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전 시즌에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를 겪었던 팀이 우승을 이룬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현존 30개 구단들 중 이런 역사는 오직 세 번만 나왔다.

1973~74시즌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1976~77시즌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2007~08시즌 보스턴 셀틱스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리고 여기에 이번 2019~20시즌 LA 레이커스가 합류할 수 있을까.

2018~19시즌 레이커스는 37승45패(승률 45.1%)를 통해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그치며 마감했다. 12월까지 꽤 낙관적인 분위기를 가졌지만 핵심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35)의 부상 공백이 길어지며 쭉 미끄러졌다.

이런 레이커스가 오는 22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하는 이번 시즌 우승에 진지하게 도전하는 팀으로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시즌과 크게 다른 인원변경을 거쳤기 때문이다.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앤써니 데이비스(26)를 트레이드로 얻기 위해 다수의 젊은 선수들이 나가는 등 소용돌이 같은 오프시즌을 보냈다. 실제 데이비스 트레이드 소식 직후 계약이 이어지는 기존 레이커스 선수들은 제임스와 카일 쿠즈마(24), 단 두 명뿐이었다.

레이커스 선수로서 두 번째 시즌인 제임스와 첫 번째 시즌인 데이비스는 팀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해줄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레이커스를 우승후보로서 꼽는 이유에는 제임스와 데이비스의 결합이 가장 크다. 4시즌 MVP 이력 제임스에다 아직 MVP 이력은 없지만 MVP 후보 논의에 오르곤 했던 데이비스가 합쳐지며 큰 기대를 모았다. 두 선 수 모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워낙 개인 기량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레이커스는 제임스-데이비스 듀오를 중심으로 진지한 우승후보 팀을 조립해낸 것일까. 무엇을 기대할 만하고 무엇을 우려할 만할까.

▶새 인원 잘 찾았나

제임스-데이비스-쿠즈마 3인만 있던 선수단을 레이커스는 일단 프리 에이전트가 된 기존 선수들을 다시 불러들이며 채웠다. 라존 론도(33), 자베일 맥기(31), 켄타비어스 칼드웰포프(26), 알렉스 카루소(25)가 그들이다.

그리고 또 자유계약 시장에서 새로 계약한 주요 인원들이 대니 그린(32), 드마커스 커즌스(29),퀸 쿡(26), 자레드 더들리(34), 에이브리 브래들리(29), 드와이트 하워드(34)다. 이 중 커즌스는 정식 계약이 가능해진 첫날 서명하며 합류했지만 무릎 인대 부상을 당해 올시즌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에 다시 찾은 센터가 하워드다.

애초 레이커스는 자유계약 시장에 나온 지난 시즌 파이널 MVP 카와이 레너드를 바라고 있었지만 레너드가 같은 지역 연고팀인 LA 클리퍼스로 향하면서 대안을 찾아야 했다. 그린 및 브래들리가 레너드의 위력에 닿지는 못하더라도 백코트 수비에 있어서는 나름 좋은 대안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비스는 원래 자신이 선호하는 파워 포워드로서 뛰고 싶어 하고 레이커스는 기존 센터 맥기에 더해 커즌스를 더해봤지만 부상이 가로막았다. 그 대안이 커리어 하향세를 타고 있다가 지난 시즌 9경기 출전에 그쳤던 하워드다.

다만 하워드는 한껏 다이어트를 한 몸매로 나타나며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20대 후반 나이부터 기량 하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리바운드만큼은 여전히 위력적인 하워드가 얼마나 골밑을 지켜줄 수 있느냐는 꽤 중요한 관건이다.

아직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에 있는 하워드가 3연속 올해의 수비수 시절과는 거리가 멀어도 팀 수비에 도움일 될 가능성은 있다. ⓒAFPBBNews = News1
▶제임스는 어떤 선수로서 시즌을 보낼까

올시즌 레이커스가 어떤 팀으로서 시즌을 마감할 것인지는 제임스가 어떤 선수로서 나나탈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여러모로 경기 전반적으로 코트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선수이기 때문이다.

16시즌 경력을 보내면서 제임스가 소속팀의 경기 당 득점 선두로서 마감하지 못했던 시즌이 없었다. 현역 중 커리어 평균 득점 1위(27.16득점)에 올라 있는 제임스는 신인 시즌의 20.9득점을 제외하면 적어도 25.3득점 이상으로 마감했다.

그만큼 제임스가 득점에 나서는 비중이 크다는 뜻이다. 커리어 중 보기 드물게 부상으로 고생했던 지난 시즌에도 평균 27.4득점으로 마감했고 팀의 공격 기회 사용 비중에 있어 커리어 기록과 거의 비슷한 숫자를 남겼다.

