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최근 5시즌 연속 NBA 파이널에 진출하고 3시즌 우승을 거두는 등 강팀으로서 떠오르기 전까지 오랜 약체로 머물렀던 때가 있다. 1993~94시즌부터 20011~12시즌까지 18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은 단 한 번이었을 정도다.

그런데 그 단 한 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에서 골든스테이트는 큰일을 해냈다. 컨퍼런스 마지막 8번 시드로서 1번 시드를 꺾은 NBA 플레이오프 역사 3번째 팀이 됐다. 현재까지 플레이오프에서 1번 시드를 꺾은 8번 시드는 다섯 팀뿐이다.

게다가 당시의 서부 컨퍼런스 1번 시드 댈러스 매버릭스는 67승15패(승률 81.7%)로 컨퍼런스를 넘어 리그 전체 1위이기도 했다. 리그 1위를 꺾은 8번 시드들에는 1993~94시즌 시애틀 슈퍼소닉스를 꺾은 덴버 너겟츠, 2011~12시즌 시카고 불스를 꺾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2006~07시즌 골든스테이트까지 세 팀이 있다.

두 경기에 걸쳐 33득점을 올리는 등 시리즈 동안 평균 25득점을 올린 배런 데이비스가 2006~07시즌 골든스테이트의 반란에 선봉장으로서 나섰다. ⓒAFPBBNews = News1
그 불명예의 리그 1위들 중 가장 높은 성적의 팀이 2006~07시즌 댈러스였다. 1993~94시즌 시애틀은 63승19패(76.8%), 단축시즌으로 66경기만 치렀던 2011~12시즌의 시카고는 50승16패(승률 75.8%)로 마감했다.

또한 당시의 댈러스는 시즌 MVP가 나온 팀이기도 했다. 9년차 에이스 덕 노비츠키의 커리어 처음이자 유일한 MVP 시즌이었다. 78경기 평균 36.2분 동안 50.2% 야투율로 24.6득점 8.9리바운드 3.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2시즌 연속 MVP에 선정됐던 스티브 내쉬를 따돌리고 선정됐다.

이런 댈러스를 막아선 팀이 골든스테이트였다. 올스타 한 명 나오지 못한 팀으로서 노비츠키와 조쉬 하워드 두 명의 올스타가 나온 팀을, 직전 시즌 NBA 파이널까지 진출했다 물러났던 팀을 또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렇다면 2006~07시즌 플레이오프의 그 1라운드 시리즈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빠른 페이스 농구를 제대로 접목시킨 돈 넬슨 감독

1976~77시즌부터 NBA 감독으로서 활동했던 돈 넬슨 감독의 경력 마지막 팀은 골든스테이트였다. 즉 2006~07시즌부터 부임해 2009~10시즌까지 활동했다. 또한 1990년대에도 6.5시즌 동안 골든스테이트를 맡은 적이 있다.

한편 넬슨 감독은 NBA 팬들에게 댈러스 감독으로서도 낯익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1997~98시즌부터 2004~05시즌 중반까지 댈러스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이후 부임한 에이브리 존슨 감독 휘하의 댈러스와 맞붙게 됐다.

이전의 골든스테이트는 빠른 농구를 펼치던 편이었지만 성과는 썩 나오지 못했다. NBA닷컴에 따르면 2005~06시즌 골든스테이트는 48분 당 포제션에서 리그 4번째의 빠른 페이스를 기록했지만 평균 득점은 11위(9.5득점)에 머물렀다. 100포제션 당 득점의 공격지표가 20위(103.5)에 그쳤다.

반면 넬슨 감독이 부임한 2006~07시즌의 골든스테이트는 페이스도 리그 첫 번째에 오른 동시에 공격지표도 리그 9위(106.2)의 상위권에 들었다. 이들의 경기 당 속공 득점은 리그 1위(20.4득점)에 올랐다.

대신 이들의 성적이 5할 근처에 머물렀던 이유가 수비였다. 수비지표 리그 21위(106.5)로서 하위권의 수비 실적을 기록했다.

선수단에서의 변화를 보자면 2005~06시즌 팀의 평균 득점 선두였던 제이슨 리차드슨(23.2득점)의 순위가 2006~07시즌에 5위로 내려온 한편 2위였던 배런 데이비스(17.9득점)가 2006~07시즌엔 1위(20.1득점)로 올라섰다.

데이비스와 리차드슨 사이에는 시즌 중반 트레이드로 들어온 알 해링턴(17득점)과 스티븐 잭슨(16.8득점), 그리고 2년차로서 MIP에 선정됐던 몬테이 엘리스(16.5득점)가 자리했다.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넬슨 감독에게 당시 골든스테이트 선수들은 좋은 궁합을 보여줬다. ⓒAFPBBNews = News1
▶데이비스의 폭발로 시작한 시리즈댈러스의 홈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 1라운드 1차전에서 골든스테이트는 1쿼터를 23-17로 앞서며 마쳤지만 하프타임에는 38점 동점으로 마쳤다. 양쪽 팀 모두 득점의 활로를 딱히 못 찾았다. 그리고 3쿼터 중간까지는 댈러스가 적으나마 리드를 유지한 편이었다.

