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서널스 팬. ⓒAFPBBNews = News1
아기상어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워싱턴 헤라르도 파라.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아기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 아기상어!"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른다. 귀에 익숙한 바로 그 노래, 동요 '아기상어'다. 중독성 강한 멜로디의 이 노래는 한국을 시작으로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심지어 미국 빌보드(Billboard) Hot 100 차트의 상위권에 진입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전혀 의외의 곳에서 이 노래가 제대로 통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다. 올해 창단 50년 만에 내셔널리그 첫 우승을 차지한 워싱턴 내셔널스는 '아기상어'를 포스트시즌 내내 홈구장 내셔널스파크에 빵빵 틀며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승부처, 혹은 승리가 눈 앞에 다가오면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양 손을 뻗어 상어의 입 모양을 만든다. 그리고 크게 손뼉을 치면서 선수를 응원한다. MLB닷컴에서도 '아기상어가 워싱턴을 월드시리즈의 영광을 이끌지 모른다'라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아기상어'의 인기가 보통이 아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팀 핵심 선수인 헤라르도 파라는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자 곧바로 자신의 등장 곡으로 바꿨다고 한다. 동요다 보니 다소 유치한 감도 있었지만 파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곡을 계속 사용했다. 그리고 동시에 맹타를 터뜨리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이후 팬들은 파라가 타석에 나오면 '아기상어' 퍼포먼스를 펼쳤고 자연스레 워싱턴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파라는 "내 응원곡이 이런 효과를 가져올지 몰랐다. 이 곡이 우리에게 큰 에너지를 주고 있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팀과 선수, 그리고 팬을 하나로 모으는 일명 '승리 기원 송', 그렇다면 KBO리그 한국에는 어떤 노래가 있을까.

잠실야구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지역색이 담긴 응원가는 인기 구단의 필수 요소

야구는 계속 이길 필요가 없다. 마지막에만 이기면 된다. 그렇기에 경기 후반, 특히 '약속의 8회'라 불리는 그때가 되면 각 구단은 승리를 염원하는 노래를 목놓아 부른다. 특히 지역색이 짙은 구단은 팀을 대표하는 응원가를 하나 정도는 갖고 있다. 구도 부산의 롯데 자이언츠는 단연 '부산 갈매기'다.

`너는 정녕 나를 잊었나' 이별을 말하는 가사 내용이 담겨 있어서 생각보다 슬픈 노래인데, 부산 팬들은 신문지 뭉치를 돌리며 신나게 부른다. 리듬 자체가 역동적이며 거친 부산의 색깔과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항구의 일번지, 그리고 부산 갈매기를 시작으로 프로야구 응원가는 전국으로 퍼졌다.

부산이 갈매기면 광주는 열차다. KIA는 8회가 되면 어김없이 김수희의 '남행열차'가 나온다. `비 내리는 호남선,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른다.' 한이 담겨 있는 느낌이다. 워낙 유명한 곡이다 보니 남녀노소 모두가 따라 부른다. 지금은 그래도 세련되게 부르지만 해태 시절에는 남행열차에 이어 '목포의 눈물'로 마무리된다. 분명 이기는 경기인데 눈물로 끝난다. 당시 광주 야구가 그랬다.

인천을 연고로 삼은 구단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항구'다. 뿌우, 뱃고동 소리가 들리면 인천 팬들의 가슴도 뛴다. SK는 8회가 되면 김트리오의 '연안부두'가 울려 퍼진다. `말해다오, 말해다오.' 열차나 갈매기처럼 야구와 전혀 상관없는 가사다. 하지만 인천 팬들은 하위권을 전전하며 사라진 삼미, 청보, 태평양 시절부터 현대까지 불리던 그 절절한 연안부두를 잊지 못한다.

대전의 한화 이글스의 8회는 재밌게도 노래가 아닌 '육성'이 울려 퍼진다. 팬들의 목소리가 전부다. `최, 강, 한, 화' 구호는 강해 보인다. 이들의 구호는 '나는 행복합니다'와 함께 이글스 팬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리한화'와도 같았다. 이전 빙그레 시절에 불리던 `대전부르스'의 '대전발 0시 50분' 완행열차를 탔던 팬들은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불꽃을 숨겨두고 있다.

인천SK행복드림구장. 스포츠코리아 제공
세련된 수도권 응원가, 8회가 되면 모두가 한 마음

거리마다 푸른 꿈이 넘쳐흐르는 도시. 1994년 우승 당시, 종이 울리고 꽃이 피던 '서울의 찬가'를 외친 LG는 유독 서울을 강조한다. 그리고 승부처 8회가 되면 외쳐라 무적 LG라는 가사가 담긴 '서울의 아리아' '승리의 LG'를 이어 부른다. 이용의 '서울'에 나오는 후렴, 그리고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에서 가져온 '아아 서울 LG, 무적 LG'는 팬들의 마음을 녹이고 또 녹인다.

잠실의 또 다른 주인, 두산도 응원가가 상당히 많다. OB 시절부터 이어진 동요풍의 '우리 두산 멋진 두산'이나 '승리의 두산'이 있지만 팬들의 추억 속에는 8회가 끝나고 나오는 봄여름가을 겨울의 'Bravo My Life'가 꽤나 유명했다. 지금은 나오지 않지만 프로야구 원년 우승이라는 전통과 뚝심을 보여주는 두산 야구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또 다른 서울 팀인 키움은 8회가 되면 우리에게 맞설 자 누구냐며 크라잉넛이 부른 '히어로'를 신나게 외친다. 히어로즈라는 구단명처럼 영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곡이 많다. '기를 높여라' '승리가' 등 저돌적인 응원가가 많지만, 히어로즈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곡은 반만년 우뚝 설 우리 샛별이라는 가사가 담긴 '영웅출정가'다.

대구 삼성은 간간히 터져 나오는 윤수일의 '아파트'가 있지만 팬들은 8회가 되고 승리가 가까워지면 `최강 삼성 승리하리라'를 외치는 '엘도라도'가 그립다. 지난 2017년 팀 레전드 이승엽의 마지막 경기에서 나온 엘도라도 응원가는 삼성 팬들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팀 구단의 역사가 길지 않은 NC는 '다이노스여 일어나라' '승리의 NC' 등 응원가가 올해 대거 등장했고 막내 수원 kt는 '승리의 하이파이브', '나의 사랑 kt wiz', 개사를 한 '마법의 성'을 통해 팬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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