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리그에서 가장 긴 플레이오프 가뭄을 겪고 있는 팀이 13시즌 연속의 새크라멘토 킹스다. 2005~06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2승4패로 물러난 후 단 한 번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

만약 새크라멘토가 이달 개막하는 2019~20시즌에서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면 14시즌 연속 실패가 된다. NBA 역사에서 가장 긴 플레이오프 가뭄 기록인 1976~77시즌부터 1990~91시즌까지 LA 클리퍼스의 15시즌 연속 다음 가는 긴 가뭄이 된다.

사실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는 제법 발전의 신호를 보여줬다. 2006~07시즌부터 줄곧 5할 승률에 닿지 못하던 팀이 지난 시즌 3월초까지 5할 승률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17경기 동안 6승11패에 그치며 결국 14시즌 연속 5할 승률 미만을 기록하고 말았다.

지난 시즌 서부 컨퍼런스 8위의 성적은 48승34패(승률 58.5%)였다. 그리고 9위로서 마감한 새크라멘토의 성적은 39승43패(승률 47.6%)였다.

팀에서 가장 큰 공격 주도권을 지닌 디애런 팍스와 버디 힐드는 새크라멘토를 보다 좋은 길로 인도해줄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서부 컨퍼런스의 플레이오프 문턱은 꽤 오랜 세월 동안 동부 컨퍼런스보다 높은 경향을 유지해 왔다. 1996~97시즌 8위 팀 클리퍼스의 36승46패(승률 43.9%) 이후로 5할 승률 미만의 서부 컨퍼런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적이 없다. 적어도 50.0% 이상의 승률은 나와야 희망을 걸 수 있었다.

이번 시즌도 서부 컨퍼런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문턱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강 팀으로 존재해왔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약해졌지만 상위권 팀들 간의 경쟁은 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배경 속에서 새크라멘토는 기나긴 플레이오프 가뭄을 끝낼 수 있을까. 그리고 플레이오프 진출 여부를 넘어 더 중요한 목표를 새크라멘토는 달성할 수 있을까.

▶젊은 핵심 구성원의 성장 가능성

플레이오프 진출은 어느 팀에게나 중요한 목표지만 그 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는 향후 구단의 전진에 있어 중대한 기점으로 작용한다. 더 나아가 진지한 우승후보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퇴보를 거쳐 더 우울한 시즌들을 보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위권 팀에게 가장 이상적인 발전 모델이 확실한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젊은 슈퍼스타의 등장이다. 이와 동시에 또 젊은 유망주들이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우승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딱 맞는 현존 모델이 지난 5시즌 연속 NBA 파이널 진출을 이뤘던 골든스테이트다. 2시즌 연속 MVP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탐슨 및 드레이먼드 그린 모두 드래프트를 통해 모였다. 이를 통해 2011~12시즌까지 18시즌 동안 단 한 번의 플레이오프 진출만 이뤘던 팀이 2012~13시즌부터 줄곧 진출하고 있으며 3시즌의 우승을 거뒀다.

반면 현재 새크라멘토와 동일한 1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를 겪었던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그 가뭄을 탈출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발판이 베테랑 스타의 영입이었다. 2017년 여름 트레이드를 통해 6시즌 경력 올스타 지미 버틀러를 영입했고 여기에 힘입어 2017~18시즌 가까스로 플레이오프 진출 막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하지만 버틀러는 이듬해 2018~19시즌 10경기만을 뛰고 또 트레이드를 통해 미네소타를 떠났다. 그리고 미네소타는 36승으로 컨퍼런스 11위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대를 모았던 핵심 구성원들인 칼앤써니 타운스 및 앤드류 위긴스가 아직 팀을 강팀으로 이끌 수준에 닿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새크라멘토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현재 새크라멘토도 결국 젊은 유망주들이 제대로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새크라멘토에는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핵심 구성원들이 있을까.

▶젊은 베테랑 힐드-반스-보그다노비치

동일한 1992년생 트리오 버디 힐드-해리슨 반스-보그단 보그다노비치는 이번 시즌 새크라멘토의 주요 화포로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격 진영에서 이들의 화력이 얼마나 뜨거우냐에 따라 새크라멘토의 득점력이 결정 날 부분이 크다는 뜻이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커리어를 시작해 이제 4년차가 되는 힐드는 지난 3년차 시즌에 평균 20.7득점을 기록하며 에이스로서 나섰다. 원래 본인의 장기인 3점슛에 더해 3점 라인 안에서의 해결 능력도 늘리며 전면에 나서는 득점원으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

힐드를 비롯한 젊은 윙 플레이어들의 활약은 이번 시즌 새크라멘토 득점 성과의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AFPBBNews = News1
반스는 지난 시즌 2월 트레이드를 통해 들어왔고 다시 7월에 프리 에이전트로서 재계약을 맺었다. 전 소속팀 댈러스 매버릭스에서는 에이스로서 나서본 적이 있지만 그 역할은 반스에게 무거웠던 짐이라 볼 수 있다. 다시 보조자 역할로서 득점 외에 폭넓은 활동 반경을 가져간다면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유럽에서 프로 선수로서 활동하다 2017~18시즌에 NBA 데뷔를 거친 보그다노비치는 2년차인 지난 시즌에 부침을 겪었다. 그래도 슈팅 능력을 통해 벤치 에이스로서 나설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향후 큰 변수가 될 팍스와 배글리

앞서 언급한 1992년생 3인조는 이제 농구 선수로서 가장 높은 기량을 발휘할 때에 접어들었다. 셋 모두 슈팅 가드 또는 스몰 포워드인 윙 플레이어들로서 공격 기회 마무리에 있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한편 이번 시즌을 넘어 새크라멘토의 미래를 전망할 때 가장 중요한 선수들이라면 3년차가 되는 포인트 가드 디애런 팍스(22)와 2년차가 되는 파워 포워드 마빈 배글리(20)다. 이들의 가시적인 성장이 없다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물론이고 팀의 전력 성장에 탄력이 붙지 못할 것이다.

