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마다 있는 NBA 파이널 중에서도 2005~06시즌 파이널은 꽤나 오랜 후에도 회자될 만한 시리즈로 남았다. 시리즈 전 예상을 뒤엎기도 했거니와 시리즈 중 열세를 극복하기도 했고 이런 역전 과정을 25세도 안 된 3년차 선수가 이끌었기 때문이다.

2005~06시즌 NBA 파이널에서 만난 마이애미 히트와 댈러스 매버릭스 사이엔 크진 않더라도 댈러스 쪽에 우세의 전망이 있었다. 동부 컨퍼런스 2번 시드 마이애미이고 서부 컨퍼런스 4번 시드인 댈러스였지만 리그 전체로 봤을 땐 60승의 댈러스가 3위였고 52승의 마이애미는 5위였다.

당시는 각 디비전 1위들에게 상위 3번 시드까지 자동으로 부여되는 제도였기 때문에 댈러스는 컨퍼런스 2위였음에도 같은 사우스웨스트 디비전의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컨퍼런스 1위까지 차지하는 바람에 4번 시드로 밀렸다.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이기도 했던 샌안토니오를 2라운드에서 4승3패로 꺾으며 위력을 보여준 댈러스이기도 했다.

마이애미도 리그 1위이자 직전 시즌 NBA 파이널 진출 팀인 디트로이트 피스톤스를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꺾어내며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전체적인 선수단의 위력에선 댈러스가 더 높은 평점을 받을 만한 시기였다.

당시 마이애미에는 1999~2002시즌 LA 레이커스의 3연속을 이끌었던 샤킬 오닐이 있었다. 하지만 33세로 2005~06시즌을 시작했던 오닐은 한창 때처럼 오랫동안 코트 위에서 힘을 발휘하는 때가 아니었다.

대신 일방적인 열세로 보였던 시리즈를 순식간에 우세로 뒤집어낸 영웅은 2003년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의 가드 드웨인 웨이드였다. 파이널 1차전에 생후 24년142일째였던, 아직 어린 선수로 보였던 그때의 웨이드가 5인 농구에서 슈퍼스타의 힘이 무엇인지 NBA 팬들에게 보여줬다.

아직 앳된 얼굴의 웨이드였지만 NBA 역사에 길이 남을 에이스 활약을 보여주며 확실한 리그 슈퍼스타에 등극했다. ⓒAFPBBNews = News1
▶예상대로 흘러갔던 1,2차전

댈러스의 홈에서 펼쳐진 파이널 1,2차전 모두 댈러스의 우위가 나왔다. 댈러스는 10점차 승리를 거둔 1차전에서 3쿼터 중반부터 잡은 리드를 놓치지 않았고 14점차로 승리한 2차전에서는 2쿼터 중반에 잡은 리드를 줄곧 유지해냈다.

1차전 댈러스에서는 에이스 덕 노비츠키가 야투 10개를 실패하며 28.6% 야투율에 그치는 슈팅 부진을 보여줬음에도 주전 가드 제이슨 테리가 32득점을 올리는 한편 마이애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1차전 오닐은 72.7%의 야투율을 남겼지만 자유투는 9회 중 1구(11.1%)만 성공시키며 17득점이란 그의 기록치곤 미지근한 성과를 남겼다. 2차전에서도 오닐은 자유투 7회 중 1구(14.3%)만 성공시키는 등 댈러스 입장에서 제법 숨통이 트이도록 만들었다.

즉 오닐의 파이널 위력이 분명 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애미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심지어 2차전에서는 세컨드 챈스 득점에서도 11-16의 열세에 빠질 정도로 골밑 우위가 사라져 버렸다.

더욱이 2차전 노비츠키가 50.0% 야투율 26득점으로 회복해냈고 벤치 에이스 제리 스택하우스도 54.5% 야투율 19득점으로 활약하면서 분위기도 살아났다. 더욱이 4쿼터를 82-58, 24점차로 시작했을 정도로 이미 분위기는 댈러스에게 넘어가 보였다.

