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경기 연속 40득점 근처의 고득점 활약, 낯설지가 않다. 지난 시즌 12월부터 32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기록했던 제임스 하든(30·휴스턴 로켓츠)이 이번에는 11월초부터 고속 기어를 넣고 있다.

속도는 더 빨라진 듯하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44득점으로 시작해서 7경기 연속 30득점 이상을 기록 중인 하든은 최근 7경기 평균 43득점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32경기 연속을 이었을 당시 첫 7경기 동안엔 평균 39.9득점이었다. 최근 7경기 중 36득점 및 39득점을 제외하면 모두 42득점 이상씩이다.

이런 괴물 활약 덕분에 휴스턴의 진군도 심상치 않다. 17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125-105로 꺾은 휴스턴은 7연승을 달리게 됐다. 하든이 잔뜩 힘을 주고 나온 시점부터 휴스턴도 거칠 것이 없다.

이제 소속팀 성적도 한껏 오르며 지난 시즌에 이어 제임스 하든이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다시 MVP 경쟁을 이룰 분위기가 보인다. ⓒAFPBBNews = News1
16일 인디애나 페이서스전에서 40분을 뛰면서 44득점을 올린 바로 다음 날임에도 하든은 39분 동안 49득점의 괴물 활약을 펼쳤다. 49득점은 10월31일 워싱턴 위저즈전의 59득점 다음 올시즌 하든의 2번째로 높은 기록이다. 또한 3경기 연속 44득점 이상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하든은 평균 36.1득점으로 마감했다. 그리고 생후 30년59일째에 시작한 올시즌 현재에는 13경기 평균 39.5득점이다. 전 시즌 첫 13경기 동안엔 평균 29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즉 이제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하든은 최고 속도라 해도 될 만한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 이런 페이스가 틀린 것이 아니라는 듯 소속팀 휴스턴도 17일 현재 10승3패(승률 76.9%)를 통해 서부 컨퍼런스 2위에 올라 있다.

이에 현재 하든의 득점 페이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몇 가지 시각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역대 최고라 해도 될 만한 득점 페이스

하든이 4월까지 이어지는 시즌 전체 일정 동안 현재와 같은 대단한 위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든도 사람이기 때문에 장담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30대 나이에 접어들었다. 하든이 부상 암초를 잘 피한다 해도 올시즌 전체의 숫자는 현재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지금 당장의 기세만을 놓고 본다고 했을 때 하든은 NBA 역사 전체에서도 최고로 꼽힐 만한 엄청난 페이스로 득점을 올리고 있다. 경기 당 50.4득점 역대 1위에 올랐던 1961~62시즌 윌트 체임벌린보다도 높은 페이스다.

경기 당 36.9분을 뛰고 있는 하든은 36분 당 기록도 거의 비슷한 38.5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에 비해 당시 평균 48.5분을 뛰었던 체임벌린은 36분 당 37.4득점을 기록했다. 전 시즌의 하든은 36분 당 35.4득점으로써 역대 시즌 400분 이상을 뛴 선수들 중 최고의 36분 당 득점 기록 1,3위를 남기고 있다.

게다가 1961~62시즌은 리그 평균 야투 시도 107.7회 및 자유투 시도 37.1회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올시즌 NBA는 야투 시도 89회 및 자유투 시도 23.9회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더해 당시 체임벌린은 생후 25년59일째에 시즌을 시작했었다.

즉 주어진 조건을 감안했을 때 하든은 정말 역대 그 어느 선수도 닿지 못했던 득점 페이스에 올라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페이스에는 어떤 에너지원이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하든이 득점에 있어 가장 돋보이는 능력이 득점 동작에 들어갈 때의 영악함과 노련함이며 덕분에 많은 수비자 반칙을 끌어내고 있다. ⓒAFPBBNews = News1
▶역대 최고의 자유투 득점

한 선수의 하이라이트에 자유투를 던지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경기 종료 1분 이내의 접전 상황이 아니고서는 자유투는 농구 경기 중 가장 재미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하든에 대한 인상이 현재의 숫자만큼 경이롭지 않은 이유가 이 자유투 때문일 것이다. 그의 득점 중 33.1%란 큰 비중이 자유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17일 현재 하든의 경기 당 14.8회 자유투 시도 자체가 엄청난 숫자다. 현재 하든보다 많은 경기 당 자유투 시도 횟수를 기록한 선수는 1961~62시즌 체임벌린(17회)뿐이다. 그리고 36분 당 기준으로 했을 때는 역시 당시 12.6회의 체임벌린보다 현재 14.5회의 하든이 많다.

그리고 경기 당 자유투 성공은 어떤 조건을 붙이지 않아도 올시즌 현재 하든의 13.1구 성공이 역대 최고다. 88.1%의 높은 자유투 성공률이 따라주면서 자유투 성공률 61.3%였던 1961~62시즌 체임벌린(10.4)을 여유 있게 앞설 수 있다. 역대 1위 하든 다음이 1965~66시즌 경기 당 12.4회 자유투 시도 중 86.0%인 10.6구를 성공시켰던 제리 웨스트이며 체임벌린이 3위다.

