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야구 기록을 세부적으로, 그리고 학문적으로 다루는 세이버매트릭스. 세이버매트릭스를 다루는 세이버매트리션 중 톰 탱고는 자신이 개발한 ‘톰 탱고 사이영 포인트’를 개발했다.

수식은 간단하다.

'(IP/2 - ER) + SO/10 + W'

투구 이닝에 2를 나눈 값을 자책점으로 뺀다. 나온 값을 삼진 개수를 10으로 나눈 숫자와 더한 후 승수와도 더한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복잡한 지표가 아닌 소위 ‘클래식 스탯’으로 구할 수 있는 직관적 포인트다.

이 지표가 각광받는 것은 더이상 예전처럼 승수나 이름을 보고 사이영상을 주지 않는 투표권자들의 성향과 매우 일치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승리가 아닌 세부 내용과 기록을 보는 현대 기자들의 투표성향에 딱 들어맞는다.(톰 탱고 포인트에 소수점은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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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벌랜더 빼곤 모두 들어맞은 톰 탱고 포인트

2015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는 댈러스 카이클이었고 2위는 데이빗 프라이스, 3위는 소니 그레이였다. 카이클은 AL 유일한 20승 달성자였기에 사이영상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 톰 탱고 사이영상 포인트에서 94를 기록했고 이 지표 역시 1위였다. 프라이스는 91로 2위였다. 소니 그레이는 톰 탱고 사이영 포인트 4위였지만 실제론 3위를 기록했다.

2015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경쟁은 역대급이었다. 22승을 달성한 제이크 아리에타, 평균자책점 1위인 1.66의 잭 그레인키, 유일한 300탈삼진(301개)을 잡은 클레이튼 커쇼 누가 받아도 이상치 않았다.

기자단 투표는 아리에타-그레인키-커쇼 순이었다. 톰 탱고 포인트에서도 똑같았다. 아리에타가 115점, 그레인키가 109점, 커쇼가 107점이었다.

2016년을 보자. 릭 포셀로가 메이저리그 다승 1위인 22승을 달성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당시 포셀로는 톰탱고 포인트에서 74점을 받았다.

하지만 포셀로보다 높은 톰 탱고 포인트를 받은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저스틴 벌랜더였다. 당시 벌랜더는 포셀로보다 65개나 많은 탈삼진을 잡고 4.2이닝을 더 던졌고 평균자책점도 0.11이 더 낮았다(벌랜더 3.04).

그럼에도 벌랜더는 16승에 그쳐 22승의 포셀로를 이기지 못했는데 톰 탱고 포인트는 78점을 받아 포셀로의 74점에 앞섰다. 당시 벌랜더가 사이영상을 받지 못하자 지금은 아내가 된 모델 케이트 업튼이 “벌랜더에게 엿(Fxxx-영어로 성교)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인줄 알았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도 벌랜더가 사이영상을 타지 못한 것이 회자되는 시즌이다.

벌랜더와 케이트 업튼. 아래는 업튼의 2016 사이영상 투표 이후 트위터. ⓒAFPBBNews = News1
2016 내셔널리그에서는 맥스 슈어저가 내셔널리그 유일의 20승에 탈삼진왕까지 차지하며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당시 톰 탱고 포인트는 87점으로 실제 2위이자 톰 탱고 포인트 2위인 85점을 기록한 존 레스터에 앞섰다. 이때 당시 매디슨 범가너는 84점으로 톰 탱고 포인트 3위였지만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자인 카일 헨드릭스에게 사이영 투표 3위를 내준 바 있다.

▶적중률 100%된 2017~2018 톰 탱고 포인트… 10승 사이영 디그롬도 적중

2017년부터 톰 탱고 포인트는 사이영상 100% 적중률을 보인다. 2017 아메리칸리그에서 코리 클루버는 평균자책점 1위(2.25)-다승 1위(18승)로 1위표 두 장을 빼고 몰표를 받았다. 실제로 클루버는 톰 탱고 포인트에서 95점으로 2위였던 크리스 세일의 86점을 압도했다.