또한 지난 시즌 레이커스에서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볼을 만진 선수도 제임스였다. 커리어 동안 같이 뛰는 포인트 가드들이 있지만 사실상의 공격 주도권을 늘 자신이 쥐고 활동해온 선수다.

이런 제임스가 다시 지난 시즌처럼 큰 공백을 남기는 부상을 당한다면 위기라 볼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선수층이라면 제임스의 공백에 충분한 완충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플레이오프까지의 긴 여정을 본다면 큰 부상은 비관적인 전망을 낳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기량 자체도 이제 마냥 낙관하기 힘든 시점에 왔다. 12월30일 35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제임스는 이미 현재 본인의 연령을 초월한 기량을 펼치고 있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 제임스의 공격 진영 지배력이 가시적으로 떨어져도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데이비스

계약 한 시즌을 남겨 놓고 데이비스가 레이커스로 트레이드된 과정은 썩 깔끔하지 못했다. 데뷔 때부터 줄곧 뉴올리언스 펠리컨스 소속으로서 뛰다가 지난 시즌 중도에 공개적인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게다가 자신이 향하고자 하는 팀까지 밝히며 더욱 시끄러운 양상이 됐다.

이렇게 요란스런 과정을 통해 들어온 데이비스이기 때문에 결국 전과 다른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7시즌 커리어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은 단 두 번만 있던 그가 승리에 굶주렸다면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선수임을 증명해야 한다.

사실 이런 모습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커리어 최고 평균 28.1득점으로 마감했던 6년차 2017~18시즌 때 당시 동료로 있던 커즌스가 아킬레스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후 보여줬던 모습은 정말 고군분투 그 자체였다.

당시 커즌스가 빠진 후 33경기 동안 데이비스는 51.4% 야투율로 평균 30.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그 33경기 동안 뉴올리언스는 21승12패를 올리며 그 전의 27승21패를 기록했던 때와는 확연히 다른 약진을 보여줬다.

208cm 신장 데이비스는 3점 라인 밖까지 이르는 슈팅 거리를 지니고 있지만 결국 자신의 탄탄한 신체를 이용해 페인트 구역을 지배할 때 가장 강력한 위력을 뿜어냈다. 앞서 언급한 그 약진의 시기가 나올 수 있던 이유는 페인트 구역을 크게 공략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33경기 동안의 평균 30.2득점 중 55.4% 비중이 페인트 구역에서 나왔으며 22.4%가 자유투를 통해 나왔다. 미드레인지는 13.5%, 3점 라인 밖은 8.7%만 차지했다. 즉 레이커스가 데이비스의 힘을 제대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페인트 구역에서 힘을 발휘하도록 설계를 짤 필요가 있다.

두 시즌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한 시즌 전과도 꽤 다르게 변한 레이커스의 선수단에는 아직 미지수의 영역들이 제법 있다. ⓒAFPBBNews = News1
▶연령과 수비 문제를 극복해야

이번 시즌 3월이 돼야 27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데이비스는 통상적인 스타들의 연령별 활약을 통해 봤을 때 현재 전성기 또는 전성기 전의 시기라 볼 수 있다. 즉 한창 때다.

다만 나머지 주요 선수들은 앞서 나이 문제를 언급한 제임스를 필두로 30세 이상의 나이에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 시즌의 활약과 기록에 비해 떨어진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주요 로테이션 예상 선수들 중 20대 연령은 쿠즈마, 칼드웰포프, 브래들리 정도다.

그리고 이와 결부해 우려할 수 있는 부문이 수비 진영 쪽이다. NBA닷컴에 따르면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100포제션 당 108.9실점으로 수비지표 리그 13위로 마감했다. 그리고 1월부터 보자면 해당기간 수비지표 리그 18위(110.7)에 그쳤다.

데이비스라는 훌륭한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가 있고 브래들리와 그린 등 역시 평판이 좋은 선수들이 왔지만 리그 상위권에 드는 수비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적어도 진지한 우승후보에 거론되려면 수비지표 10위 이내에는 들어야 한다.

레이커스는 여름 동안 코칭스태프에 큰 투자를 했다. 신임 감독 프랭크 보겔을 필두로 감독 경력이 있는 제이슨 키드와 라이오넬 홀린스까지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계약했다. 과연 이 큰 이름값들의 코칭스태프가 레이커스의 수비 체계를 얼마나 끌어올려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레이커스는 증명해야 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아직 유력한 우승후보로 놓기에는 이를 수 있다. 다만 3시즌 우승 및 파이널 MVP 이력이 있는 제임스와 스타 빅맨 데이비스가 보여줄 위력은 제법 기대를 품게 할 만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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