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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990년대말, 2000년대초까지 메이저리그는 ‘약물의 시대’로 기억되고 있다. 로저 클레멘스, 배리 본즈,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등으로 대표되던 약물의 시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강타자들이 펼쳤던 ‘홈런 레이스’가 한국 9시 뉴스에도 보도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그런데 2019 메이저리그는 그런 ‘약물의 시대’보다 더 많은 홈런이 나왔다. 예전에는 사람이 금지약물 주사를 맞았다면 지금은 모든 공이 주사를 맞은 것처럼 달라져 소위 ‘탱탱볼’의 시대가 됐다.

반면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극심했던 ‘탱탱볼’이 급격하게 조그라 들었다. 매시즌 홈런 기록이 양산되고 ‘타격의 예술’이라 불리던 3할 타자들이 수십명 나오던 시대가 지나간 것이다. 지난해에 비해 홈런 숫자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 2019 KBO리그 공인구(상단)와 MLB 공인구. 연합뉴스 제공
▶올해 메이저리그, 100년 넘는 역사에 최다홈런 양산

2019 메이저리그가 역사에 길이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1871년 첫 메이저리그 기록이 생산된 이래 148년만에 최다홈런인 6776개가 나왔기 때문이다.

종전 2위 기록은 6105개의 2017년이었는데 2년 전보다도 무려 671개나 더 많다.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을 넘은 타자만 해도 58명이며 20홈런을 넘긴 선수만 129명일 정도다

미네소타 트윈스에는 1번부터 9번 타순 중 한명을 빼곤 모두 20홈런을 넘겼다. 자연스레 리그 평균자책점도 무려 4.51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11번째로 좋지 않은 시즌이었다.

역사상 가장 타고투저 시즌이 심했던 ‘약물의 시대’에는 1998년 역사상 처음으로 5000홈런을 넘기고(5064홈런), 1999년 5528홈런이 나왔다. 이때부터 1000개 이상 더 나온 게 올 시즌이다.

당시에는 60, 70홈런을 넘는 선수가 나오기도 했지만 올시즌은 53홈런이 최고기록이며 50홈런 이상 선수는 한명 뿐이다. 많은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많은 홈런을 때려낸 것이다.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예전에는 선수 개인별로 금지약물을 복용하다보니 그 약물이 잘 맞는 선수들은 60, 70홈런까지 넘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 개인의 약물 복용이 아닌 공인구 전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홈런을 많이 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금지약물 검사를 엄격하게 하고 있는데 약물의 시대보다 더 많은 홈런에 역대 최다홈런이 나온 것은 결국 ‘공인구’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칼럼니스트 메레디스 윌리스는 메이저리그 공인구 조사를 통해 실밥 높이가 낮아졌고, 가죽이 더 매끄러워졌다. 공의 형태는 더 완전한 '구'에 가까워졌음을 밝혀냈다. 또한 실의 굵기가 가늘어졌다. 공기 저항을 덜 받는 형태가 되면서 홈런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걸 밝혀낸 셈이다.

문제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런 공인구의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사무국은 "반발력 검사 결과 큰 이상이 없었다"는 틀에 박힌 해명만 내놓고 있다.

뉴욕 양키스의 불펜 투수 잭 브리튼은 “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공인구 변경을 기꺼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진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공인구말고는 달라진 게 없을텐데 약물 시대보다 많은 홈런이 나온 요인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다.

  • ⓒAFPBBNews = News1
▶누구나 3할 치고, 20~30홈런 치던 KBO, 1년만에 달라진 이유는?

적당한 투고타저 혹은 타고투저 시즌이 반복되던 KBO는 2014년을 기점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타고투저’시즌을 맞이한다. 당시 9구단 체제로 확대된 것도 이유이기도 했지만 KBO 사상 처음으로 1000홈런을 넘었고(1162개), 2013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이 4.32에서 2014시즌 5.21로 거의 1점대가 올랐다.

2014시즌 이후 2015시즌은 10구단 체제가 되자 무려 1500개의 홈런을 넘기더니(1511개), 지난해에는 무려 1756개의 홈런이 나왔다. 투수 평균자책점도 5.17이었다.

지난해 3할 타율을 넘긴 선수는 34명이나 됐고 20홈런 이상 때린 선수도 35명이나 됐다. 타고투저 직전이었던 2013시즌 9구단에서 20홈런 타자가 고작 7명 나오고 3할타율은 16명에 지나지 않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한때 ‘타격의 예술’이라고 불렸던 3할 타율과 거포의 상징이던 30홈런 등이 너무 흔해졌다. 결국 KBO는 2018시즌 종료 후 공인구 반발계수를 조정한다고 밝혔다. 극심한 타고투저를 막기 위해서였다.

기존 KBO 공인구 반발계수 허용 범위는 0.4134~0.4374이었는데 일본프로야구와 같은 수준인 0.4034~4234로 낮추기로 했다. 즉 0.01정도의 허용범위를 낮춘 것이다.

0.01의 차이는 엄청났다. 역대 가장 많은 홈런이 나왔던 2018시즌 1756개의 홈런에서 올해 1014개로 확 줄었다. 700개 이상이 줄었으니 거의 절반가량 줄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수들은 신이 났다. 지난해 리그 평균자책점이 5.17이었는데 4.18로 1 이상이 줄었다.

2점대 평균자책점 1명→7명, 30홈런 타자 11명→1명으로 반발계수 조정의 변화는 극심했다. 일각에서는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졌다’, ‘투수들의 구속이 올라갔다’ 등의 분석도 내놓지만 공인구 변화만큼 확실하고 정확한 분석은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KBO리그는 MLB 사무국과는 달리 ‘공인구를 조정하겠다’고 공표했다는 점이다. 투명성 부분에서는 KBO리그가 더 나은 셈이다.

흔히들 야구를 ‘그냥 공놀이’라고 하는데 결국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1년만에 리그 홈런 개수와 평균자책점 변화를 살펴보면 정말 ‘공’놀이인 이유를 새삼 알 수 있다.

  • 스포츠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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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9/10/12 0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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