2017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도 몰표였다. 3표를 빼고 몰표를 받은 맥스 슈어저는 200.2이닝, 탈삼진 내셔널리그 1위(268개), 평균자책점 2.51을 기록했다. 톰 탱고 포인트 87점이었다. 2위는 커쇼로 톰 탱고 포인트 81점이었고 실제로 175이닝 밖에 던지지 않은 것이 2.31로 평균자책점 1위임에도 1위표 3장밖에 받지 못했다.

2018 사이영상 역시 적중률이 100%였다. 아메리칸리그의 탬파베이 레이스의 브래이크 스넬은 다승 1위(21승)에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1.89)를 기록해 사이영상을 받았다. 톰 탱고 포인트 95점으로 탈삼진 1위(290개)면서 평균자책점 2.52-16승을 기록한 벌랜더를 눌렀다. 벌랜더는 톰 탱고 포인트 91점이었다.

톰 탱고 포인트가 더욱 신뢰를 얻은 것은 바로 2018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때문이다. 당시 제이콥 디그롬이 시즌 막판에야 10승째를 달성하고 시즌을 마쳐 ‘과연 사이영상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기자단은 평균자책점 1위(1.70)에 이닝 2위(217이닝), 탈삼진 내셔널리그 2위(260개)였던 디 그롬에게 단 1표 빼고 몰표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불운’했던 디그롬의 사이영 수상은 현대야구에서 더 이상 승리는 사이영상을 결정짓는 요인이 아님을 방증한 수상이었다.

2018 디그롬은 톰 탱고 포인트 104점을 받았고 실제 2위였던 맥스 슈어저는 96점을 받아 톰 탱고 포인트도 2위였다. 톰 탱고 포인트가 10승을 달성한 디그롬의 사이영상까지 적중한 것은 얼마나 최신 트렌드까지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 바로미터였다.

10승만 달성하고 사이영상을 받은 디그롬. ⓒAFPBBNews = News1
▶4년간 8번, 적중률 88%의 톰 탱고 포인트… 류현진은?

지난 4년간 8번의 사이영상 중 7번을 맞춰 88%의 적중률을 보이는 톰 탱고 포인트. 이 톰 탱고 포인트야말로 가장 사이영상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지표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현재 상황은 어떨까. 류현진은 63점으로 내셔널리그 3위에 올라있다. 10일(이하 한국시각) 디그롬이 7이닝 1실점을 기록하면서 톰 탱고 포인트 68.6점으로 내셔널리그 1위로 올라섰다. 전날까지 맥스 슈어저가 64.9점으로 2위였다.

1위 디그롬과 5점 이상의 차이는 나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해볼만한 셈이다. 아직 류현진이 포기하기엔 이르다는 계산이다. 디그롬이 전날까지 톰 탱고 포인트가 64.0점이었는데 7이닝 1실점 11K 호투로 한 경기만에 4.6점을 올렸다는 점에서 류현진이 남은 3~4경기에서 호투를 펼치고 디그롬과 슈어저가 삐끗한다면 최소한 톰 탱고 사이영 포인트 1위를 재탈환할 수도 있다.

아직 포기하기 이르다.

참고로 류현진이 올시즌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한 후 8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5.2이닝 4실점) 등판 직전인 8월 17일까지 류현진의 톰 탱고 포인트는 72.2점이었다. 지금(63점)보다 10점 가까이 높았고 당시까지 2위는 슈어저로 59점, 3위는 디그롬으로 55.9점이었다.

얼마나 류현진이 4경기 19이닝 21실점으로 무너지기 전까지 ‘압도적인’ 사이영상 후보였는지 톰 탱고 포인트를 통해서도 새삼 알 수 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사이영상 투표 결과와 톰 탱고 포인트 순위
-이재호의 스탯볼 : 스탯볼은 기록(Statistic)의 준말인 스탯(Stat)과 볼(Ball)의 합성어로 '이재호의 스탯볼'은 경기를 통해 드러난 각종 기록을 분석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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