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역사에서 4연속 이상의 우승을 거둔 팀은 1958~59시즌부터 1965~66시즌까지 8연속 우승을 거둔 보스턴 셀틱스뿐이다. 그 외에는 3연속이 가장 긴 연속 우승 기록이다.

지난 2018~19시즌 3연속 우승에 실패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보더라도 3연속 우승 자체도 힘든 일이고, 3연속 우승을 초월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임을 알 수 있다. 선수단 조합은 물론이고 건강이라는 복도 따라줘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 3연속 이상 우승은 LA 레이커스가 유일하다. 밀레니엄의 시작 1999~00시즌부터 2001~02시즌까지 레이커스는 세 번의 파이널 시리즈에서 단 3패만 남긴 일방적 승리의 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4연속 우승은 어려운 일이 됐다.

그 당시 3연속 우승의 주역들인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는 여전했다. 2002~03시즌 올NBA 퍼스트 팀 5인 안에 센터 오닐과 가드 브라이언트 두 명 모두 선정됐다. 게다가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브라이언트가, 세컨드 팀에 오닐이 선정되며 여전한 핵심 2인조의 위력을 자랑했다.

정규 주전 한 명의 부상 공백까지 생기며 오닐과 브라이언트는 2002~03시즌 플레이오프 동안 편한 마음으로 벤치에서 쉴 수가 없었다. ⓒAFPBBNews = News1
최근 오닐과 브라이언트는 자신들이 같이 있던 그 시절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아쉬움을 전하며 설전 양상을 가지기도 했다. 물론 농담조가 섞인 비판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정말 그런 아쉬움들이 이들의 더 많은 우승을 가로막은 원인이 됐을까.

2002~03시즌을 보자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하다. 핵심 2인조의 위력이 덜해졌다기보다는 팀으로서 완전한 전력을 갖기에 어려웠기 때문이라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1994~95시즌 이후 첫 플레이오프 하위 시드

8번 시드까지 참여하는 플레이오프에서 5번 시드부터는 1라운드부터 홈코트 우위를 뺏기고 시작한다. 1라운드를 통과하더라도 상위 라운드에서 자신들보다 낮은 시드를 만날 가능성이 정말 적기 때문에 계속된 불리함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이 2002~03시즌 레이커스에게 있었다. 50승32패(승률 61.0%)를 기록하며 서부 컨퍼런스 5위로 마감했다. 리그 공동 5위의 성적이었지만 자신들보다 좋은 성적의 팀들이 모두 같은 컨퍼런스에 있었다.

레이커스에게 5번 이하의 플레이오프 시드는 1994~95시즌 5번 시드 이후 처음이었다. 그 뒤로는 적어도 4번 시드 이상이었고 우승을 거두기 시작한 1999~00시즌에 1번 시드, 2000~01시즌에는 2번 시드, 2001~02시즌에는 3번 시드였다. 또한 2001~02시즌에는 3번 시드라도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리그 공동 2위의 58승24패(승률 70.7%) 성적이었다.

NBA닷컴에 따르면 2001~02시즌 레이커스는 100포제션 당 108.0득점 및 100.4실점으로 리그 2위의 공격지표, 7위의 수비지표로 마감했다. 이에 비해 2002~03시즌에는 공격지표는 4위(105.6)로 큰 변함이 없지만 수비지표가 19위(103.4)로 추락했다.

인원변동은 크지 않았다. 2001~02시즌 레이커스의 경기 당 출전시간 상위 7인 모두 2002~03시즌에도 돌아와 역시 상위 7인 안에 들었다. 변화라면 2001~02시즌 82경기 평균 19.7분을 뛴 수비에 재능을 가진 벤치 가드 린지 헌터가 트레이드를 통해 나갔다는 것 정도다.

▶PO 1라운드에 닥친 큰 부상 불운

시즌 동안에도 여러 선수들의 자잘한 부상들이 나오며 결장들이 있었지만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작은 온전한 명단으로 출발했다. 상대방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자신들보다 1승만 더 올린 팀이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 동안 주요 출전선수들 중 한 명을 잃었다.

4차전에서 릭 팍스가 발목 부상으로 경기 초반 쓰러졌다. 1969년생으로서 당시 노장 축에 들긴 했지만 1997~98시즌부터 함께 해 3연속 우승 시절을 모두 함께 했고 2000~01시즌부터 정규 주전으로서 활약했던 선수다. 스몰 포워드로서 2002~03시즌 경기 당 3.7회의 3점슛을 37.5%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1라운드 4차전부터 레이커스가 3연승을 거두며 큰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이후 4년차 스몰 포워드 데빈 조지를 계속해 선발로 끌어올리며 깊이에 문제를 가질 만했다.

한편 또 하나의 불안한 신호가 감지되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커리어 동안 많은 클러치 하이라이트들을 남긴 바 있는 포워드 로버트 오리가 극심한 슈팅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었다. 시즌 동안에도 3점슛 성공률 28.8%를 기록했던 한편 1라운드 동안 던진 총 20회의 3점슛 중 2개만 성공시켰다.

커리어 처음으로 브라이언트가 레이커스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플레이오프 평균 32.1득점을 올리며 이끌었지만 진군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AFPBBNews = News1
▶2라운드 상대는 새 시대에 접어든 샌안토니오

샌안토니오는 1998~99시즌 구단 첫 우승을 거두는 과정 동안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레이커스를 만나 4연승 스윕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레이커스 상대로 계속 막혔다.

팀 던컨이 부상으로 인해 플레이오프에 아예 출전하지 못한 1999~00시즌을 제외하고 2000~01시즌부터 이 두 팀은 계속해서 플레이오프 시리즈에서 만났다. 2000~01시즌에는 레이커스가 4연승 스윕으로 1998~99시즌의 복수를 했고 2001~02시즌에도 4승1패로 레이커스가 우세를 보여줬다.