이런 양상에서 흐름을 골든스테이트 쪽으로 당겨온 선수가 데이비스였다. 전반전 동안 28.6%의 야투율로 7득점에 그쳤던 데이비스는 3쿼터에서만 19득점을 올렸다. 특히 수비수를 앞에 두고 드리블 치며 던진 3점슛 3개 모두 성공시키며 댈러스에게 무력감을 전했다.

데이비스는 3쿼터 폭발에 힘입어 55.0% 야투율의 33득점으로 마감했다. 여기에다 가드로서 14리바운드를 보탰고 8어시스트 및 3스틸도 기록했다. 또한 잭슨이 50.0% 야투율의 23득점을 더했다.

사실 이때의 골든스테이트는 전통적인 센터를 코트 위에 잘 세우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선 211cm 신장 안드리스 비어드린쉬를 이따금씩 출전시켰지만 벤치와 주전을 왔다 갔다 했다. 대신 206cm 신장 해링턴과 203cm 신장 잭슨 등 포워드 인원들을 주로 빅맨 자리에 배치했다.

이럴 수 있었던 데에는 댈러스에 딱히 강력한 포스트 득점원이 없었던 것이 한 몫 했다. 시즌 동안 정규 주전 센터로서 뛰었던 211cm 신장 에릭 댐피어가 시즌 막판 어깨 부상으로 힘을 잃으면서 노비츠키가 센터로서 자주 나섰다. 그리고 213cm 신장 벤치 센터 사가나 잡은 1차전 파울 트러블에 시달리기도 했고 딱히 홀로 볼을 잡고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이런 댈러스가 골밑 수비에 허점을 가졌을 때 골든스테이트의 데이비스, 잭슨, 리차드슨 등이 돌파를 통해 공략했다. 시리즈 6경기 중 5경기에서 데이비스, 잭슨, 리차드슨 중 한 명이 30득점을 넘기며 경기 최다 득점자가 됐다.

시리즈 동안 데이비스는 평균 25득점 6.2리바운드 5.7어시스트를, 잭슨은 22.8득점 4.5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리차드슨은 19.5득점 6.8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여기에 벤치 멤버 맷 반스가 평균 10.2득점을 보탰다.

▶노비츠키의 댈러스, 골든스테이트의 수비에 막히다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경기 당 속공 득점 1위다운 면모를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 보여줬다. 아니 그보다도 더욱 거센 속공의 힘을 보여줬다.

시즌 동안 경기 당 20.4득점을 속공으로 올렸던 골든스테이트는 댈러스를 상대한 플레이오프 1라운드 동안 최소 22득점 이상의 평균 25.5득점을 속공을 통해 뽑아냈다. 반면 댈러스의 시리즈 속공 득점은 평균 13.8득점이었다.

이런 양상이 나온 이유는 골든스테이트가 댈러스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시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골든스테이트가 평균 105.2득점을 올리는 동안 댈러스는 98.5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야투율 46.3%의 골든스테이트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46.4%를 기록했다면 시즌 야투율 46.7%였던 댈러스는 플레이오프 동안 42.3%에 그쳤다.

여기엔 MVP 노비츠키의 부진이 컸다. 39.8% 야투율의 평균 19.7득점을 기록한 노비츠키는 1차전 25.0% 야투율의 14득점, 6차전 15.4% 야투율의 8득점 등 극심한 부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는 213cm 신장 노비츠키에게 주로 잭슨을 붙였고 노비츠키가 골밑이 아닌 외곽에서 슛하도록 그의 스텝을 제한했다.

노비츠키보다 훨씬 작은 잭슨이었지만 노비츠키의 전진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 MVP 활약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AFPBBNews = News1
결국 이 시리즈에서 노비츠키는 평균 득점 팀 내 2위로 마감했다. 득점원으로서 나서는 정도도 시즌에 비해 줄어들면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다. 파이널 MVP에 선정된 2010~11시즌의 노비츠키와는 분명 다른 모습이었다.

▶2라운드에서 풀린 수비

4승2패를 통해 1라운드를 통과한 골든스테이트는 2라운드에서 4번 시드 유타 재즈를 만났다. 시즌 51승 팀 유타를 상대로 골든스테이트는 계속해서 뜨거운 화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댈러스와 다르게 유타의 공격은 골든스테이트에게 큰 피해를 줬다.

2라운드의 골든스테이트는 1라운드(105.2득점) 때보다도 높은 평균 108.4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유타에게 평균 112.6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빅맨들인 카를로스 부저(24.2득점)와 메멧 오쿠르(17.4득점)에게 많은 점수를 내줬는데 특히 리바운드 양상에서 크게 밀렸다.

2라운드 동안 골든스테이트가 자신들이 실패한 슈팅들 중 22.8%를 공격 리바운드로 회수했다면 유타는 무려 41.7%의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세컨드 챈스 득점에서 유타에게 평균 20.2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빅맨에 강조를 두지 않은 라인업이 댈러스에게 통했지만 유타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데이비스를 필두로 리그 1위 팀 댈러스를 크게 괴롭혔던 당시 골든스테이트의 화끈한 농구는 꽤 오랫동안 NBA 팬들의 기억에 남게 됐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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