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에게 지난 15일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난 2019 FIBA 농구월드컵은 또다시 애매한 과제를 남겼다. 82경기 일정을 치르는 리그에서 많은 스타들이 출전을 미뤘고 정말 뜻밖의 결과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제 농구월드컵에 출전하는 각 국가대표 팀들을 분석할 때 NBA 선수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민망할 정도로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이보다는 참가 전에 얼마나 준비를 하고 나오는지, 얼마나 경험이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보여준 대회였다.

물론 우승팀 스페인에는 NBA에서 정규 주전으로서 뛴 마크 가솔(34·토론토 랩터스)과 리키 루비오(29·피닉스 선즈)가 나섰다. 게다가 루비오는 MVP에도 선정됐다. 2019 농구월드컵 베스트5인 루비오, 가솔, 에반 포니에(27·올랜도 매직), 보그단 보그다노비치(27·새크라멘토 킹스), 루이스 스콜라 중 4인이 한창 NBA 현역으로서 뛰고 있다.

하지만 NBA를 은퇴한 지 2년이 지난 39세 스콜라가 베스트5에 뽑혔을 정도로, 그의 소속팀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진출했을 정도로 NBA 현역 비중은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2002 FIBA 월드컵 은메달을 시작으로 2004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했던 아르헨티나는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과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반면 선수단 전원이 NB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은 8강전에서 탈락, 순위결정전에서도 1패를 거치며 최종 7위에 그쳤다. NBA 선수들의 출전이 시작된 이래 역대 가장 전력이 약한 미국으로 평가됐음에도 모두가 NBA 선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받았지만 마지막 2패는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준비시간도 짧은 상황에서 올NBA 팀 선정 인원은 켐바 워커만 있는 대표팀을 이끌고 나가기엔 베테랑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힘으로도 부족했다. ⓒAFPBBNews = News1
이에 2019 농구월드컵에 참여했던 NBA 선수들을 통해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고자 한다.

▶아쉬웠던 시즌, 하지만 조국의 영웅이 된 루비오

스페인이 우승했을 때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이 2018~19시즌 NBA 파이널 우승을 거친 가솔이 3개월 후 또 FIBA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일이다. 이렇게 같은 년도에 NBA 우승과 월드컵 우승을 동시에 차지한 것은 NBA에선 2010년 라마 오덤 이후 2번째 있는 일이며 올림픽까지 포함해서는 19번째 선수가 됐다. 또한 미국 국적이 아닌 NBA 선수들 중에선 처음이다.

하지만 숫자상으로 가장 빛난 선수는 루비오였다. 결승전에서 9회의 야투 시도 중 2개만 성공시켰던 가솔과 달리 루비오는 54.5% 야투율을 통해 20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대회 전체 동안엔 평균 16.4득점 6어시스트 4.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사실 루비오가 NBA에서 보낸 지난 2018~19시즌에서는 아쉬웠다 볼 수 있다. 아쉬웠던 가장 결정적 계기가 원래 소속팀 유타 재즈로부터 밀려나 2019년 여름 새로운 팀으로의 이적을 알아봐야 했던 일이다.

2018~19시즌 동안 루비오는 평균 27.9분 동안 40.4% 야투율을 통해 12.7득점 6.1어시스트 1.3스틸을 기록하며 마쳤다. 14경기 결장과 함께 평균 출전시간도 한창 기량이 정점에 이를 나이임에도 커리어 중 가장 낮았다.

유타는 시즌 일정이 끝나고 이런 루비오 대신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마이크 콘리를 트레이드해 오는 결단을 내렸다. 즉 주전 포인트 가드 자리에서 루비오 대신 다른 선수를 택하며 프리 에이전트가 되는 루비오와 계약할 뜻이 없음을 천명한 셈이었다.

루비오는 NBA 선수로서 외곽 슈팅에서 아쉬움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엔 31.1%의 3점슛 성공률에 그치기도 했다. 대신 이번 월드컵에선 더 짧은 거리이긴 하지만 31회 시도 중 12개(38.7%)를 성공시켰다. 2점 야투는 63회 시도 중 29개(46.0%)로써 NBA 시즌의 45.4%와 비슷하다.

루비오는 외곽 슈팅뿐만 아니라 레이업 성공에서도 커리어 초창기 아쉬움을 줬던 선수다. 2점 야투율이 5년차인 2015~16시즌까지 40%를 넘지 못했다. 이런 루비오가 6년차부터 인사이드 마무리에서 발전을 이뤘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멋진 마무리 움직임들을 보여줬다.