2000~01시즌 핵심 외곽 득점원 데릭 앤더슨의 부상이 큰 원인이기도 했고 샌안토니오는 줄곧 에이스 빅맨 던컨을 지원해줄 외곽 득점원에 목말라했다. 2001~02시즌에 입단한 토니 파커가 던컨에 이어 많은 득점을 올렸지만 아직 불안한 신인이었고 베테랑 슈팅 가드 스티브 스미스는 큰 부진을 보여줬다.

이런 샌안토니오에게 2002~03시즌에는 외곽 선수들에서 큰 전력강화가 나왔다. 203cm 장신 윙 플레이어 스티븐 잭슨이 3년차를 맞이해 평균 11.8득점을 올리는 득점원으로서 성장했다. 그리고 1999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57순위로 지명했던 마누 지노빌리가 이전의 외국 프로 경력을 살려 신인 같지 않은 기량으로 벤치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1965년생으로서 많은 나이임에도 스티브 커가 다시 합류해 39.5%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보탬이 됐다. 던컨-데이비드 로빈슨의 트윈 타워 시대에서 던컨-파커-지노빌리의 빅3 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했거니와 고독한 에이스 던컨의 지원자들이 제법 나와 줬던 때다.

▶깊이의 차이에서 나온 2연패

1번 시드 샌안토니오의 홈에서 펼쳐진 첫 두 경기 동안 레이커스는 오닐과 브라이언트만 분전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1차전 82득점의 레이커스에서 브라이언트가 37득점, 오닐이 24득점을 올렸지만 10득점의 데릭 피셔를 제외하면 다들 기여도가 적었다.

95득점으로 마친 2차전에서도 각자 27득점씩 올린 오닐과 브라이언트를 제외한 나머지 주전들은 다 합쳐 13득점만 보탰다. 반면 샌안토니오에서는 7개의 3점슛을 넣은 브루스 보웬의 27득점을 포함 6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그래도 홈으로 돌아온 3,4차전에서는 이런 양상을 뒤집었다. 오히려 3차전 샌안토니오는 28득점의 던컨을 제외하면 나머지 주전 4인이 모두 야투율 33.3% 이하에 묶였다. 그리고 4차전 샌안토니오는 종료 1분31초 전에 잡은 2점차 리드를 이후 시간 동안 턴오버와 슈팅 실패들을 통한 무득점으로 지키지 못했다.

다만 이때까지의 네 경기들 중 레이커스의 화력이 뿜어져 나온 경기는 110득점을 올린 3차전뿐이었다. 3차전에서 브라이언트의 39득점을 필두로 주전 5인 모두가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경기는 오닐과 브라이언트 외에 크게 나서지 못했다.

시즌 MVP 던컨과 마지막 시즌의 로빈슨을 상대로 오닐은 55.9% 야투율로 평균 25.3득점 14.3리바운드 3.7어시스트 2.8블록을 기록했다. ⓒAFPBBNews = News1
▶막판 역전 기회를 놓친 5차전

샌안토니오의 홈으로 돌아간 5차전에서 레이커스는 18점차로 뒤지며 마친 전반전의 열세를 4쿼터에 극복하고 있었다. 16점차 뒤지며 시작한 4쿼터지만 종료 19초를 남기고는 오닐의 3점 플레이로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여기에 잭슨이 15초를 남기고 자유투 라인에 섰을 때 1구만 성공시키며 샌안토니오는 2점차 리드만 가지게 됐다. 레이커스에게 연장전 또는 역전승을 노릴 기회가 있었다.

작전타임 후 나온 레이커스는 오닐에서 브라이언트로 볼을 전달한 후 최종적으로 종료 5초쯤을 남기고 윙에 위치한 오리에게 연결시켰다. 커리어 동안 많은 클러치 3점슛을 성공시킨 오리였기 때문에 그 순간 긴장감이 돌았지만 결국 실패했고 경기는 그대로 샌안토니오의 승리로 이어졌다.

오리는 플레이오프 통산 26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역대 14위에 오른 선수다. 이런 선수가 그 2라운드 동안에 18회의 3점슛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5차전의 경우 6개 모두 실패했다.

오리는 그 다음 마지막 6차전에서도 6회의 야투 중 1개만 성공시키며 2득점에 그쳤다. 오닐이 31득점, 브라이언트가 20득점을 올렸지만 레이커스는 전체 82득점에 그쳤고 던컨-파커-지노빌리 3인이 74득점을 합작하며 총 110득점을 올린 샌안토니오에게 백기를 들어야 했다.

시리즈 동안 샌안토니오에서는 평균 28득점의 던컨을 필두로 네 명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평균 5득점 이상이 8명으로 고른 활약을 보여줬다. 이후 NBA 파이널 우승을 거둔 데에는 던컨의 지배적인 활약도 있었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총체적인 조력도 제법 작용했다.

이에 비해 레이커스에서는 브라이언트가 평균 32.3득점, 오닐이 25.3득점을 올리며 여전한 위력을 증명했지만 10득점의 피셔를 제외하고 큰 도움을 준 선수가 나오지 못했다. 팍스의 1라운드 부상과 오리의 슈팅 슬럼프가 큰 불운으로 작용했다.

이에 자극을 받았는지 레이커스는 2003년 여름 엄청난 선수단을 꾸리게 된다. 다만 그 환상적인 이름값의 선수단이 샌안토니오에 대한 복수로 이어지긴 했어도 최종 우승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거기에서도 문제는 깊이에 있었다.

스포츠한국 이호균 객원기자 hg015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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