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불과 2년차인 루카 돈치치(20·댈러스 매버릭스)를 두고 진지한 MVP 후보로서 거론하긴 아직 힘들다. 워낙 대형 숫자들을 기록 중인 슈퍼스타들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치치가 리그 MVP 후보 선두권에 자리할 시기가 꽤 빨리 올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치 그의 어린 시절 아이돌이었던 르브론 제임스가 25번째 생일을 맞이하기도 전인 6년차 2008~09시즌에 생애 첫 MVP를 차지했던 것처럼 돈치치도 빠르게 지배력을 발휘할 듯하다.

이런 예감을 들게 하는 신호를 돈치치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샌안토니오 스퍼스전에서 보여줬다. 댈러스가 117-110으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 35분14초를 뛴 돈치치는 42득점 11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2득점은 9일 뉴욕 닉스전에서 올린 38득점 이후 그의 커리어 최고 득점이다.

4쿼터 동안에만 무려 3파울을 범하며 돈치치는 5파울의 파울 트러블에 있었다. 하지만 종료 43초를 남기고 2점차까지 쫓아온 샌안토니오를 따돌린 3점슛을 꽂은 영웅이 돈치치였다.

천재적인 2년차 돈치치의 활약 앞에 샌안토니오는 경기 초반부터 무너지며 시작했다. ⓒAFPBBNews = News1
실제 종료 3분47초 전 5번째 파울 휘슬을 받고 억울함을 표한 돈치치는 이후 흔들리는 듯했다. 자유투도 하나 실패하고 3점슛도 실패하고 그가 볼을 빼앗긴 턴오버 직후 샌안토니오의 3점슛이 나오며 2점차까지 쫓겼다. 하지만 마지막 자신의 주특기인 스텝 백 3점슛을 다시 시도해 성공시키며 승리를 굳혔다.

이 경기를 통해 돈치치의 시즌 기록은 평균 29.5득점 10.7리바운드 9.3어시스트로 또 상승했다. 19일 현재 평균 39.2득점 5.6리바운드 7.6어시스트의 제임스 하든이나 30.3득점 14리바운드 6.2어시스트의 야니스 아데토쿤보 같은 괴물들도 있지만 2년차 돈치치도 현재 괴물과 같은 숫자를 기록 중이다.

이에 현재 돈치치가 얼마나 대단한 활약 중인지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역대 2번째 어린 시기에 작성한 40-10-10

돈치치는 42득점 11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생후 20년263일째에 기록했다. 이로써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역대 94번째 선수인 동시에 역대 2번째로 어린 시점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선수가 됐다.

가장 어린 시기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기록한 이는 앞서 언급한 제임스였다. 생후 20년100일째인 2년차 2004~05시즌 4월에 정확히 40득점 10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남겼다. 그리고 생후 21년47일째에도 43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남기며 돈치치의 이번 기록이 나오기 전 역대 가장 어린 두 시기의 기록을 제임스가 갖고 있었다.

그 전의 가장 어린 시기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남긴 선수들의 면모도 대단하다. 1980~81시즌 생후 21년226일째에 41득점 12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남겼던 매직 존슨, 1982~83시즌 생후 21년 284일째에 46득점 10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남겼던 아이제이아 토마스도 역시 전설적인 선수들이다.

그리고 이런 트리플더블 기록에서 오스카 로버트슨이 빠지면 섭섭하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 모두 2년차에 이룩했다면 로버트슨은 1960~61시즌 신인으로서 44득점 15리바운드 11어시스트를 통해 역대 6번째로 어린 시기인 생후 21년357일째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남긴 선수가 됐다. 이렇게 22번째 생일 이전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남긴 역대 선수들은 단 5명뿐이다.

돈치치를 통해 올시즌 리그에서 처음 나온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은 최근 몇 시즌에 걸쳐 희소성이 떨어진 편이다. 2014~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무려 32회의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이 나왔다. 지난 시즌까지 역대 총 93회였으니 5년 사이 3분의1 비중 넘게 나온 셈이다.

그 5시즌 동안 하든이 13경기, 러셀 웨스트브룩이 12경기, 제임스가 3경기, 브래들리 빌이 2경기, 폴 조지 및 드마커스 커즌스가 각자 1경기씩에 걸쳐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을 남겼다. 다만 모두 25번째 생일 이후의 베테랑 시점에 남긴 성과들이다. 2014~15시즌 2월 웨스트브룩 전에 마지막 40득점 이상 트리플더블은 그 5년 전인 2009~10시즌 2월 제임스가 작성했었다.

