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한때, KBO리그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유행처럼 번진 시절이 있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가을이 되면 해외로 나가겠다는 선수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포스팅 관련 소식부터 구단에서 선수를 잡느냐 풀어주느냐, 선수의 의사를 존중하지만 구단의 사정도 있다는 등 샅바 싸움이 연일 펼쳐졌다. 그렇게 투수든 야수든 빅리그의 꿈을 이루고자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올해는 너무나 조용하다. 해외 진출에 도전하겠다는 선수가 없다. 그나마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단골로 등장하는 SK 김광현이나 KIA 양현종뿐이다.

두 선수를 제외하면 빅리그 도전 의사는 전무하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더 큰 무대, 일본을 넘어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은 꿈을 마음 한편에 갖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침묵 그 자체의 KBO리그다.

SK 김광현. 스포츠코리아 제공
사그라든 해외 진출 움직임, 김광현-양현종의 가능성은?

김광현에게 빅리그는 항상 도전하고픈 꿈이다. 본인도 매년 미국 진출 의사를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2014시즌이 끝나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다. 하지만 마운드 보직, 세부 조건 등에서 입장 차이가 컸고 아쉽게도 무산됐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2016시즌이 끝난 후, 4년 85억의 FA 계약을 맺은 김광현은 어깨 수술 후, 재활을 이겨내고 2018시즌부터 다시 마운드에 올라섰다. 그리고 올해 17승 6패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 리그 최고의 토종 선발의 자존심을 살렸다.

시즌 도중에는 뉴욕 메츠,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를 비롯해 시카고 컵스, 애리조나, 디트로이트 등 6개 구단의 스카우트가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찾아 김광현의 피칭을 관전하기도 했다. 30대라는 나이, 어깨 수술 이후 더욱 강해지고 노련해진 김광현의 해외 진출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구단도 대승적 차원에서 2020년까지 남은 계약 기간과 상관없이 김광현의 해외 진출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소속팀 SK가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고수하다가 막판 부진에 빠지며 두산에 정규시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이후 플레이오프에 가서도 키움에 시리즈 3패로 무너지며 조기에 탈락했다. 만약 올해 팀이 우승을 했다면 김광현도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해외 진출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모양새로 팀이 무너지면서 김광현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오는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에 승선한 김광현은 "팀과 좀 더 상의해보겠다"라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장을 드러냈다. 에이스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이대로 팀을 떠나는 것이 마음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광현과 함께 토종 에이스라 불리는 KIA 양현종도 마찬가지다. 2017시즌 팀 우승을 이끌며 정규시즌 및 한국시리즈 MVP를 따냈던 양현종은 올해 16승 8패,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하며 린드블럼을 제치고 리그 ERA 1위 타이틀을 따냈다. 하지만 올해 김기태 감독이 도중에 사퇴하고 팀도 하위권에 그치는 등 빛이 바랬다.

FA 대신 매년 구단과 협상을 하는 양현종의 경우, 마음을 먹으면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내구성이나 실력 면에서는 KBO리그 수준을 넘어섰다. 시즌 도중에도 몇몇 스카우트 관계자가 양현종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구단의 아시아 지역 스카우팅 리포트에도 양현종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양현종 역시 조심스럽다. 타이거즈를 향한 애정이 강하긴 하지만 빅리그의 꿈은 항상 마음속에 있다.

KIA 양현종. 스포츠코리아 제공
해외는커녕 흉년의 KBO리그, 스타플레이어 부재와 일맥상통

'코리안 특급' 박찬호를 시작으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꾸준히 있었다. 광주일고 3인방 최희섭, 김병현, 서재응을 비롯해 김선우 등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고 류현진이 KBO리그 최초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했고 야수에서는 강정호가 문을 열었다.

이후 들불처럼 빅리그 러시가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구단에서도 류현진, 강정호의 성공 사례를 통해 KBO리그에 관심을 돌렸다. 윤석민, 김현수, 박병호, 이대호, 황재균 등 여러 선수가 해외 진출에 도전했고 몇몇 선수는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모두 실패에 가까웠다.

한국 최고의 선수라 불리던 이들조차 빅리그에 가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리그에서 나름 3할 타자, 10승 투수라 불려도 해외 진출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양현종, 김광현 외에 해외 진출을 노리거나 혹은 선수를 원하는 빅리그 구단 역시 올해는 전무하다.

한 빅리그 스카우트 관계자에 따르면 "테임즈나 켈리처럼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가 있기에 외국인 선수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대상이 아니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김광현이나 양현종, 두 선수를 제외하면 딱히 돋보이는 선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쓴맛을 봤지만 한국에 오자마자 다시금 리그를 주름 잡고 있다. 리그의 수준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더 심각한 것은 이들의 뒤를 이을 젊은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점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빅리그에 도전할 잠재력을 갖춘 선수조차 찾기 드물다. 그렇기에 오는 11월에 열리는 '프리미어12' 대회가 해외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빅리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리그의 질적 향상,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선수 발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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