 받는지 경기를 통해 직접 한국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물론 응원만큼 결과가 안좋으면 부담과 비난도 크겠죠.”

정찬성에게 이번 시합은 챔피언 재도전에 중요하다. 유년기부터 꿈꿔온 챔피언에 대한 꿈이 부산대회에서 승리하면 타이틀 도전 경기로 현실화 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정찬성을 제외하고 이전, 그리고 향후에도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에서 챔피언까지 도전할말한 선수는 전무하다. 과연 정찬성은 한국 격투기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까. 부산 대회가 바로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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