이때 웨이드는 나쁜 것까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1차전 44.0% 야투율로 28득점을 올리며 나름 좋았지만 2차전엔 23득점을 올리는 동안 31.6% 야투율에 그쳤다. 다만 2차전 웨이드는 자유투 11구 성공을 기록했는데 이 자유투는 이후 괴물이 되는 웨이드에게 줄곧 유지되는 큰 힘이었다.

▶반전의 시작 3차전

2연패 후 홈으로 온 마이애미에게 3차전은 정말 절박한 경기였다. 이제껏 파이널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 0승3패를 극복한 팀이 없다. 이런 점에서 웨이드의 분전은 마이애미에게 큰 복이 됐다. 사실 웨이드의 맹활약이 있었어도 간신히 승리한 3차전이었기 때문이다.

전반전 동안 웨이드의 50.0% 야투율 21득점이 나오며 마이애미는 9점차로 앞서며 마칠 수 있었다. 웨이드는 적극적으로 골밑 돌파를 고수하면서 골밑에서의 야투 성공은 4개였지만 자유투를 11구나 성공시키며 조용히 우위를 살렸다.

하지만 3쿼터에서 댈러스의 거센 득점행진에 밀리기 시작했고 3쿼터를 9점차로 앞서며 시작했던 마이애미는 9점차로 뒤지며 3쿼터를 마치게 됐다. 이런 위기에서 웨이드는 4쿼터 시작을 코너 3점슛 성공으로 시작했다. 이를 포함 웨이드는 4쿼터 동안 15득점을 기록했다.

이때 웨이드가 더욱 눈에 띄었던 이유는 점프슛의 성공이었다. 골밑 돌파 후 뛰어난 체공 능력을 통해 레이업을 성공시키는 능력이 웨이드 득점의 근간이었다면 점프슛은 그렇게 큰 토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3차전 4쿼터의 웨이드는 점프슛 성공들을 통해 추격에 큰 힘을 보탰다.

결국 종료 1분 전 무렵 역전에 성공한 마이애미는 천금같은 1승을 건질 수 있었다. 이런 접전에서 나온 웨이드의 42득점 13리바운드 활약이었으니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남은 인상은 실로 대단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지막 댈러스가 연장전으로 끌고 갈 수도 있던 고공패스 작전을 림 앞에서 끊어낸 선수도 웨이드였다.

다수의 수비수들이 저항하는 와중에도 끝내 볼을 올릴 수 있는 체공능력과 집중력으로 웨이드는 골밑 득점도 많이 올린 한편 자유투도 많이 얻어냈다. ⓒAFPBBNews = News1
▶웨이드의 점프슛이 지배한 4차전

날렵한 드리블을 통해 4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들어가며 성공시키는 레이업이 웨이드의 멋진 활약을 묘사하는 대표적 장면이지만 4차전의 웨이드는 점프슛 성공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

4차전 56.5% 야투율로 36득점을 올린 웨이드에게 골밑에서 성공시킨 야투는 단 3개뿐이었다. 그리고 자유투 성공은 8구였으니 나머지 22득점은 모두 점프슛을 통해 나왔다. 2점 점프슛은 8개, 3점 점프슛 2개 성공이었다.

반면 댈러스의 점프슛은 기근에 가까웠다. 3점슛 22회 시도 중 3개(13.6%)만 들어갔고 노비츠키는 12개의 야투를 실패하며 14.3% 야투율에 그쳤다. 4쿼터 동안 댈러스가 올린 7득점은 역대 NBA 파이널에서 나온 최저 득점 기록이 됐다. 마이애미에겐 시리즈 유일의 두 자릿수 득점 차 승리인 98-74, 24점차 승리가 나왔다.

게다가 스택하우스가 오닐에게 플레이그런트 파울을 범하며 자동으로 5차전에 출전 못하는 징계를 받았다. 다음 5차전에서 나온 댈러스의 막판 해프닝을 되돌아보면 꽤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자유투와 상대의 실수가 힘이 된 5차전

마이애미가 101-100, 1점차 신승으로 마친 5차전에서 웨이드는 본인의 플레이오프 커리어에서 2번째로 높은 기록이자 다섯 번의 커리어 파이널 시리즈 중 최고 기록인 43득점을 올렸다. 1차전 42득점 포함 웨이드의 40득점 이상 파이널 경기들은 2005~06시즌에서만 나왔다.