약체로 평가 받고 있는 새 소속팀 피닉스에서 더 큰 비중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되는 현재 루비오가 이번 국제대회의 맹활약을 계기로 새로운 NBA 커리어의 장을 쓸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루비오의 맹활약을 통해서도 국제대회에서는 국제대회 나름의 통하는 노하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AFPBBNews = News1
▶마음의 상처가 가득할 미국 선수들

조국을 대표한다는 명예로 나선 선수들이지만 비난의 폭격을 맞아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미국은 8강전에서 프랑스에게 패한 뒤 다시 순위결정전에서도 세르비아에게 패하며 역대 최악의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1988년 올림픽까지 미국은 아마추어 선수들만 출전시켰다. 하지만 편법으로 프로 선수들을 출전시킨 소련에게 패배를 당하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고 이후 프로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현재 미국에게 큰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1992년 올림픽에 출전했던 이른 바 ‘드림 팀’에는 1991~92시즌 올NBA 팀 15인 중 퍼스트 팀 5인 모두와 세컨드 팀 4인에 더해 이전의 올NBA 퍼스트 팀 단골 매직 존슨 및 래리 버드까지 참여하는 호화 라인업이 참여했다.

처음에는 NBA를 간판스타들이 다 참여하는 명예의 장이 됐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스타 선수들의 참여도가 떨어졌다. 결국 2002 농구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6위에 그치는 충격을 입었고 2004 올림픽에선 동메달에 그쳤다. 또한 2006 농구월드컵에도 3위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2008 올림픽에선 이른바 명예회복을 위한 ‘Redeem Team’이란 별칭으로 조직위원회부터 선수단까지 혁신을 기해 금메달을 쟁취해냈다. 하지만 결국 이 분위기도 점점 시들해지며 이번 2019 농구월드컵에선 참여도가 크게 떨어졌다.

2018~19시즌 올NBA 팀 인원들 중 이번 농구월드컵에 참여한 미국 선수는 써드 팀의 켐바 워커(29·보스턴 셀틱스) 한 명뿐이다. 퍼스트 팀에 그리스인 야니스 아데토쿤보(25·밀워키 벅스)와 세르비아인 니콜라 요키치(24·덴버 너겟츠), 써드 팀에 프랑스인 루디 고베어(27·유타)가 각자 조국을 대표했지만 미국인 스타들은 모두 시즌에 집중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실 2018~19시즌 MVP 아데토쿤보도, 큰 위력을 보여줬던 센터 요키치도 이번 국제대회에서 크게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고베어도 수비자 3초 규정이 없는 가운데 미국에게 큰 장벽이 됐지만 4강전에서 조직적인 공격을 통해 코트 곳곳에서 화력을 뿜어냈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는 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미국의 워커도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가드로서의 위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워커는 2018~19시즌 동안 바스켓으로부터 10피트(약 3m) 이상 거리에서 드리블 치다 던지는 2점 풀업(Pull-up) 점프슛에서 47.2% 적중률을 기록했다. 풀업 3점슛에서는 35.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농구월드컵에선 큰 기복을 보여줬다. 프랑스전에서는 9회 야투 시도 중 2개(22.9%)만 성공시켰다. 3점슛 4개 모두 실패했고 2점 야투도 2개만 성공시켰다. 개인 전술을 많이 시도한 팀 환경에서 에이스로서 시즌 때 보여줬던 기량이 따라줘야 했지만 결국 막히고 말았다.

부상으로 본 대회에선 빠진 제이슨 테이텀까지 무려 4명의 선수가 국가대표에 참여했던 보스턴 셀틱스는 다가오는 시즌에서 별다른 풍파 없이 보낼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워커를 비롯해 NBA 팀 동료 고베어에게 막힌 도노반 미첼(23·유타)도 결국 시즌 때의 에이스 위상을 보여주지 못하며 풀이 꺾인 채 얼마 안 있어 시작할 트레이닝캠프에 임해야 한다. 82경기 일정의 리그에서 여름의 국제대회 참여는 구단도 팬들도 환영하지 않는 일이지만 결과까지 좋지 못해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

▶새 분위기를 가져야 하는 선수들

이렇게 루비오와 가솔 등 극히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면 다수의 NBA 선수들에게 2019 농구 월드컵은 마음의 상처가 된 계기가 됐다. 여기에서 컨디션 조절까지 실패한다면 오는 10월 시작하는 2019~20시즌에 안 좋은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 특히 부상이 가장 조심해야 할 암초다.

그래도 컨디션 조절에 성공해낸다면 국제대회 결과와 상관없는 좋은 시즌을 보낼 가능성도 충분하다. 2004년 올림픽 때 NBA와 다른 FIBA 규정 분위기에 고전한 팀 던컨은 바로 이어진 2004~05시즌 파이널 MVP에 올랐다.

82경기 일정을 참여하는 NBA 선수들에게 분명 여름 국제대회는 그 참여 명분에 있어 애매한 지점이 있다. 당장 미국 입장에서는 2020년 올림픽 참여를 위한 선수단 구성부터 고민해야 한다.

결국 탄탄한 선수단을 통해 깔끔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이것이 쉽게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는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큰 지장 없이 시즌을 치르는 모습이 따라줘야 할 것이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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