최근 리그는 자유투 획득이 줄어들고 있는 경향에 있다. 1990년대에 비해 경기 페이스가 빨라졌지만 자유투 시도 횟수는 오히려 줄었다. 20년 전 1999~00시즌 리그 평균 82.1회 야투 시도에 25.3회 자유투 시도였다면 올시즌 현재는 89회 야투 시도에 23.9회 자유투 시도다.

이런 경향 속에서 하든의 이 엄청난 자유투 획득은 꽤나 독특하다 볼 수 있다. 3점 야투 비중이 비교적 꽤 크긴 하지만 현재 하든의 경기 당 18.8개 야투 성공은 역대 87위다. 그만큼 자유투 성공이 하든의 득점 양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최근 불붙은 하든의 3점포

시즌 초부터 자유투가 하든의 득점에 든든한 밑천이었다면 최근 더욱 뜨거워진 하든의 득점에는 3점슛이 큰 추진력을 가해줬다. 올시즌 하든의 득점 중 3점 야투 비중이 36.8% 비중이라면 최근 7경기 동안엔 45.8% 비중에 달한다. 한편 최근 7경기 동안 자유투 득점 비중은 26.2%다.

경기마다 적어도 9구 이상씩 꽂아 넣은 자유투 비해 하든의 3점슛은 여느 선수들이 그렇듯 편차가 크다. 개막전에 8회 중 1개만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2번째 경기엔 18회 중 2개, 3번째 경기엔 14회 중 3개만 성공시키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17일 현재 리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야투 실패 196개를 기록 중인 하든의 현재 야투율 41.7%는 신인 때의 40.3% 이후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숫자다. 최근 7경기의 44.9%도 크게 인상적이진 않다. 하지만 최근 7경기 3점슛 성공률이 41.4%라는 점은 대단하다 볼 수 있다.

올시즌도 하든의 3점슛은 수비수와 홀로 대치하며 던지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처음부터 아이솔레이션이든 픽앤롤 스위치를 통해서든 결국 수비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 치며 던지는 장면이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에다 스텝도 춤을 추듯 현란하다. 이런 가운데 3점슛 성공률 41.4%는 놀라울 따름이다.

3점 라인 밖 하든을 단독으로 맡는 수비수 입장에서는 하든이 무슨 카드를 낼지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 ⓒAFPBBNews = News1
▶웨스트브룩 가세에도 변하지 않는 에이스 비중

2014~15시즌 평균 28.1득점 및 2016~17시즌 31.6득점으로 득점왕에 올랐던 웨스트브룩이 올여름 휴스턴에 합류했을 때 우려가 있긴 했다. 둘 모두 볼 소유 성향이 높은 하든과 웨스트브룩 사이에 마찰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현재까지는 하든이 전과 다름없이 전면에 나서도록 웨스트브룩이 한 걸음 물러난 모양새다. 볼 소유 횟수와 시간에 있어서도 한껏 줄었다. 현재 7연승에 중에 있듯이 휴스턴에게 나쁠 것 없는 양상이다.

그렇잖아도 17일 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휴식을 이유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5일 멤피스 그리즐리스전에서도 휴식을 이유로 나서지 않았는데 이틀 연속 경기의 2번째 일정에는 나서지 않을 방침으로 보인다.

2년차 뒤로 가장 낮은 평균 21득점을 기록 중인 12년차 웨스트브룩은 공격 가담도 줄었지만 3점슛 성공률이 27.1%에 그치는 등 득점 효율성도 지난 시즌에 이어 썩 좋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득점 가담 비중을 줄이는 것이 맞는 노선이다.

물론 그럼에도 웨스트브룩은 2012~13시즌 하든이 합류한 이래 휴스턴에서 하든 다음 가장 높은 득점을 올리고 있는 2번째 득점원이다. 이전엔 평균 18.3득점을 올렸던 2013~14시즌 드와이트 하워드가 하든 다음 가장 높은 득점을 동료였다. 이 가운데 하든은 커리어 최고의 득점 페이스를 기록 중이다.

▶안정세를 찾고 있는 휴스턴

하든의 뜨거운 득점 활약과 함께 휴스턴은 팀 차원에서 안정된 실점 양상을 통해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에 있던 불안한 모습은 완전히 기억 저편으로 묻을 수 있을까.

휴스턴은 시즌 4번째 일정인 10월31일 워싱턴 위저즈전에서 연장도 가지 않고 158실점을 기록했다. 1점차로 승리하긴 했지만 수비 빗장이 크게 헐거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129실점을 내주며 29점차로 패했던 4일 마이애미 히트전에선 1쿼터를 14-46으로 뒤진 채 마쳐 더욱 안 좋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그 마이애미전이 자극제가 됐던 것인지 5일부터는 한껏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선 6경기 동안 평균 127실점이었다면 최근 7경기 동안엔 102.8실점이다. 100실점 미만이 2경기 있다.

센터 클린트 카펠라의 활동 비중이 늘어난 가운데 카펠라가 뇌진탕 이슈로 결장한 17일 경기에서도 2년차 빅맨 아이제이아 하텐스타인을 끌어올리는 등 큰 출혈을 막았다.

하든의 득점 대활약이 있더라도 최근 휴스턴 팀 자체의 공격력이 부쩍 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득점력이 안정화된 경향이 있다. 너무 높은 것도 아니지만 너무 낮은 경기도 없다. 하든의 현재 위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이런 공수 양 진영의 안정세 유지는 휴스턴에게 지속시켜나가야 할 과제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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