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시즌은 NBA 역사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그때 리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피닉스 선즈의 공격이 이제는 리그 상당수 팀들의 기본 설계 방향으로까지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피닉스의 스타일은 그 당시로써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빠른 공격과 함께 통상적인 상식을 뛰어넘을 정도로 3점슛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정교함까지 갖춰내며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그 중심에는 현재는 휴스턴 로켓츠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마이크 댄토니 감독과 당시 시즌 MVP에 선정된 포인트 가드 스티브 내쉬가 있었다. 대부분의 속공이 상대의 공격 실패를 틈타 빠른 역습을 시도하는 것이라면 당시 피닉스의 속공은 설령 상대가 야투를 성공시킨 후에라도 빠르게 전개를 하곤 했다.

이런 파격적인 공격의 설계가 댄토니 감독의 코칭스태프에게서 나왔고 이를 실행 가능하게끔 만든 코트 위 지휘지가 내쉬였다. 댄토니 감독은 2003~04시즌 중간 어시스턴트 코치에서 승진했으며 내쉬는 2004년 7월 프리 에이전트 계약을 통해 NBA 커리어 첫 2시즌을 보냈던 피닉스로 돌아왔다.

댄토니 감독 휘하의 2000년대 중반 피닉스는 현재 리그 팀들이 택하고 있는 공격 시스템에 큰 영향을 미쳤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 뛰어난 득점 감각을 지닌 빅맨 아마레 스타더마이어까지 피닉스는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며 시즌 동안 리그를 정복했다. 2003~04시즌 피닉스는 29승53패(승률 35.4%)를 통해 리그 24위이자 서부 컨퍼런스 13위의 뚜렷한 약체였다. 반면 2004~05시즌 피닉스는 62승20패(승률 75.6%)를 통해 단숨에 리그 1위로 솟아올랐다.

이런 파격적인 상승과 함께 이들이 보여준 멋진 공격 스타일 덕분에 피닉스는 당시 파란의 주인공이 됐고 그 인기도 상당했다. 그저 빠르기만 한 단순한 업템포 농구가 아닌 정교함이 가미된 런앤건 농구는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했다.

하지만 NBA 파이널에 진출했던 1992~93시즌과 더불어 구단 역사 공동 최고 성적을 달성했음에도 플레이오프 진군은 중간에 멈췄다. 오히려 자신들보다 높은 화력을 보여준 샌안토니오 스퍼스에게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리그 경향과 차원이 달랐던 공격 성과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04~05시즌 피닉스는 100포제션 당 114.5득점을 통해 리그 1위의 공격지표로 마감했다. 당시 공격지표 2위 시애틀 슈퍼소닉스(112.2)와 비교해도, 리그 평균 공격지표(106.1)와 비교해도 월등한 1위였다.

당시 피닉스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페이스를 기록했다. 이러면서 피닉스는 야투 및 자유투를 통합해 고려한 슈팅 효율성인 트루 슈팅 퍼센티지(이하 TS%)에서 단연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TS% 리그 2위 마이애미 히트가 55.9%였고 리그 평균이 52.9%였다면 피닉스는 57.1%였다.

당시 피닉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 당 24.7회의 3점슛을 던졌다. 이제는 리그 평균 3점슛 시도 횟수가 32회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당시는 리그 평균이 15.8회인 시대였다. 그럼에도 이들의 3점슛 성공률 39.3%는 리그 1위에 올랐다. 게다가 2점 야투율도 리그 2위(51.2%)였다.

피닉스를 상대하는 팀들은 우선 내쉬가 시작하는 빠른 공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 동시에 선수들이 모두 넘어온 하프코트 수비에도 고전을 거쳤다. 정규 주전 5인조 내쉬-퀸틴 리차드슨-조 존슨-숀 매리언-스타더마이어가 페인트 구역 및 외곽 구역에서 동시에 괴롭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내쉬 자체가 뛰어난 볼 핸들러인 동시에 슈터였다. 가드임에도 50.2% 야투율을 기록했던 내쉬는 3점슛 성공률도 43.1%인 동시에 2점 야투율은 52.6%에 달했다. 그리고 슈팅 가드 리차드슨은 경기 당 8회의 3점슛 시도를 35.8% 정확도로 꽂아 넣었다.

내쉬는 샌안토니오 상대의 컨퍼런스 파이널 동안 52.2% 야투율에 평균 23.2득점 10.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여기에 홀로 외곽에서부터 볼을 다루며 공격을 전개시킬 수 있던 스몰 포워드 존슨, 왕성한 활동량으로 오히려 스타더마이어보다 더 고공 플레이를 활발히 펼칠 수 있던 포워드 매리언, 여기에 뛰어난 픽앤롤 마무리와 더불어 수비가 붙어 있을 때도 결국 바스켓에 볼을 넣을 수 있던 스타더마이어까지 피닉스의 공격력엔 다른 팀들과 차원이 다른 힘이 있었다.

다만 이들의 수비지표는 100포제션 당 107.1실점으로 리그 17위였다. 대다수의 역대 우승팀들이 공수 양 지표에서 동시에 리그 상위 3분의1 안에 들었던 경향과 대치되는 측면이다. 상대방의 턴오버 유발과 리바운드 사수에서 약한 면모를 보여줬다.