3점 구역에서부터 드리블 치는 중에 던지는 슈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돈치치에게 제대로 저항할 타이밍을 잡기란 어렵다. ⓒAFPBBNews = News1
▶말릴 수 없는 풀업 슈팅

샌안토니오는 19일 경기를 통해 6연패에 빠졌다. 2010~11시즌 막판 6연패 이후 올시즌 전까지 이들이 5연패 이상 수렁에 빠진 적은 없었다. 무너진 수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샌안토니오는 나름 수비 능력을 갖춘 가드들인 디전테 머리와 데릭 화이트가 주로 돈치치를 맡도록 했다. 하지만 각자 193cm 신장인 이들은 저항 타이밍 잡기 힘든 돈치치의 슈팅에 속절없이 무너져야 했다.

돈치치는 페인트 구역 안에서 야투 13회를 시도해 8개(61.5%)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미드레인지에서는 하나만 시도해 성공시켰다. 다음 3점 구역에서는 13회 중 5개(38.4%)를 성공시켰다.

3점슛 성공률이 38.4%면 딱히 인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19일 돈치치의 3점슛 13회 중 11회가 드리블 치며 던전 풀업(Pull-up) 슈팅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숫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패스를 받아 던진 2회는 모두 실패한 반면 풀업 3점슛은 11회 중 5개(45.0%)를 성공시켰다.

전 시즌 평균 36.1득점에 이어 올시즌 현재에도 39.2득점의 놀라운 기록으로 득점왕에 올라 있는 11년차 하든이 최근 몇 년 안에 선보이고 있는 스텝 백 3점슛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는 돈치치다.

올시즌 현재까지 돈치치의 3점슛 118회 중 95회가 풀업 슈팅이며 그 중 31개(32.6%)가 들어갔다. 오히려 패스 받아 던진 21회 중엔 6개(28.6%)간 넣었다.

▶천재적인 플레이메이커

이달 초 두 경기 연속 15어시스트 포함 돈치치는 올시즌 13경기 출전 중 6경기에서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올렸다. 여기에 힘입어 18일 현재 리그 전체 선수들 중 제임스(12.2어시스트) 다음 2위(9.3어시스트)에 올라 있다.

19일 현재 리그에서 경기 당 볼 소유 시간 첫 번째(9.5분), 패스 횟수 2번째(69.2회), 드리블 돌파 3번째(18.9회)에 올라 있는 돈치치는 댈러스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전적으로 받고 있는 플레이메이커다.

또한 리그 전체 12위에 올라 있는 평균 10.7리바운드도 플레이메이커로서 돈치치의 위상을 말해주는 숫자다. 9경기에 걸쳐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 중인 돈치치는 리바운드 직후 아웃렛 패스 포함 즉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는 타고난 소질을 갖췄다.

한편 201cm 신장 돈치치가 리바운드 선두에 올라 있는 댈러스는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리그 11위(50.6%)에 올라 있다.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은 리그 16위(72.8%)이며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은 공동 5위(28.6%)다. 한편 돈치치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의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은 73.3%,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은 29.6%다.

돈치치는 볼을 가진 스트롱 사이드에서 볼이 없는 위크 사이드로 볼을 연결시키는 데에 있어 천재적 소질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쪽을 향해서도 순간적으로 정확한 패스를 건네는 모습들이 종종 잡힌다.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돈치치와 가장 패스를 많이 주고 받는 선수인 현재 경기력을 보다 끌어올려야 팀의 성과가 나아질 수 있다. ⓒAFPBBNews = News1
다만 이런 힘을 가진 돈치치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의 댈러스는 큰 힘을 쓰지 못하는 편이다. 오히려 댈러스가 잘 나가는 때는 벤치 시간이다. 돈치치가 코트 위에 있는 동안의 득점력은 한껏 올라가는 편이지만 주전 시간 동안 실점이 많다.

또한 파트너 스타인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현재 평균 18.6득점을 기록 중이지만 39.9% 야투율에 그치고 있는 등 오랜 부상 공백 후 기량이 다 올라오지 못했다. 경기 당 3.2점차 흑자를 내고 있는 댈러스는 돈치치의 평균 35분 동안 1.4점차인 반면 포르징기스의 32분 동안엔 -2.3차 적자를 내고 있다.

아직 댈러스가 굳건한 강팀으로서 올라선 모습은 아니다. 19일 샌안토니오전에서 14점차로 1쿼터를 마쳤지만 이들의 현재까지 13경기 중 1쿼터를 앞서며 마친 경기는 5경기다. 3쿼터 마진도 아주 좋은 편이 아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돈치치가 MVP 화제에 본격적으로 오르기란 어려울 듯하다. 또한 현재의 드높은 기록이 시간이 흐르며 꺼져 들어갈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전에 보기 힘들었던 대단한 선수의 등장이 눈앞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시즌 올스타 투표에서 돈치치는 약 424만 표를 받으며 서부 컨퍼런스 프론트코트 선수들 중 2위에 올랐었다. 그럼에도 선수 및 미디어 투표에서 8위와 6위로 밀려나며 신인으로서의 올스타 선정 영예를 놓치고 말았다.

반면 올시즌 현재의 돈치치는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과 매체들의 시선을 한껏 사로잡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즉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스타 돈치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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