팍스는 신인 때에 비해 분명 2년차 시즌에 발전을 보여줬다. 공격수로서 많은 기회를 가진 동시에 야투율 상승도 거쳤고 팀의 공격 세팅에 대해 본인의 비중을 늘렸다.

이제 팍스에게 필요한 것이라면 중요한 승부처에서 더 노련해진 볼 핸들러가 되는 길이다.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가 막판 접전 승부처에서 패할 때 팍스의 판단이 아쉬운 상황들이 많이 나왔다.

배글리는 62경기 출전 중 58경기에서 벤치 멤버로서 뛰며 평균 25.3분만을 받았다. 이는 배글리가 코트 위에서 보여줬던 역동적인 활동에 비해 다소 적은 감이 있었다. 데이브 예거 감독이 물어나고 루크 월튼 감독이 들어오며 이런 양상에 변화가 생기리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배글리의 전 시즌 평균 25.3분 동안 남긴 14.9득점 7.6리바운드 1블록은 36분 당 21.2득점 10.8리바운드 1.4블록에 해당한다. 아직 승부처에서 확실한 해결사가 되긴 이르지만 경기 전체 동안 팀의 주된 동력원으로서 기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211cm 신장 배글리는 때에 따라 센터로서도 뛰며 새크라멘토 인사이드의 무게 중심이 될 필요성이 있다. ⓒAFPBBNews = News1
▶베테랑 영입을 통한 전에 없던 깊이

방금 전입한 베테랑이 너무나 큰 영향력을 발휘할 때 기존 젊은 선수들의 발전에 악영향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젊은 선수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경우들도 많다.

이번에 새크라멘토가 영입한 베테랑들은 젊은 선수들의 보조자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시즌 경력 포워드 트레버 아리자(34), 8시즌 경력 가드 코리 조셉(28), 6시즌 경력 센터 드웨인 데드먼(30)이 각 포지션 별로 고르게 팀의 깊이를 채워준다.

특히 2008~09시즌 LA 레이커스 소속으로서 우승을 거치기도 했던 아리자는 많은 경험도 갖췄고 최근 있었던 휴스턴 로켓츠 수비의 핵심으로서 활약하기도 했다. 현재의 연령에서 반스와 배글리의 비중을 넘어서기는 무리지만 최고참 선수로서 중심을 잡아줄 것을 기대할 만하다.

▶수비력 상승이 큰 과제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를 괴롭혔던 것이 시즌 후반기의 클러치 고전과 함께 많은 실점 양상이었다. 이 두 가지에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면 플레이오프 진출에 필요한 높은 성적을 기대할 만하다.

우선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는 후반기에 막판 접전 때마다 헤매는 양상을 보여줬다. 종료 5분 안에 5점차 이내의 클러치 상황에 접어든 시즌 49경기에서 새크라멘토는 24승25패를 남겼다. 그런데 올스타 휴식기 이후에 거친 19경기에서는 5승14패에 그쳤다. 해당 기간 리그 모든 팀들 중 최악의 클러치 전적이다.

여기엔 앞서 언급한 제1 볼 핸들러 팍스가 보여준 아쉬움도 한 몫을 했지만 선수 전원에 걸친 요령 부족도 결정적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이번 오프시즌에 영입한 베테랑들을 통해 더 나아진 양상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수비는 리그에서 3번째로 가장 빠른 페이스를 보여줬던 팀으로서 진지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된 수비 긴장을 유지해야 하거나 안 되면 페이스를 보다 늦출 필요가 있다.

NBA닷컴에 따르면 지난 시즌 새크라멘토는 48분 당 포제션에서 리그 3번째(103.88)에 올랐다. 수비지표는 100포제션 당 110.8실점으로 리그 21위, 하위권이었다. 정규 주전 센터로서 뛰었던 윌리 콜리스타인과 결별을 거친 것이 이와 관련해 나온 결정이었는데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켜봐야 한다.

공격지표 리그 17위(109.6)로서 마감했던 새크라멘토이기도 했기 때문에 공수 양 부문의 향상이 동시에 나올 필요가 있다. 이 중 공격 진영 성과는 선수들의 성장과 베테랑 영입을 통해 나아질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다만 수비 진영 성과가 그 자리에 머문다면 보다 확실한 공격 진영 발전이 따라줘야 한다.

여기에서 열쇠가 젊은 베테랑 득점원들과 어린 포인트 가드 팍스 및 포워드 배글리의 성장이다. 성적 상승이 나올 때 이들의 발전이 수반되지 않으면 그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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