그런데 이때 웨이드의 야투가 엄청 잘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28회 시도 중 11개(39.3%) 성공, 즉 17개의 야투 실패가 나왔다. 특히 하프라인에서 바스켓을 바라보는 기준으로 왼쪽 구역의 점프슛들에서 고전을 거쳤다.

대신 웨이드의 득점을 부양시켜준 것이 자유투였다. 무려 25회를 얻어내 21구(84.0%)를 성공시켰다. 웨이드의 플레이오프 커리어에서 20회 이상의 자유투를 얻어낸 경기들은 단 두 번이다. 2005~06시즌 파이널 5차전과 함께 바로 뒤인 6차전의 21회였다.

이렇게 큰 숫자들이 나올 수 있던 데에는 연장전이 작은 몫을 하긴 했다. 마이애미가 8-7로 앞서며 승리한 연장전에서 웨이드는 4득점을 올렸고 자유투를 2회 얻어내 모두 성공시켰다.

그런데 그 웨이드의 마지막 자유투이자 경기의 마지막 자유투에서 묘한 일이 벌어졌다. 웨이드가 첫 1구를 성공시켰을 무렵 댈러스의 에이브리 존슨 감독이 타임아웃 요청 지시를 선수들에게 몸짓으로 보냈다. 이를 본 조쉬 하워드가 곧바로 타임아웃 요청을 했는데 그것이 팀의 마지막 타임아웃 기회였다.

결국 그 마지막 타임아웃 이후 웨이드의 자유투는 들어가며 마이애미가 1점차 역전에 성공했고 단 1.9초를 남기고 하프라인이 아닌 베이스라인에서 시작한 댈러스의 공격은 실패하고 말았다.

이 5차전 승리를 통해 마이애미는 홈 3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1984~85시즌부터 2013~14시즌까지 NBA 파이널은 2차전까지 홈코트 우위 팀의 홈에서 치러지다가 3차전부터 5차전까지 그 상대 팀의 홈에서 펼쳐졌다. 이 2-3-2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홈 3연전을 모두 승리한 팀은 2003~04시즌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와 2005~06시즌 마이애미 둘뿐이다.

웨이드가 많은 득점과 함께 결국 승리자로 남을 수 있던 데에는 점프슛 감각이 따라준 것도 컸다. ⓒAFPBBNews = News1
▶6차전 살아난 점프슛, 동료들의 지원

6차전 웨이드는 16구의 자유투 성공과 함께 8개의 외곽 점프슛 성공에 힘입어 36득점을 올렸다. 55.6% 야투율의 좋은 손 감각이 돌아오며 팀의 95-92. 3점차 승리에 일등공신이 됐다.

그 6차전에서는 다른 마이애미 동료들의 활약도 빛났다. 10리바운드 웨이드 포함 4명의 마이애미 선수들이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리고 벤치 센터 알론조 모닝은 14분의 출전시간 동안 무려 5블록을 기록했다.

포워드 동료들의 득점 지원도 컸는데 꾸준한 득점지원을 해준 앤트완 워커가 14득점을, 파이널 시리즈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유도니스 하슬렘이 17득점을 올렸다.

이로써 2연패 뒤 4연승으로 마이애미는 1988~89시즌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달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리그에 합류한 올랜도 매직 및 샬럿 호넷츠에게 아직 우승이 없는 반면 상당히 빠른 페이스의 우승 달성이다.

파이널 2차전까지 웨이드는 평균 25.5득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3차전부터는 최소 36득점으로 평균 39.3득점을 올렸다. 이렇게 파이널 6경기 동안 46.8% 야투율과 경기 당 12.5구의 자유투 성공으로 평균 34.7득점 7.8리바운드 3.8어시스트 2.7스틸 1블록을 남긴 웨이드의 활약은 한 명의 활약이 얼마나 큰 힘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지난 2018~19시즌을 마지막으로 NBA 은퇴를 결정한 웨이드가 현재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마이애미 팬들에게 길이 기억될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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