▶쉬운 1라운드 통과, 하지만 상처가 생긴 2라운드

컨퍼런스 1번 시드로서 피닉스는 8번 시드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만나 4연승 스윕으로 통과했다. 최소 108득점에서 최고 123득점에 이르는 평균 113.8득점으로 102.8득점의 멤피스를 손쉽게 따돌렸다.

2라운드에서는 내쉬의 친정팀이기도 했던 4번 시드 댈러스 매버릭스를 상대했다. 2승2패 동률까지 갔지만 5차전부터 2연승을 거두며 4승2패로 통과했다. 6차전은 4쿼터 막판 3점차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내쉬의 3점슛을 통해 연장으로 갔고 연장 5분 동안 19득점을 올린 피닉스가 끝내 승리했다.

그런데 그 2라운드 2차전에서 시즌 82경기 모두 출전했던 존슨이 레이업 과정에서 거친 반칙을 당하며 안면 골절 부상을 입고 말았다. 이후 존슨은 2주가 넘게 흐른 시점인 컨퍼런스 파이널 3차전에서야 복귀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상대방 샌안토니오

댄토니 감독은 선수단 운용을 소수 정예만을 가동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용 선수단 명단은 12인까지 있지만 실질적으로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은 8명 정도에 그치는 편이다. 그리고 존슨을 잃은 피닉스는 7인으로 더 압축됐다.

7인으로 압축된 것보다 안 좋은 상황이 벤치 에이스 짐 잭슨을 주전으로 올리면서 벤치에서 기여할 선수가 없어졌다는 사실이었다. 1라운드에서 경기 당 벤치 득점이 19.5득점이었던 피닉스는 2라운드에서 7.5득점,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9.4득점에 그쳤다.

이와 별개로 2번 시드 샌안토니오의 공세가 거셌다. 1차전 샌안토니오는 시리즈 중 최고인 121득점을 올렸는데 팀 던컨-토니 파커-마누 지노빌리의 빅3가 각자 20득점을 넘긴데다가 벤치 가드 브렌트 배리까지 21득점을 올리며 괴롭혔다.

사실 1승4패로 물러난 피닉스의 화력이 해당 시즌 수비지표 리그 1위(98.8) 샌안토니오 앞에서 식은 것은 아니었다. 야투율 55.0%로 시리즈 평균 37득점을 기록한 스타더마이어는 시즌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된 던컨을 주로 상대하면서도 매 경기마다 경기 최고 득점자가 됐다. 이 시리즈에서 그의 최저 경기 득점은 4차전의 31득점이었다.

매 경기 위력적인 득점력을 선보였지만 스타더마이어의 활약은 4차전 단 한 경기의 승리만으로 이어졌다. ⓒAFPBBNews = News1
그리고 시리즈 동안 나온 피닉스의 100포제션 당 114.0득점은 시즌 공격지표와 비교해 별반 다르지 않다. 슈팅 정확도는 오히려 샌안토니오보다 좋았다. 샌안토니오 시리즈 야투율이 47.8%에 3점슛 성공률 41.1%였다면 피닉스는 49.6% 전체 야투율에 3점 야투율이 41.3%에 달했다.

하지만 결국 샌안토니오는 시리즈 동안 100포제션 118.6득점을 올렸다. 리그 8위로 마감했던 자신들의 시즌 공격지표(107.5)보다 훌쩍 뛰어오른 수치다. 여기에서 피닉스가 시즌 동안 보여줬던 수비 약점이 그대로 나타났다.

샌안토니오의 100플레이 당 턴오버가 11.0%만 나왔고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은 35.4%에 달했다. 공격 리바운드 점유율 26.8%의 피닉스와 결정적 차이를 보인 지점이다. 샌안토니오는 시즌 수비 리바운드 점유율에서 3위(73.6%)로, 피닉스는 29위(68.3%)로 마감한 바 있다.

▶끝내 잡지 못한 컨퍼런스 패권

1968~69시즌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총 51시즌이란 긴 역사를 보냈음에도 피닉스에겐 NBA 파이널 트로피가 없다. NBA 파이널 진출은 1992~93시즌이 마지막이었다.

즉 2000년대 중반 큰 파장을 일으킨, 2시즌 연속 MVP를 배출한 피닉스는 계속해서 컨퍼런스 패권을 잡지 못했다. 2004~05시즌에 이어 2005~06시즌 플레이오프에도 2번 시드로서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지만 4번 시드 댈러스에게 2승4패로 덜미를 잡혔다.

2005~06시즌 컨퍼런스 파이널 양상도 비슷했다. 스타더마이어가 한 시즌 통째로 빠진 시즌인 불리한 점도 작용했지만 상대방 댈러스가 시즌 성과보다 높은 공격력을 피닉스 상대로 보여줬다. 또한 피닉스가 더 정확한 슈팅을 보여줬음에도 댈러스가 매우 적은 턴오버를 기록함과 동시에 리바운드에서 큰 우세를 보여줬다.

결국 훗날의 리그에게 교본이 된 공격력을 보여줬지만 수비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며 플레이오프 높은 무대에서 실패하곤 했던 피닉스였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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